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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끔vs휴머니티스 존…자치공간 갈등 빚는 성균관대 학생들

"‘여끔’의 용도 변경은 여성주의 탄압의 그 어떠한 의도도 없습니다. 기존 ‘여끔’의 용도 변경은 해당 공간을 문과대 학우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과대 전용 공간으로 개편하기 위함입니다." (7월 14일,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2019 대학별곡 ⑨]

"학교 측은 학생에게 ‘학교가 관리하는 여학생휴게실’과 ‘학생 차원에서 관리하는 학생자치공간’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학생에게 선택할 것을 종용했으며, 문과대 학생회는 선택에 응했다." (7월 16일, 성균관대학교 여학생ㅇㅇㅎ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성균관대 문과대학에서 여학생 휴게실 ‘여끔’이 14여년 만에 사라졌다. 문과대 학생회는 같은 날 여끔이 위치하던 자리에 ‘휴머니티스 존(인문학 공간)’을 설치한다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14일 성균관대 문과대 학생회는 여학생휴게실 '여끔'을 개편하고 '휴머니티스 존'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지난 14일 성균관대 문과대 학생회는 여학생휴게실 '여끔'을 개편하고 '휴머니티스 존'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같은 날 페이스북 페이지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는 “문과대 학생회가 인문학의 이름으로 여성주의를 삭제함으로써 성균관대 인문학의 역사와 정신은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16일 전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측 역시 “여끔은 학생자치 모두를 충족하는 공간이었으며, 학내 여성주의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며 “학생들의 입을 막는 학생회와 학교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편 문과대 학생회 측은 “이번 용도 변경은 해당 공간을 문과대 전용 공간으로 개편하기 위함이다. 여성주의 탄압의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사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전해지며 논란이 이어졌다.  
 
"학칙 따라야" vs "절차상 문제 있어"
‘여끔’은 성균관대 다산경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여학생 휴게실’이다. 2층 침대·소파·원탁 등이 비치돼 있고, 생리대와 진통제 같은 여성용품도 무상으로 제공했다. 서적 대여 사업도 진행했다. 이름은 '엮음'에서 유래했다. 성균관대 문과대 학생 현은진(23·여)씨는 “여끔은 단과대 구분 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었다. 방학 기간에 폐지가 발표됐지만 소식을 듣고 아쉬워하거나 슬퍼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다산경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여학생 휴게실 '여끔'. 이병준 기자

성균관대 다산경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여학생 휴게실 '여끔'. 이병준 기자

학생들은 여끔 폐지 여론이 지난해 10월 성균관대 총여학생위원회 폐지 이후 가시화됐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성균관대 문과대 여학생위원회의 재인준이 부결된 직후 문과대 학생회는 “여끔에 대한 학교 측의 공간 개편 요청이 들어왔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학칙에 따라 여끔의 관리 권한이 학교 측으로 이관될 수 있다"며 개편 의지를 밝혔다. 이후 여끔 개편을 위한 설문조사와 간담회와 학생대표자회의 등이 진행됐고, 지난 14일 여끔 개편안이 확정됐다. 
 
전 성균관대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소속 학생 양승연(21·여)씨는 “간담회에서 '설문조사 결과 여끔 유지를 원하는 학우들이 많다'는 정도의 보고만 이뤄졌을 뿐, 구체적인 집계 결과는 공지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3일 학교 측을 방문했을 때 학교 측 역시 이 공간을 '학생자치공간으로 등록해 여학생휴게실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기자는 이에 대한 재반박을 듣고자 문과대 학생회 측에 연락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 같은 사건이 대학 학생사회의 '탈정치화'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이현재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은 곧 대학 내에서의 페미니즘 ‘백래시(반격)’를 보여준다”며 “여학생 휴게실의 핵심은 여학생들이 성희롱이나 외모 품평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제 이와 같은 최소한의 정치화마저 학생 사회에서 거부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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