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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님, 이렇게 '흑화'하실 겁니까

드라마 '보좌관' [사진 JTBC]

드라마 '보좌관' [사진 JTBC]

국회의원의 그늘에 가리운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치 드라마 JTBC '보좌관' 시즌 1이 마무리됐다. 충격적인 결말 탓에 다음 시즌이 막장이 될지, 제대로 된 스릴러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보는 내내 정치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이 드라마, 명대사 중심으로 곱씹어 보자.
  
이런 사람에게 추천

하우스 오브 카드류의 정치물 좋아한다면
정장 스타일로 눈요기하는 게 즐겁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  
주인공이 흑화되는 게 싫다면
비극적 사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소재로 쓰이는 걸 혐오한다면
드라마가 다큐라 쉽게 착각하는 편이라면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와칭(watchin')
와칭(watchin')은 중앙일보 뉴스랩이 만든 리뷰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 리뷰 모아놓은 곳, 믿을 만한 영드·미드·영화 추천을 찾으신다면 watching.joins.com으로 오세요. 취향이 다른 에디터들의 리뷰를 읽고, 나만의 리뷰도 남겨보세요.
 
"정치는 사람을 보고 가야 해"
[사진 JTBC]

[사진 JTBC]

이성민(정진영) 의원에는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이 투영됐다. 의정자료가 담긴 배낭을 메고 다니며(이 부분은 박주민 의원을 연상시킨다) 성실하게 연구하고, 약자를 위해 뛰고 손 잡을 줄 아는 인물. 게다가 윤리적이기까지 하다. 장태준(이정재) 안에 지킬과 하이드가 있다면 지킬에 해당하는 게 이성민이랄까.   

 
그러나 그는 이상주의자다. 현실 정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영리하게 간파한 태준에게 성민은 존경스럽지만 답답한 아버지 같은 존재.

병원에서 링겔 맞으며 국정감사 준비를 하는 이성민 의원.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병원에서 링겔 맞으며 국정감사 준비를 하는 이성민 의원.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은 하나를 잃어도 쓰러지지 않아.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하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 서로가 견딜 수 있는 무게는 너무 달라."

"정치는 사람을 위한 일이야. 사람을 보고 가면 방법이 있을 거야."

 

더러운 정치판에선 고결한 그가 걸림돌이다. 이성민 의원 사무실 입간판이 떨어져 사람이 다친 게 첫 사건. 오원식(정웅인) 보좌관의 음모였다. 하지만 간판에 누가 손 댄 흔적이 있다고 태준이 알려줘도 성민은 수사를 의뢰하기는 커녕 "지금은 사람이 먼저"라며 비난을 뒤집어쓴다.
태준이 선거 자금으로 끌어 온 5000만원 때문에...[사진 JTBC]

태준이 선거 자금으로 끌어 온 5000만원 때문에...[사진 JTBC]

"너무 높게 올라가진 마라.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섭다."
"법 이전에 사람을 봐! 엄한 정치놀음에 빠져 있으니까 사람이 안 보이는 거야, 인마!"
"태준아, 이창준이 주는 술에 취하지 마라."
 
성민은 태준에게 끊임없이 경고한다. 정치놀음에 망가지지 말라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하지만 진흙을 묻혀가면서까지 정치하지 않겠다는 고고함은 결국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다(이 부분은 노회찬 의원을 연상시킨다). 성민의 죽음은 태준 안의 고결함이 죽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바닥에 믿을 놈이 어딨어?"
[사진 JTBC]

[사진 JTBC]

송희섭(김갑수) 의원은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닳고 닳은 4선 의원이다. 정치권의 실세이자 더 큰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국회의원 될 때 제일 먼저 버린 게 뭔지 알아? 바로 수치심이야! 그걸 버려야 정치를 할 수 있는 거야" 
똑똑한 장태준을 뒷수습에 철저히 활용하고, 지역구를 물려주겠다고 감언이설을 내뱉지만 본심이 아닐 확률이 98%. 그래도 태준은 2%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온갖 재주를 넘는다.
 
희섭에겐 서민의 한 표 보다는 큰 돈을 움직이는 삼일회의 지지가 더 중요하다. 
"정치를 하려면 표 계산을 똑바로 해야지. 원래 똘똘 뭉친 것들은 찢어놔야 일이 수월해져."
 

적과 으르렁대다가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고, 언제든 적군과 아군이 바뀔 수 있다는 계산적 유연함. 그리고 배신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 
"대가리를 치켜들면 목을 쳐야지! 그래야 이 바닥 무서운 줄 알지."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그는 태준의 쓴물 단물 다 빨아먹었지만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려 하자 헌신짝처럼 내치고 짓밟는다. 
"일 다 한 소 잡고 있으면 뭐 하겠습니까. 여물값만 들지. 이럴 때 잡아먹어야죠." 
희섭은 끝없이 태준을 유혹한다. 더 타락해야 한다고, 더 더러워져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다고. 같이 진흙탕으로 끌려 들어가야 내 편이 된다는 듯, 정치 선배로서 살 길을 멘토링해준다는 듯이. 
"위로 올라가려면 다 버려야 돼."
희섭은 태준 안에 있는 어두운 페르소나를 상징한다. 희섭의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태준은 점점 희섭을 닮아간다. 희섭에게 물들었다기 보다는, 태준 안의 욕망이 그렇게 인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싸워야죠. 싸워서 이겨야죠!"
[사진 JTBC]

[사진 JTBC]

흔히 권력의지가 강해야 정치판에서 살아남는다고 한다. 태준은 그런 인물이다. 시작은 선했다. 성민을 맨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보좌관이 되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요." 
태준이 정치를 하는 목적은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 빛이 되는 것이었다. 적어도 9화까지는 시청자들도 그 초심을 믿었다. 
"형님도 나도 무궁화 하나 딱 달고. 공명하고 깨끗한 나라, 모두가 잘 사는 나라, 그런 세상 만들어봐요. 세상 한번 바꿔보자!"
그러나 이상만으로는 현실에 발 디딜 수 없다는 걸 태준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힘을 가져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이길 수 있는 자리에서 싸워야 이길 수 있는 겁니다." 
힘을 얻기 위해 벌이는 그의 싸움은 점차 자기 합리화, 더러운 정치와의 타협, 타락으로 달려간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겁니다."
"진실을 밝힌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습니까? 하청 노동자, 위험의 외주화. 말로만 떠들면 뭐합니까. 울고 불고 떼쓴다고 세상이 달라질 건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상인들은 더 다쳤을 거야. 최악의 상황은 막은 거야."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사진 넷플릭스 캡처/JTBC]

서북시장 상인들을 간담회장에 모아놓고, 그 틈을 타 철거용역을 투입시킨 태준. 그의 가슴은 검은 잉크로 물든다. 성민의 유품이었던 만년필이 터진 것이다. 태준은 이렇게 손에 검은 피를 묻히고,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  
보좌관은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고루 뛰어나고, 미드 스타일의 긴박한 진행이 재미를 준다. 드물게 시즌제로 제작된 드라마인데, 10회가 종결이 아니라는 걸 몰랐던 시청자들이 제법 있었다.

 

예상하기 어려운 시즌 2
JTBC가 SKY캐슬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완성도 높은 작품인데, 10화에서 끝나니 달리다 만 느낌이 든다. 화제성을 끌기에도 시간이 짧지 않았나 싶다. 시즌 2에서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태준이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길에, 두 명이나 죽었다. 태준과 직접 관련이 없는 노동자의 죽음까지 더하면 셋이다.
보좌관이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드라마로 끝날지, 반전이 있을지. 11월까진 궁금해도 해결 방법이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제목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연출   곽정환

극본   이대일

출연   이정재, 신민아, 이엘리야, 김동준, 정진영, 김갑수, 정웅인, 임원희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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