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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나의 정착지…인간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이 있다”

『파우스트』를 새로 번역한 전영애 교수. ’괴테 전집 마무리가 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했다. 최정동 기자

『파우스트』를 새로 번역한 전영애 교수. ’괴테 전집 마무리가 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했다. 최정동 기자

전영애(68) 서울대 독문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독일의 문호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전 2권, 도서출판 길)를 독·한 대역으로 출간했다.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에서 만난 전 교수는 “파우스트의 정교한 운문을 조금이나마 ‘시’다움이 느껴지도록 번역해보겠다는 꿈을 오래 품었고, 그렇게 새 번역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파우스트는 괴테(1749~1832)가 60여 년에 걸쳐 쓴 작품으로, 1만2111행이라는 방대한 분량이 정교한 운율로 짜인 역작이다. 욕심 많은 주인공이 악마와 계약해 영혼을 팔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민간전승을 각색한 이야기다.
 
“200년 전에 쓰인 이야기지만 오히려 현재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사점이 큰  작품입니다.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욕망에만 추동될 뿐 인간이 점점 더 왜소하고 허약해지는 시대에 각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파우스트를 요약하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를 꼽았다. ‘천상의 서곡’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우리에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구절로 더 익숙하다. 그런데 전 교수는 번역하면서 고심 끝에 ‘노력’이라는 단어를 ‘지향’으로 바꿨다. 그는 “독일어 동사 ‘streben’은 밤낮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보다는 마음속의 솟구침을 더 많이 담은 단어다. 노력에 다소 지나치게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오랜 생각 끝에 굳어진 번역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파우스트의 또 다른 문장은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힌 선한 인간은 바른길을 잘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장은 비문이라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깊은 울림과 여운이 있다. 어두운 충동에 사로잡혀 있어도 알맹이가 선하다면 바른 의식이 있을 것이라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포용, 기다림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파우스트』 번역은 전 교수가 계획하고 있는 ‘괴테 전집’의 출발이다. 그는 앞으로 괴테의 시, 드라마, 소설, 서간집 등 총 20권을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괴테는 살면서 위기나 시련을 겪으면 능동적인 사유와 연구, 창작으로 극복해낸 인물입니다. 단순히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성장시켜나갔어요. 살면서 여러 훌륭한 작가를 만났는데 오랜 여정 끝에 가장 큰 인물인 괴테를 정착지로 삼게 된 것입니다. 괴테를 알게 된 건 내 인생이 엄청난 행운입니다.”
 
전 교수는 그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의 여백서원 일부를 ‘괴테 마을’로 꾸미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여백서원에 있는 ‘괴테의 산책길’이나 ‘파우스트 극장’ ‘괴테의 도서관’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단순히 독일의 괴테 마을을 복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괴테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며 “개인이 왜소해지는 요즘, 괴테라는 인물은 다시금 조명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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