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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물었을 때 남편이 찡그린다면…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53)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는데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뭔가 현재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내 표정만큼이나 상대방의 표정이 어떤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photoAC]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는데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뭔가 현재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내 표정만큼이나 상대방의 표정이 어떤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photoAC]

 
처음 만났던 순간, 결혼을 결심했던 순간,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등 부부가 기억하는 많은 순간이 있을 겁니다.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그 순간을 떠올릴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장재숙 동국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처음 배우자를 만났던 순간을 생각하며 잠깐이나마 배우자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일단 그런 분들은 ‘결혼생활이 꽤 만족스럽다’는 신호입니다.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높을수록, 배우자와의 첫 만남을 회상할 때 행복한 표정이 나온다는 실험결과가 있거든요.
 
반대로 오래전 그 날을 떠올리는데 인상이 찌푸려진다면 “아유~ 내가 그때 그 인간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지금 이렇게 살진 않았을 텐데” 하는 경우일 겁니다. 그만큼 지금 뭔가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겠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표정만큼이나 상대방의 표정이 어떤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건 부부가 함께 마주 보고 “당신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표정을 살피는 거죠. 이때 상대의 표정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재숙 교수는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① 스스로가 평소에 얼마나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지를 돌아볼 것 ② 배우자의 좋은 점 5가지만 생각해볼 것 ③ 결혼생활이 지속할수록 무표정으로 서로를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식적으로 내가 먼저 웃어 보이는 것 등을 제시합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부가 기울여야 할 노력은 끝이 없겠습니다만, 더불어 꼭 챙겨봐야 할 한가지는 나는 상대방과 대화하며 어떻게 말하는가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질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상대방을 향한 나의 표정에 무감각해지는 것만큼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를 쉽게 잊습니다.
 
상대방을 향한 나의 표정에 무감각해지는 것만큼 내가 평소에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를 쉽게 잊는다. 부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한가지는 배우자에게 말하는 방식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진 photoAC]

상대방을 향한 나의 표정에 무감각해지는 것만큼 내가 평소에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를 쉽게 잊는다. 부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한가지는 배우자에게 말하는 방식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진 photoAC]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여자의 이야기 중 하나가 “나랑 얘기 좀 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얼마 전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소위 기러기아빠로 생활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부부가 자주 보지 못하다 보니 문자를 많이 주고받게 되는데 어느 날 아내가 보내온 짧은 문자에 한참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문자의 내용은 “왜 말 안 했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도대체 그럴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말을 안 했을까? 무엇 때문에 아내가 이런 질문을 했을까? 고민이 된 것이죠. 알고 보니 며칠 후 가족을 만나러 가는 출국길에 챙겨 갈 물건을 아내가 택배로 주문했는데 실수로 같은 물건을 두 개 주문했던 겁니다. 알았을 것 같은데 같은 것이 두 개가 왔다고 왜 말을 안 해주었냐는 질문이었던 셈이죠.
 
인터넷상에서 여자 언어 풀잇법, 남자 언어 풀잇법 같은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유머인 양 웃어넘기게도 되지만 서로 간 언어의 차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차이를 이해하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남편은 가끔 나의 질문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깜빡이를 켜야 하는데 깜빡이도 없이 전속력으로 턴을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사진 pxhere]

남편은 가끔 나의 질문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깜빡이를 켜야 하는데 깜빡이도 없이 전속력으로 턴을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사진 pxhere]

 
주말 한강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남편에게 “나랑 결혼하고 제일 좋은 게 뭐야?” 하고 물었습니다. 왜 가끔 그런 질문들을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은 저에게 기성용 선수가 축구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느냐고 묻습니다. 잘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택배 패스’에 있다고 합니다.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장소에 정확하게 배달해주는 택배처럼 슛을 넣어야 하는 사람에게 정확히 공을 패스해 준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따금 던지는 저의 질문은 택배 패스는 커녕 어디로 공을 던졌는지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도대체 어떤 답을 원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처럼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깜빡이를 켜야 하는데 깜빡이도 없이 전속력으로 턴을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습니다.
 
그럼 상대는 그 순간 급 멈춤하고 당황하게 된다는 거죠. 좋은 것의 범위가 너무나 큰데 갑작스러운 저의 질문은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녀 간 대화법의 차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지만 차이라고만 이해한 채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면 제자리걸음이겠거니 새삼스레 다시 생각한 주말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배우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일로 인해 상사나 동료에게 받는 스트레스보다 몸의 면역력을 더욱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배우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일로 인해 상사나 동료에게 받는 스트레스보다 몸의 면역력을 더욱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부부간 대화와 관련해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연구팀이 37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팔에 조그만 물집의 상처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준 다음 각각의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모두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12일이 지난 후 녹화된 내용을 통해 부부가 평소 대화하는 기술을 분석함과 동시에 그들의 팔에 생긴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연구결과 부부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커플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습니다. 그러나 평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특히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상대를 무시하는 스타일의 대화를 하는 부부의 경우 상처가 가장 더디게 아물었다고 합니다. 똑같은 상처인데도 아무는 데 시간의 차이가 컸습니다. 확인 결과 가장 상처가 빨리 아문 부부에게는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혈중 내 수치가 그렇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신신경 내분비학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배우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일로 인해 상사 혹은 동료나 후배에게 받는 스트레스보다 몸의 면역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동시에 심장박동에 문제를 일으키고 혈압을 높이며 당 수치까지 끌어 올린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처음 만났던 때 기억나?”
굉장히 로맨틱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 사람이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나한테 뭐 불만이 있는 건가 머리로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식의 질문을 반복한다면 다음 대화가 기대될 리 없을 겁니다. 대화를 나누는 시간과 장소가 말하고 듣기에 좋은 시간과 장소인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잘 해결이 되지 않았을 때 한쪽은 끝까지 대화하고자 하고, 한쪽은 회피하다 보면 더 큰 싸움이 되죠. 좋은 관계를 위해서, 더불어 건강을 위해서 진짜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음 영어를 배울 때를 떠올려보면 “Hi?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를 공식처럼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좋은지 나쁜지 상관없이 무조건 “I’m fine. thank you”를 답했죠. 혹시 우리 부부의 대화가 처음 영어 인사법을 배울 때처럼 무미건조하게 “ I’m fine. thank you”를 외치는 대화는 아닐까요.
 
부부란 마주 보고 누우면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돌아눕는 순간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들 하죠. 잘못된 패턴의 대화를 반복하는 부부라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것과 같을 겁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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