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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규제 혁파 영국도 놀라” 박용만 “기업은 체감 못하겠다”

지난 17일 2019 제주포럼에서 박용만 대한상공 회의소 회장(맨 오른쪽)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의 강연을 듣고 있다. 문희철 기자

지난 17일 2019 제주포럼에서 박용만 대한상공 회의소 회장(맨 오른쪽)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의 강연을 듣고 있다. 문희철 기자

기업은 정부 규제로 애로를 호소하는데, 정부는 규제를 혁파했다고 자랑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규제 개혁에 대한 정부와 기업이 시각차가 여과 없이 표출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44회 제주포럼’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다. 지난 17일 올해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가 기업인의 발목을 옭아맨다”고 호소하며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규제 플랫폼부터 재점검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정부 고위 관계자의 강연이었다. 박용만 회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기업에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 긍정적인 사례로 ‘규제 샌드박스(sandbox)’를 거론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밭에서 노는 아이들처럼, 신기술·서비스가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에 조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제가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서 규제 샌드박스를 설명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사실에 대해서 놀라더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하지만 기업인의 인식은 다르다.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문을 받은 박용만 회장은 “정부는 (규제 개혁을) 많이 했다(고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체감하는 변화가 많지 않다고 한다”며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규제만 없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기업인은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첨예한 사안의 경우,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볼멘소리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는 공유 차량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득권층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경우엔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오히려 규제 해소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모호한 이유로 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 ‘모인’은 지난 1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신청했지만, 정부가 반년째 심의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심의위원들 간의 이견이 있다”며 “추후 관계부처가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박용만 회장은 “당사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소소한 규정을 없애는 것은 결코 개혁이 아니다”라며 “정말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고쳐야 개혁인데, 아직 그 단계에 도달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기업인의 인식은 대외적인 평가와도 일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일 발행한 ‘2019년 구조개혁 연례보고서’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해법으로 규제 완화를 거론했다.
 
보고서에서 OECD는 “한국은 서비스 시장 규제가 국가 생산성 향상을 둔화시킨다”며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만 선택적으로 나열하는 규제 방식인데, 17일 박용만 회장이 언급한 ‘선진국형 규제’와 일맥상통한다.
 
박 회장은 “젊은 기업인이 규제를 넘어서겠다며 읍소하고 사정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며 “젊은 기업인이 애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잘못해서 놓은 덫이 그들의 발목을 옭아매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규제 개혁을 자화자찬하는 정부가 눈감고 있는 기업의 진짜 모습이다.
 
제주=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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