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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중소형주 관심 갖되 바이오주 멀리 해야

코스피, 지지부진한 상황 이어질 듯… 바이오주는 구조적 약세 전환 가능성 커

증시 맥짚기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오른쪽)가 7월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환자 관리 종합대책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오른쪽)가 7월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환자 관리 종합대책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리 주식시장에서 신약개발이란 재료로 주가가 움직인 첫 사례는 1990년대 동신제약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당뇨병 환자들은 주사를 통해 인슐린을 공급받고 있었다. 이 과정을 반창고 형태로 대신하자는 게 회사의 아이디어였다. 인슐린 패치제인데, 이 재료를 가지고 주가가 5배 이상 상승했다. 동신제약이 엉뚱하게 레저산업에 뛰어들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상품화를 통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6년부터 신약개발을 재료로 제약주가 집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생명공학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게 계기였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 생명공학은 시장 규모가 작고 기술 수준도 저급했다. 간단한 기술로 생산이 가능한 예방약이나 진단약, 항생제가 제품의 대부분을 이룰 정도였다. 전체 기술 수준이 선진국의 40~60% 정도였고 생명공학기술을 탐색기술, 개량기술, 생산기술로 나눌 때 생산기술만 선진국 수준에 접근했을 뿐 개량과 탐색기술은 선진국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약개발 재료 1990년대부터 나와
생명공학에 관한 법과 지원책이 만들어지고 2년이 지난 후부터 주식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1996년 중소형주 장세를 이끄는 핵심 업종으로 떠올랐다. 이 때부터 전통 제약사보다 새로운 의약품 개발 회사의 주가가 더 크게 상승했다. 눈앞에 나온 기업 실적보다 성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였다. 1996년 한 해 종합주가지수가 21% 하락하는 사이 의약업종은 23% 상승했다.
 
1999년에 마침내 신약이 나왔다. SK케미칼이 국산 신약 1호인 항암제 ‘선플라주’를 만들어냈고, 지금까지 30개 가까운 신약이 탄생한다. 신약이 개발됐지만 개발사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물론 90년대 중반과 현재 주가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종합주가지수가 오른 부분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신약개발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주가도 오를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였다.
 
이는 신약개발이 수십 차례 이루어져 제품이 나온 후 주가와 기업 실적이 어떻게 되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신약만 나오면 모두 아스피린 같이 히트를 칠 거라 기대했지만 실제는 폭발적인 이익 증가가 없었고 이익이 현실화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기존 제약사들에 의한 신약개발이란 테마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대신 바이오가 기대를 모았다.
 
바이오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화학물 결합을 통해 약을 만드는 기존 방식과 달리 바이오 제품은 사람을 포함한 여러 생물체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해 약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의 복제품이 바이오시밀러다. 신약을 만들려면 필요한 효능이 확보될 때까지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3단계 임상실험을 마치는 데 7년 넘게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이에 비해 바이오시밀러는 원제품의 효능이 입증됐으므로 그와 유사성만 확보되면 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연구개발비는 기존 신약의 10분의 1, 개발 기간 역시 절반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성공 확률은 거꾸로 기존 신약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
 
바이오에 대한 기대는 2017년 바이오 열풍으로 이어졌다.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안 되고 적자까지 발생해, 외부에서 돈을 넣어주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회사 주가가 적게는 4~5배, 많게는 10배 이상 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은 성과를 내지 못하지만 신약만 개발되면 엄청난 이익이 날 거라 믿은 것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상당히 시간이 흘렀음에도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2016년에 앞으로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60%에 달할 거라 가정했다. 우리나라 산업 중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게임업이나 인터넷 포털 업체의 해당 지표가 25%를 넘지 못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최고 호황을 기록할 때에도 이익률이 50%를 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바이오 기업은 향후 3년간 이익률이 60%가 넘을 거라 가정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기대를 충족시키기는커녕 문제만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허가가 취소됐다. 한미약품이 얀센에 제공했던 1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도 해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약개발은 고사하고 성사 단계에 들어갔다고 봤던 제품조차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적도 사정이 비슷했다. 시가총액 수 조원에 달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중 몇몇은 자본 잠식의 위험에 처해있다. 이렇게 기대가 빗나가다 보니 바이오 업종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만족할 만한 임상결과 나와야
기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때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해도 기대 때문에 해당 주식이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계속 시장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거나 악재가 발생할 때다. 기대가 불발됐다는 실망감에 그동안 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 겹치면서 주가가 빠르고 강하게 하락한다. 최근 바이오 주식의 하락은 마지막 단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수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하락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딱히 반전의 계기가 없는 상태다. 신약개발 재료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를 입증해 줄 신약개발이나 만족할 만한 임상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실패 소식만 들리고 있다.
 
바이오 주가가 하락했지만 섣불리 매수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주가가 오르고 시장에서 인기를 모을 때에는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붐이 끝나고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해당 산업을 적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제품을 만들어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데 지금 바이오가 그런 상태다.
 
주식시장이 소강 상태에 들어감에 따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유리하다. 최근에 가격이 많이 떨어져 매수에 부담도 없는 점도 매력적이다. 당분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매매에 나서는 게 좋지만 바이오는 예외다. 바이오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 하락은 일시적 후퇴보다 구조적인 약세로 보는 게 맞다. 이 경우 회복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신약에 대한 믿음도 약해진다. 건설과 조선업이 부실 수주에 한창 시달릴 때 신규 수주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적이 있다. 새로운 수주가 저가 부실이 아니라는 보장이 어디 있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바이오도 지금처럼 기술 개발이 계속 문제가 될 경우 평가가 점점 박해질 수밖에 없다. 성장주가 장점만큼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취약점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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