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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준 높아도 세상 일에 무지…남의 얘기 안 들어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 작가 안나 로슬링 뢴룬드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를 시아버지, 남편과 함께 쓴 스웨덴의 안나 로슬링 뢴룬드. 사람들은 실제 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 김경빈 기자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를 시아버지, 남편과 함께 쓴 스웨덴의 안나 로슬링 뢴룬드. 사람들은 실제 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 김경빈 기자

숫자라면 질색인 분도 있겠지만 잠시만 참자. 다섯 번째 생일 전에 죽는 전 세계 아동 비율은 1800년 44%였으나 2016년에는 4%로 크게 줄었다. 하루 2달러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극빈층은 1800년에는 세계 인구의 85%가량이었으나 2017년에는 9%에 불과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율도 크게 늘었고(1800년 10%→2016년 86%), 세계적인 전기보급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1991년 72%→2014년 85%). 요컨대 세상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덜 죽고, 더 먹고, 더 편리하게 살게 됐다는 얘기다. 흐뭇한 통계지만 어쩐지 우리 마음속 세계상과는 딴판인 것 같다. 극심한 양극화에 빈번한 테러, 기후변화까지 겹쳐 인류는 말라죽는 운명 아니었나.
 

극빈층 줄고 아동 사망률도 감소
세상 좋아지는데 사람들 안 믿어

인간 두뇌는 극적인 현상에 열광
비관적 시나리오에 더 빠져들어

갈수록 사정 나아진다고 일깨워
당면한 어려운 문제 함께 맞서야

빌 게이츠 “환상적” 극찬 … 200만 부 팔려
 
그렇지 않다, 숫자와 통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는 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Factfulness)』의 핵심 메시지다.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갖게 된 글로벌 통계에 따르면 세상은 통념과 달리 점점 살 만한 곳이 되고 있다는 거다.
 
빌 게이츠

빌 게이츠

아버지 한스 로슬링(2017년 작고)과 아들 올라 로슬링, 며느리 안나 로슬링 뢴룬드. 특이하게도 온 가족이 함께 쓴 이 책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극적인 세계관을 진화 과정에서 갖게 되는 바람에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허를 찌르는 논리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빌 게이츠가 “환상적인 책”이라며 자신의 블로그(www.gatesnotes.com/Books)에서 책의 1장 ‘간극 본능(The Gap Instinct)’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고, 세계적으로 200만 부가량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지난봄에 출간돼 지금까지 8만 부(전자책 1만5000부 포함)가 팔렸다. 최근 한국을 찾은 안나를 만났다.
 
책에서 모두 10가지 인간 본능을 언급했다.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본능을 꼽는다면.(※세상의 온갖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게 안나 등의 출발점이다. ‘주목 필터’라는 게 있어서 자극적인 정보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주목 필터는 10가지 인간 본능으로 구성되는데, 간극·부정·직선·공포·일반화·운명·단일 관점·비난 본능 등이다.)
“다급함 본능(The Urgency Inst-inct)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가지는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급함 본능이 발동하면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때 행동에 나설 수 있고, 그 결과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크기 본능(The Size Instinct)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사람은 어떤 사태의 크기와 관련해, 양(amount)과 비율(rate)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오늘날 8억 명의 인구가 빈곤에 시달린다. 엄청난 숫자지만 세계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가 전 지구적인 문제를 얘기할 때 거론하는 수치는 대개 무척 크다. 하지만 그 수치가 진짜 놀라운 건지 아닌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맥락 안에 집어 넣어봐야 한다.”
 
그런 본능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문에서 비극적인 자연재해 피해자 기사를 접했다고 하자. 그 끔찍함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연재해 피해자가 줄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힘들다. 그런 기사를 자꾸 보다 보면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점점 흔해진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뉴스에 더 자주 노출될 뿐이다. 우리 두뇌가 그런 점을 떠올릴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해야 한다. 일종의 심리적 보상을 하는 거다.”
 
그렇게 사고 훈련을 하다 오히려 세상일에 초연해지는 거 아닌가.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 감정을 통제하지 않으면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당신이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고양이를 돌봐줬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자.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행동을 했더라면 고양이 1000마리를 구했을 수도 있다. 스웨덴에 시리아 난민들이 2015년부터 밀려오기 시작했다. 유럽을 관통해 걸어온 사람들이었다. 첫 반년 동안 스웨덴 사람들은 그들을 껴안고 환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난민 행렬에 피곤해했고 나중에는 도울 여력이 없었다.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었더라면 난민들을 더 잘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감정 통제하고 객관적인 수치 바로 봐야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점점 괜찮아지는 세상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점점 괜찮아지는 세상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갈수록 사정이 좋아진다는 점을 일깨워 과거에도 현실을 바꿀 수 있었으니 지금 당면한 어려운 문제들에 함께 맞서자는 얘기다. 우리는 사람들이 앞날을 예측할 때 체계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져드는 상황을 고치고 싶은 거다. 미래에 사람들이 낙관적으로 변한다면 우리 책을 다시 써야겠지.”
 
인간은 본래 비관적인 존재인가.
“모르겠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극적인 것에 열광하고 심사숙고 없이 속단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드라마와는 다르다.”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를 드러내기 위해 14개국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13개 문항 테스트 결과를 여러 차례 인용했다.(※세계의 기대 수명, 앞으로 100년 동안 평균기온에 대한 예상 등을 물었는데, 조사 대상국에 한국도 포함됐다. 책 뒤에 나라별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조차 자신들이 세상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에 대해 무지하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남의 얘기를 안 듣는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문화를 육성하고 싶다. 사람들이 좀 더 겸손하고, 주변에 호기심을 갖는 문화 말이다.”
 
남의 일보다 자기 일이 급하다 보니 세상일에 무지한 것 아닌가.
“인간이 세상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건 새로운 상황이다. 인간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지만 아직 데이터 해독 능력은 없다.”
 
책이 읽기 쉬운 점도 인기 비결인가.
“15, 16세만 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했다. 학술용어를 최대한 뺐다. 어떤 사전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쉽게 쓰는 비결이 있다면.
“전문가들은 자꾸 자세하게 설명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내용이 복잡해져 사람들이 이해했다고 해도 지루해하고 읽기 싫어한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먹히는지 봐야 한다. 안 먹히면 쓰는 사람이 실패한 거지 독자가 멍청한 게 아니다. 건조한 통계에 대해 얘기할 때도 가급적 스토리를 입히는 게 좋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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