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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편리” vs “감염 확산” 지하철역 의원·약국 개설 논란

서울 지하철 8호선 잠실역 역사에 있는 한 의원. 송파보건소가 ’ 건축물대장이 없어 용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신고 수리를 거부해 개원을 할 수 없게 되자 의원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재 기자

서울 지하철 8호선 잠실역 역사에 있는 한 의원. 송파보건소가 ’ 건축물대장이 없어 용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신고 수리를 거부해 개원을 할 수 없게 되자 의원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재 기자

서울 지하철 8호선 잠실역 지하상가에 있는 A의원은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쳤지만 1년8개월째 불이 꺼져 있다. 지난 2017년 말 진모(35) 원장이 잠실역 역사(驛舍) 안에 개원을 준비 중이던 곳이다. 지금까지 3억5000여 만원을 투자했지만 진 원장은 이곳에서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송파보건소가 “잠실역은 건축물대장이 없어 용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신고 수리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진 원장은 “대형마트에도, 백화점에도 (의원·약국이) 있는데 지하철은 왜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송파보건소 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 중이다.
 

‘역사=근생시설’ 여부 해석 갈려
잠실역에 의원 개설 신고하자
보건소 “건축대장 없다”며 거부
부산·대구 “가능” 가닥, 서울 뒷짐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 있는 B약국도 마찬가지다. 강서보건소가 서류 수리를 거부하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장모(62·여) 약사는 지난 15일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강서보건소를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검에 형사고발 했다.
 
서울 지하철 역사 안에 의원이나 약국을 열 수 있는지를 놓고 정부와 서울교통공사, 의약업계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23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송파·강남·강서구 등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 각 보건소에 신청 서류를 접수했지만 수리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원이나 약국을 열려면 관할 보건소에 ▶개설 신고서 ▶면허증 ▶외부구조설명서 ▶평면도면 등을 제출해야 한다. 보건소는 이 과정에서 해당 건물의 용도를 확인하는데, 건축법에서는 병·의원과 약국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 해석이 엇갈린다. 도시철도법에 따라 지어진 지하철 역사는 건축법으로 규정된 건축물대장이 없다. 따라서 용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보건소들이 지하철 역사 내 의원·약국 개설 신고를 수리 거부하고 있는 이유다. 역사 내 의료기관 입점을 추진 중인 서울교통공사 측은 도시철도법이 개정(2014년 6월)돼 역사의 부대시설이 포괄적인 근린생활시설로 포함됐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내 의원·약국

서울 지하철 1~8호선 내 의원·약국

실제로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는 2017년 1월부터 C의원이 개설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유기현(35) 원장은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오후 10시까지 진료해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지하철 1~8호선 지하철역 6곳에서 약국이 운영 중이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공간사업처장은 “접근성은 물론 야간진료 확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등으로 시민 편의를 확대할 수 있다”며 “의사나 약사의 개설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측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최종화 건축정책과 사무관은 “건축법에는 ‘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다. 왜 건축물대장을 볼모로 잡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철도 역사 관리 개선을 위한 법제 개선 연구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보건복지부와 의사 단체는 부정적인 의견이다.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팀장은 “관계 법령(건축법)에 따라 ‘안 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은평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있는 의원도 계약기간이 만료하면 폐쇄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밀폐된 공간에서 감염병 파급 문제나 지하공간 환경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칫 2015년 메르스 사태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별 대응도 다르다. 대구시는 2016년 규제개선추진단 논의를 거쳐 “역사 내에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부산시는 모든 역사에 대해 건축물대장을 만들고 있다. 다만 주차장·소방시설 미비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보건소 소송과 국토부의 연구용역 등을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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