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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경찰이 국민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최선욱 사회2팀 기자

최선욱 사회2팀 기자

요즘 정보 담당 경찰들이 전하는 분위기를 한 낱말로 요약하면 ‘어색함’이다. 정보경찰의 주 업무는 치안·정책정보 수집과 신원조사 등이라고 법에 나와 있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정보까지 조사하고 수집해야 훗날 탈이 나지 않을지 답이 안 나와서다. “보고서를 쓰라는 사람이나 쓰겠다는 사람 모두 ‘이거 해도 되는 거야’라고 물었을 때 답을 모르겠어요. 정말 어색한거죠.”
 
일선 정보 담당 경찰이 전한 이 말도 그런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3일 구속기소되면서다. 강 전 청장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때 친박(친 박근혜)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전국 정보경찰을 동원해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개입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탈이 난 거다.
 
노트북을 열며 7/22

노트북을 열며 7/22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말 자신의 재판에서 “현 정부도 역시 경찰을 통해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복무점검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정보경찰을 긴장시켰다. 18일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정보경찰이 국내 정치 개입 등 불법 활동을 벌였음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그 역할이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며 “정보경찰을 폐지하라”고 다시 요구했다.
 
“위(청와대)에서 잘 한다고 하니까 계속 잘 해보려다가 이렇게 된 거 같아요.” 강 전 청장 시절의 선거 개입 혐의에 대해선 정보경찰 사이에서도 지위와 상관 없이 이 같은 혼돈과 반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때문에 정보경찰의 최근 보고서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라는 경찰 직무범위와 관련 있다는 논리를 담은 문장이 최소한 한줄씩 들어가 있다. 그 논리가 훗날 긍정적 평가를 받을지 여부와 상관 없이, 적정한 직무범위가 무엇인지 보고서를 쓸 때마다 나름의 머리 쥐어짜기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정치 환경에서도 훗날 “그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까지 갖췄다고 믿어줄 국민은 아직 많은 것 같지 않다. 결국 답은 상식을 지키는 것이다. ‘경찰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선 안된다’는 건 법 조항이면서 상식이고 경찰 입장에선 사명이다. 부당한 걸 경찰에 시키는 정치 권력도 문제지만, ‘시키는 대로 했으니 죄가 없다’고 봐줄 국민은 이제 없다. 국민이 어떤 경찰을 편들어 줄 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최선욱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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