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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캉스’ 어때요? 동굴 밖 삐질삐질, 동굴 안 으슬으슬

불볕 더위에 동굴로 피서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동굴은 복사열의 영향을 받지 않아 늘 기온이 15도를 밑돈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훈훈하다. 광명동굴은 일 년 내내 12도를 유지한다. 한여름에도 방문객 대부분이 긴팔을 입고 다닌다.

불볕 더위에 동굴로 피서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동굴은 복사열의 영향을 받지 않아 늘 기온이 15도를 밑돈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훈훈하다. 광명동굴은 일 년 내내 12도를 유지한다. 한여름에도 방문객 대부분이 긴팔을 입고 다닌다.

더위에는 장사 없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뒤 국민 모두가 확인한 사실이다. 올해도 7월 들어 전국 각지에서 폭염 특보가 잇따른다. 피서 대책이 필요하다.
 

이색 피서지로 뜬 광명동굴
입김 나올 정도로 여름에도 서늘
소셜미디어 명소로 뜬 ‘빛의 공간’
동굴 안에 예술의전당·수족관도

올여름에는 ‘동캉스(동굴+바캉스)’를 추천한다. 계곡물에 발 담그는 것만큼 효과가 즉각적이진 않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땅속의 찬 기운이 몸 전체로 퍼진다. 적막하고 어둑한 분위기가 주는 서늘함도 한몫한다. 경기도 광명동굴로 피서를 다녀왔다. 1년 내내 실내 온도 12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 했다.
  
긴 팔 겉옷을 챙겨라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체험 시설 ‘레인보우 팩토리’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체험 시설 ‘레인보우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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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도심 밖으로 튀었다. 수도권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치솟겠다고 예고된 날이었다. 목적지는 KTX광명역에서 1㎞ 거리의 가학산(200m). 이 옹색한 규모의 산 아래, 천연 냉장고라 불리는 광명동굴이 있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불과 5분 거리. 그래 봐야 야트막한 언덕길이지만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어쩌다 입구 앞에서 유치원 꼬마들 대열에 꼈다. 인솔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동굴 안이 추우니까 감기 안 걸리게 지퍼 채우자, 알았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아이들과 주고받으며 동굴로 들어섰다. 웬걸, 어둑한 동굴로 들자마자 닭살이 돋았다. 어디서 오는 바람인지 물었다. “급격한 온도 차이 때문에, 안에서 밖으로 바람이 계속 밀려 나옵니다”고 박장국 해설가가 말했다.
 
하, 조명 아래서 보니 희미하게 입김까지 보였다. 땀이 식자 등이 서늘했다.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몄다. 그제야 롱 파카를 입은 동굴 직원들이 보였다.  
 
동굴이 시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동굴 안은 태양이나 복사열의 영향을 받지 않아 1년 내내 10~15도를 유지한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훈훈한 온도다.
 
와인 저장고가 동굴에 들어선 것도 같은 이유다. “온도는 낮고 습도가 높아, 와인이 맛있게 숙성된다”고 최정욱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이 말했다. 현재 전국 43개 지역 63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230종의 와인이 광명동굴에서 익어가고 있단다. 불과 20년 전까지는 인천 소래포구에서 판매되는 새우젓의 보관창고로 쓰였다. 동굴 끝자락에서 약수터를 만났다. 1급 지하 암반수를 활용한 식수대였다. 한 모금 들이켰다. 금세 뱃속까지 시원해졌다.
  
일제 수탈 현장? 인스타그램 명소!
 
옛 선광장 모습. 채굴한 광석을 선별하던 장소다.

옛 선광장 모습. 채굴한 광석을 선별하던 장소다.

광명동굴은 겨우 100여 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수억 년의 세월 속에서 빚어진 자연동굴이 아니라는 얘기다. 멀쩡한 산을 1912년 일제가 광산(옛 시흥광산)으로 개발했다. 강제 동원된 농민이 광산에서 금·은·아연 따위를 캤다. 강제노역과 자원 수탈의 현장이다. 그렇게 깊이 275m, 길이 7.8㎞의 동굴이 만들어졌다. 72년까지 채굴된 광석을 선별하던 선광장 시설이 동굴 밖에 남아있다.
 
아무리 봐도 서글픈 역사뿐인데, 동굴은 전혀 칙칙하지 않았다. 자연동굴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조명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데, 광명동굴은 손전등이 필요 없을 만큼 환하다. 인공 동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굴은 ‘사진발’이 안 받는다는 치명적 단점도 비껴 갔다.
 
인증샷을 찍는 20대 커플 틈에 껴서 동굴 사진을 찍었다. 수천 개 LED 조명으로 터널을 만든 ‘빛의 공간’은 루미나리에(빛의 축제)처럼 휘황찬란했다. 광명동굴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인생 사진 명소로 통한다. 인스타그램에 ‘#광명동굴’ 키워드만 7만2000개를 훌쩍 넘긴다. 빛의 공간 배경의 사진이 가장 많다.  
 
공연장으로 변모한 동공(텅 비어 있는 굴)에서는 미디어파사드 쇼가 한창이다.

공연장으로 변모한 동공(텅 비어 있는 굴)에서는 미디어파사드 쇼가 한창이다.

종유석이나 석화 하나 없지만, 볼거리는 되레 더 많았다. 암반수를 끌어올려 만든 ‘아쿠아월드’엔 ‘니모’로 익숙한 흰동가리, 식인 물고기 피라냐 등이 살고 있었다. 40m 길이의 거대한 용과 ‘골룸’ 모형이 서 있는 ‘동굴의 제왕’ 구역은 영화 세트를 방불케 했다.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웨타워크숍이 꾸민 공간이란다. 동공(텅 비어 있는 굴)에선 미디어파사드 쇼가 한창이었다. 영국 출신의 유명 성악가 폴 포츠도 2017년 이곳에서 공연했다.
 
동굴 밑바닥에 공포체험관이 있었다. 귀신을 피해 징검다리를 건너고 미끄럼틀을 타는 간단한 시설. 어둑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서늘한 기운 탓이었을까. 아이들의 비명이 떠나질 않았다.
 
여행정보
광명동굴은 9월 1일까지 야간에도 개장한다. 오전 9시~오후 9시. 동굴 전체를 돌아보는 데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동굴 안 예술의 전당에서 매시간 10·30·50분마다 미디어파사드 쇼가 열린다. 동굴 밖 라스코 전시관에서는 디지털 체험 시설 ‘레인보우 팩토리’를 운영한다. 8월 2~4일 야외 물놀이와 문화 공연을 곁들이는 여름 축제도 열린다. 광명동굴 입장료 어른 6000원, 어린이 2000원.

 
광명=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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