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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과 ‘선택’ 사이…합의하고도 삐걱대는 근로기준법 개정, 왜?

단축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국회 논의는 18일에도 진척이 없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5일에 이어 이날 오전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마주 앉았지만, 노사 양측 대표자들의 의견만 들은 뒤 별다른 논의 없이 파행했다.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소위원회 유연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소위원회 유연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소위원장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및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등에 대한 노사 의견 청취를 마친 뒤 “여당에서 처음에 18·19일 양일 본회의를 열자고 해 놓고 안 받아 주는 게 정경두(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때문인 거 같은데, 빨리 의사일정을 (합의)해주면 바로 회의를 (재개)하겠다”며 회의를 끝냈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9일 하루만 본회의를 열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민생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18일에도 본회의를 열어 정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겉보기와 달리 여야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해서 만큼은 의견 일치를 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합의로 탄력근로제에 관한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넘겼고,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본격 논의에 착수해 지난 2월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 3월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런데 한국당 등 야당이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3~6개월로 확대하자”고 추가로 주장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의 유연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간담회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의 유연근로제 관련 노사의견 청취 간담회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임현동 기자

◇‘탄력’과 ‘선택’은 어떻게 다른가=근로기준법 51조에 규정된 탄력근로제(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정한 단위기간(2주 또는 3개월 이내)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노사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회사가 여름철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공장 가동 시간을 더 늘리고 싶다면, 최대 3개월 범위 안에서 기간을 나눠 특정 기간에는 더 많이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그만큼 덜 일 하게끔 근로자대표와 합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바뀐 근로기준법 50조에 따라 현행 법정 최대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최대 주 12시간)이다. 같은 법 51·53조에 따라 탄력근로제의 경우 단위기간이 3개월 이내면 주 52시간에 연장근로 주 12시간까지 더해, 더 바쁠 때 최대 주 64시간을 일할 수 있다(단위기간이 2주 이내면 주 48시간에 연장근로 주 12시간까지 최대 주 60시간). 다만, 3개월 전체 근로시간을 놓고 1주 평균을 냈을 때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52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 3개월을 12주로 본다면 아이스크림 수요가 많은 6주간 주 64시간 일할 경우, 수요가 떨어지는 나머지 6주간은 최대 주 40시간만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택근로제(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 52조에 규정돼 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두고 그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 52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단, 탄력근로제와 달리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정해 놓지 않아 특정 기간에 무한근로를 해도 사용자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 가령 IT기업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하자. 4주간의 근로시간 평균이 주 52시간이기만 하면 돼서, 2주간 주 80시간(1일 16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2주간은 최대 주 24시간(1일 4.8시간) 일해도 된다. 첫 2주간의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훌쩍 뛰어넘지만,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이 합의 내용을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총 회장,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이 합의 내용을 발표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뭐가 문제인가=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과 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특정 기간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정부·여당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따른 사용자의 불만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는 보완책인 셈이다. 여야와 노사가 “경사노위의 합의를 존중하자”고 한 탄력근로제와 달리,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문제는 의견이 갈린다. 여당과 노동계는 “특정 기간이라고 해도 근로시간 상한선이 없으니 주 52시간제를 무력화 할 수 있다”며 반대하지만, 야당과 경제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떨어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2월 ‘근로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합의 사항’을 발표하면서 근로시간 특례업종 26개 중 21개를 제외하되, 이들 21개 업종 중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 시점을 올 7월로 못 박았다. 다른 업종보다 1년 더 시간을 벌어준 셈인데, 이들 업계에서는 이 기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로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적용을 받게 된 현재까지 합의만 해놓고 실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비공개 소위에 참석한 한 환노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사 대표자들이 ‘애초에 경사노위에 탄력근로제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한 건 국회인데, 합의안을 가져다줬는데도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떻게 사회적 대화를 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총파업에 들어간 김명환 위원장(앞줄 가운데)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변선구 기자

총파업에 들어간 김명환 위원장(앞줄 가운데)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편 당초 경사노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국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노동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은 정부의 그럴싸한 모양새 갖추기에 들러리 설 생각이 없다. 정부가 자본가 편에 선다면 노정관계는 전면적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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