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 나라는 싫고 저 나라는 좋다? 자세 낮추는 것도 용기다

기자
강정영 사진 강정영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30)
'하드파워'는 군사, 경제 등 물리적인 힘인데 반해, '소프트파워'는 매력으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하버드 대학교수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사진 pixabay]

'하드파워'는 군사, 경제 등 물리적인 힘인데 반해, '소프트파워'는 매력으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하버드 대학교수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사진 pixabay]

 
프랑스의 샤토에서 생산된 와인은 왠지 고상한 맛이 느껴진다. 모네, 마네, 세잔, 르누아르의 그림은 예술이다. 독일의 바흐와 베토벤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감동으로 전율한다. 이탈리아는 화려했던 르네상스 유물과 콜로세움, 피사의 사탑 등 건축물로 세계인을 사로잡는다.
 
하버드 대학교수 조지프 나이(Josef Nye)는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강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하드파워(Hard Power)는 군사 경제 등 물리적인 힘인데 반해, 소프트파워는 '매력으로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은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다.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는 군사 강국으로 힘은 세지만, 인권이나 민주적인 시스템이 결여되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하드파워만 있고 소프트파워가 부족한 것이다.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는 소프트파워도 갖춰야 한다. 미국은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다. 음악이나 영화, 심지어는 맥도날드, 스타벅스까지도 세계적이다. 풍요롭기도 하지만 이런 경제 외적인 소프트파워가 잘 갖추어져서 세계 최강의 나라인 것이다.
 
한국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분단국가, K-POP, 드라마, 삼성 등이라고 한다. 사진은 영국, 프랑스 등에서 23만 관객을 동원하며 유럽 스타디움 투어 공연을 펼친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국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분단국가, K-POP, 드라마, 삼성 등이라고 한다. 사진은 영국, 프랑스 등에서 23만 관객을 동원하며 유럽 스타디움 투어 공연을 펼친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분단국가, K-Pop, 한류 드라마, 삼성 등 기업 몇 개 정도라고 한다. 한국의 명소 문화풍습 음식을 널리 알려 관광이나 국제관계에 도움이 되도록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외국 노동자들에 대해 차별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개방적인 마인드가 부족하다. 이제는 다른 문화도 포용할 줄 알고 외국인들이 와서 지내기에 편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국가의 힘은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크게 좌우된다. 미국은 이란, 중국, 북한에 크고 작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무섭다. 제재의 범위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해당 국가의 목을 조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왜 그럴까. 표면적인 제재 대상은 경제이지만 그 수단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미국은 전 세계의 소통 수단인 인터넷과 통신, 달러를 통한 국제 금융망, 항공, 해양 수송로, 심지어는 음악 영화 등 문화까지도 대부분의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 대항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한·일간 정치적 갈등이 경제로 옮겨 붙으며 관련 산업 분야에 타격이 우려된다. [중앙포토]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 대항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한·일간 정치적 갈등이 경제로 옮겨 붙으며 관련 산업 분야에 타격이 우려된다. [중앙포토]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그중 하나의 신경망을 차단해도 당사국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일본이 반도체 장비를 금수 품목으로 지정한 것이 3개에 불과하지만, 산업의 네트워크를 건드려서 반도체 생산 공정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그들끼리 동맹을 맺으면 해결될까. 그게 잘 안된다. 미국이 구축한 표준화된 국제 시스템에서 이탈하면 다른 국가와는 연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네트워크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체인이지만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무임승차하여 아무 생각 없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약 한미관계가 소원해져서 약간의 제재를 당하면 어떻게 될까. 심하게 흔들릴 것 같다. 독자적인 네트워크가 없는 나라는 이를 지배하는 나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비상시에 대비한 플랜 B가 필요한데 그런 개념조차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안보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다. 세계 1~3위의 군사 강국 미·중·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2~3위 국가인 중·러와는 네트워크가 취약하다. 이웃 일본도 강국이다. 이웃과 네트워크가 약한데 충격이 오면 순식간에 흔들린다. 이들 나라와의 경제 협력이나 인적 교류 등 비군사 분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안보의 편향성을 보완해야 한다.
 
지난 6월 3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6월 3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러 방면에서 협력 체제를 구축, 한국이 그들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동남아나 남미는 이웃들이 고만고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엄청난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 부재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독일은 1·2차 대전을 일으킨 나라로서 통일을 위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이 이웃 국가와의 화해와 친선이었다. 러시아, 프랑, 영국 등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국가 이미지 제고와 네트워크 형성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소련이 붕괴할 때 이웃 국가들의 반대 없이 전격적으로 통일을 이뤘다. 그들의 치밀한 전략과 방향 설정이 부럽지 않은가.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소프트파워와 끈끈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함께 갖춰야 한다. 독불장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항상 세계 속에서 위치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국가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위기 시에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무역의존도는 80%가 넘는다. 경제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강국들에 둘러싸인 특수한 환경에서 이웃 나라와 우호적인 관계 형성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런 인식도 부족했고 노력도 없었다. 약소국이 강국을 우습게 보는 것은 만용이다. '이 나라는 싫고 저 나라는 좋다'는 식의 뻣뻣한 자세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자세를 한껏 낮추어서, 강한 이웃과 좋은 친구가 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기 바란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