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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뿌리며 북상중인 태풍…2002년 '루사 악몽' 재연 우려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인 1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인 1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 파도가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북상 중인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가 엄청난 비를 몰고 올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자칫 2002년 큰 피해를 낸 태풍 '루사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은 19일 오후 9시 현재 태풍 다나스가 제주도 서귀포 남서쪽 약 26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0㎞ 속도로 북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태풍 다나스의 예상 진로. (19일 오후 9시 기준) [자료 기상청]

태풍 다나스의 예상 진로. (19일 오후 9시 기준) [자료 기상청]

태풍의 현재 중심 기압은 990hPa(헥토파스칼), 크기는 소형이다. 중심 최대 풍속은 시속 86㎞(초속 24m)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태풍은 20일 오전 전남 남해안에 상륙, 남부지방을 관통한 뒤 밤에는 동해 상까지 진출해 열대저압부(TD)로 약화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한다.

태풍은 북상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화하겠지만, 육지에 상륙할 무렵에도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시속 76㎞(초속 21m)에 이를 전망이다. 
태풍의 북상으로 이미 전남과 경남, 제주도에는 호우 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오후 10시 현재 제주도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456.5㎜의 폭우가 쏟아졌고, 제주 삼각봉에도 455㎜의 많은 비가 내렸다.
또, 전남 여수시 거문도 262㎜, 완도군 여서도  166㎜, 고흥군 도화 123.5㎜ 등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 진달래밭에서는 19일 오후 7시 39분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9.4m를 기록했다.
또, 한라산 윗세오름에서도 이날 오후 9시 36분에 초속 27.6m의 강풍이 불기도 했다.
태풍 다나스 위성사진, [자료 미 해양대기국(NOAA)]

태풍 다나스 위성사진, [자료 미 해양대기국(NOAA)]

기상청은 "20일까지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매우 강한 비와 많은 비, 매우 강한 바람이 예상되고, 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풍 다나스로 인해 이례적이고 광범위한 폭우가 예상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제주·남부지역 호우경보·강풍주의보… 해안가 범람 주의
19일 오후 4시 현재 기상특보 발효 현황 [자료 기상청]

19일 오후 4시 현재 기상특보 발효 현황 [자료 기상청]

태풍 다나스 관련 기압계 흐름 [자료 기상청]

태풍 다나스 관련 기압계 흐름 [자료 기상청]

이날 오후 4시 현재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는 이미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또, 제주도와 전남 거문도·초도에는 강풍주의보가, 제주도 앞바다와 남해 먼바다, 서해 남부 남쪽 먼바다 등에는 풍랑주의보가 발령됐다.
 
특히, 제주도와 전남 남해안, 경남 남해안, 부산, 울산 등지에는 호우 특보가 발령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점차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함에 따라 비구름대는 19일 오후부터 더욱 강하게 발달하겠고, 20일 오전에는 전국으로 확대되겠다"고 말했다.
 
비는 21일 새벽부터 서쪽 지방을 시작으로 오전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치겠으나, 동풍의 영향을 받는 강원 영동은 낮까지 이어지겠다.
 
20일 자정까지 지역별 예상 강수량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제주도 150~300㎜(많은 곳 500㎜ 이상, 제주도 산지 700㎜ 이상) ▶강원 영동(20일), 호남과 영남(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제외) 50~150㎜(많은 곳 전남과 영남 200㎜ 이상) ▶서울·경기(20일), 강원 영서(20일), 충청, 울릉도·독도 10~70㎜ 등이다.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인 19일 오전 어선들이 제주 서귀포항으로 속속 들어와 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인 19일 오전 어선들이 제주 서귀포항으로 속속 들어와 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 관계자는 "19일 밤부터 20일 낮 사이에 지형적 영향이 더해지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와 함께 누적 강수량 5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더 내리겠다"며 "산사태와 침수 등 비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태풍이 접근하면서 제주와 전남, 경남 지역에는 시속 54~72㎞ (초속 15~20m), 최대 순간 풍속 초속 20~30m에 이르는 강풍이 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까지 대부분 해상의 물결은 5m 이상으로 높게 일겠고, 남해안과 제주도 해안에는 물결이 최고 9m 이상 매우 높게 일면서 해안도로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다.
해안가 저지대는 해수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달의 주기에 따라 남해안은 20일까지 바닷물의 높이가 높은 기간이다.
 
태풍이 접근하는 가운데서도 서울을 비롯해 경기 동부와 강원 영서 일부 지역에는 사흘째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태풍 '루사' 악몽 재연 우려도
태풍 '루사'가 동반한 집중폭우로 2002년 9월 1일 강원도 강릉시 강남동 도로가 침수되면서 인근 공사장과 주택가에서 쏟아진 건축자재·가재도구 등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중앙포토]

태풍 '루사'가 동반한 집중폭우로 2002년 9월 1일 강원도 강릉시 강남동 도로가 침수되면서 인근 공사장과 주택가에서 쏟아진 건축자재·가재도구 등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태풍은 바람보다는 비를 몰고 오는 '비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2년 큰 피해를 준 '태풍(RUSA)'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태풍 '루사'는 2002년 8월 말에 한반도에 상륙했다. 당시 최대 순간풍속은 초당 39.7m, 중심 최저기압은 970hPa로 태풍 강도 면에서 59년 '사라', 87년 '셀마', 2003년의 '매미'에 비해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편서풍이 없어 백두대간 동쪽을 따라 천천히 북상하다 강원도 동부에 폭우를 쏟아 큰 피해를 남겼다. 백두대간 상층부에 형성된 비구름대가 북서쪽의 저온 다습한 공기가 합쳐지면서 엄청난 비가 뿌렸다.
 
특히, 강릉에서는 하루 동안 870.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12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실종됐으며, 2만 7619세대 8만 8625명의 이재민이 발생, 총 5조 1497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와 함께 태풍 다나스가 2014년 제주도에 폭우를 쏟은 '나크리(Nacri)'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14년 8월 초 한반도에 접근했던 제12호 태풍 나크리는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천700m)에 하루 1182㎜의 물 폭탄을 뿌린 바 있다.
 
열대 수증기 머금고 장마전선으로 몸 불려
국가태풍센터 예보실에서 예보관들이 위성사진을 보면서 태풍의 진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가태풍센터 예보실에서 예보관들이 위성사진을 보면서 태풍의 진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태풍 다나스의 경우 발생과 이동 과정에서 열대 해역에서 누적된 수증기를 계속 흡수하고, 진행도 느리게 하면서 계속 몸집을 불린 탓에 폭우를 동반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한다.
 
한반도로 접근하면서는 장마전선의 수증기까지 흡수하게 돼 한라산에서는 최대 700㎜에 이르는 이례적인 폭우도 예상된다.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 있었거나 하면 영향이 적었을 수도 있는데 남해안에 걸쳐있어서 태풍과 겹치게 된 것이다.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인 19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한천이 급류로 변해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한천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연합뉴스]

제5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인 19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한천이 급류로 변해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한천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연합뉴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박사는 "태풍 다나스가 발생했던 열대해역과 태풍이 지나왔던 해역 모두 최근 대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수증기가 한 번 크게 소진되지 못하고 쌓여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 근처로 진입하면서 기류가 흩어지면서 태풍 세력도 조금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피해가 줄 수도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역은 태풍이 발달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원래 북위 30도 즈음부터는 바닷물 온도가 떨어지면서 태풍의 동력도 약화하는데, 제주도 인근 해역은 북위 32도인 데다가 지금 바닷물 온도도 23~25도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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