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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폭풍페북' 11일간 44건"···그가 靑 배드캅 역 맡았다"

조국 민정수석이 15일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전략회의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이 15일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전략회의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을 겨냥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폭풍 페북’이 휘몰아쳤다. 조 수석이 22일 주변에 “일본 상황 관련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공개 글 기준으론 10일, 삭제 글까지 감안하면 11일간의 몰아침이었다. 대일(對日) 메시지만 43건(공개), 44건(삭제 글 포함)이었다.

 
조 수석은 12일 전날 게재된 한 일간지 칼럼을 공유하며 “남은 건 절치부심(切齒腐心)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을 농락하는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에는 조용히 분노하되 그 에너지를 내부 역량 축적에 쏟아야 한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이 게시물은 현재 삭제돼있다. ‘절치부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넉 달 전(3월 5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 때 거론한 단어다.
 
13일엔 일본 등 외세에 맞선 의병들을 기린 노래 ‘죽창가’를 올렸다. 이후 44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하루 평균 4건이 넘었다. 직전 같은 기간(1일~11일) 단 두 건의 게시물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6월 한 달간 올린 게시물 수(6건)와 비교해도 7배가 넘는다.
 
조 수석이 왜 그랬을까. 닷새 만에 공개된 그의 12일 비공개 일정을 살펴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12일은 문 대통령이 조 수석과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을 불러 상춘재에서 ‘번개 오찬’을 한 날이다.
 
상춘재 오찬에서 문 대통령이 조 수석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조 수석은 그간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매번 청와대의 ‘배드캅’ 역할을 해온 정황이 있다.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법 등이 난관을 겪고 있을 때 청와대 공식 입장이 전무한 상황에서 홀로 20건의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달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페이스북에 의견을 써 여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기정 정무수석(오른쪽)이 조국 민정수석이 가져온 책을 살펴보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기정 정무수석(오른쪽)이 조국 민정수석이 가져온 책을 살펴보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정황 때문일까. 22일 대부분 여당 의원들은 조 수석의 잇따른 페이스북 글 게시를 두둔했다. 적어도 여당 내에선 “공직자로서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소수설이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을 지난 정부 시절 내렸는데도 일본은 문재인 정권을 공격 중”이라면서 “조국 수석이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분노심이 일어 답답함을 내보이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 사법체계와 사법부ㆍ행정부 간 관계를 모르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현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자칫 한국의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수석의 ‘친일파’ 발언이 전혀 맥락 없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현 정부를 향한 일본 측 공격이 도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수출규제나 화이트 리스트 배제 검토 등 실질적인 경제제재 외에도 일본 정계가 예의를 벗어난 ‘언어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강훈식 의원은 “일본에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까지 내각 장관들이 모두 나서 총공격을 펼치는데 우리는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있다”면서 “과거 조국 수석의 발언이 늘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는 조 수석이 말하는 걸 잘못됐다고만 할 수 없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나서면 전면적인 외교전이 되다 보니 민정수석이 대신 총대를 멘 것”이라는 시각도 덧붙였다.

 
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참모 중 누군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조 수석이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자발적 호위무사’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에 있다 보면 큰 위기가 왔을 때 누군가는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등 다른 대통령 측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조 수석이 메시지 전달자를 자처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차기 법무부 장관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당사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돌출 행동을 하는 건 (조 수석) 본인에게 화살로 돌아갈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책임감 때문에 저러는 것 같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조 수석이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라며 “국민이 가진 비분강개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 조 수석을 무조건 편드는 기류만 있는 건 아니다. 이날 아침 윤호중 사무총장은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는, 심화시키는 그런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윤 사무총장이 오전에 할 말을 충분히 했다”면서 “(조 수석의 페이스북) 발언을 좀 더 지켜본 뒤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YTN의 의뢰로 실시한 7월 3주차(15~19일) 주간 집계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주 대비 4.0%포인트 상승한 51.8%(매우 잘함 29.6%, 잘하는 편 22.2%)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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