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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정부, 한국 경제단체의 정중한 요구에 응답해야

한국무역협회 등 국내 경제 5단체가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어제 일본 경제산업성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고시한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한국과 일본의 무역 및 산업 관계에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글로벌 밸류 체인을 교란해 양국 산업계는 물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치고는 이보다 더 정중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일본 정부의 의견 수렴 마감일(24일)에 맞춰 수출 규제의 부당성과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측에 전달했다.
 

경제보복은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 미쳐
대승적 양국 관계 고려해 파국 피해가야

일본 정부는 이 요구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한다. 무조건 손을 들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해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제2조)고 명시한 한·일청구권협정을 뒤흔들 소지가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가 곤혹스러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낸 것은 치졸하다고 누차 주장해 왔다. 외교 분쟁은 외교의 장에서 푸는 게 순리 아닌가.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외교 분쟁에 경제 이슈를 끌어들이면서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여론이 결코 일본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일본 정부는 그제 한국 특파원들까지 불러 거듭 보복이 아니라고 했지만, 제3자인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의 눈에는 “일본이 주장해온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조치”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이 당장 비명을 지르자 경제 압박이 통할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오산이다. 알다시피 지금 한국은 세계 수출 6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분업구조로 돌아가는 글로벌 밸류 체인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에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부품을 수입해야 하지만, 일본 기업 역시 그 제품들을 팔아야 생존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생산 차질이 생기면 한국 기업만 피해를 보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최종 제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 미국·일본 등 전 세계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런 마당에 일본 정부가 한국 경제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국을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서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공방을 벌여나가겠지만, 누구도 일방적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양국 정부는 대승적으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아베 정부는 경제 압박 카드를 거둬들이고, 문재인 정부는 감정을 누르고 냉철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 살풍경에도 일본 지벤학원 수학여행단은 45년째 한국을 방문했고, 보름 전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공연에는 일본 청년 21만 명이 열광했다. 감정적 외교분쟁이 이같이 순수한 민간교류까지 파탄내선 안 된다. 한 해 1000만 명이 교류하는 이웃나라에 살면서 대립각만 세우고 갈 수는 없다. 미래 후대의 우호관계를 위해서라도 파국만큼은 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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