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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맥주보다 맛 좋은데 가격도 싸…캔맥주 전성시대 왔다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1) 
주당인 친가 어른들이 모일 때면 어김없이 맥주 상자가 등장했다. 삼촌들은 캔보다 병맥주가 맛있다면서 늘 병에 담긴 맥주를 샀다. 병맥주가 더 맛있다는데 가격도 캔맥주보다 저렴했다. [사진 황지혜]

주당인 친가 어른들이 모일 때면 어김없이 맥주 상자가 등장했다. 삼촌들은 캔보다 병맥주가 맛있다면서 늘 병에 담긴 맥주를 샀다. 병맥주가 더 맛있다는데 가격도 캔맥주보다 저렴했다. [사진 황지혜]

 
친가 어른들은 하나같이 주당이었다. 아빠부터 삼촌들, 고모, 고모부들까지 자리에 앉았다 하면 끝을 봤다. 명절이나 가족모임 때면 베란다에 맥주병, 소주병 상자를 쌓아놓고 마셨다. 소주와 맥주 사이에 각자 어디선가 공수해온 위스키, 꼬냑을 꺼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형제들이 모두 모여 놀러 갈 때도 차 트렁크마다 어김없이 맥주 상자가 들어있었다. 콘도에 도착해 방으로 상자를 옮기는 게 적지 않은 일이었다. 맥주병 상자는 무거웠다. 어린 우리가 드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또 잘못 다루면 깨지기 일쑤였다. 거실에서 깨진 맥주병의 유리 조각이 몇 년 후까지 나타나곤 했다.
 
단 하나 맥주병의 좋은 점은 사촌 언니들과 빈 병을 낑낑대면서 동네 구멍가게에 들고 가 과자로 바꿔먹을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삼촌들은 일관되게 병에 담긴 맥주를 샀다. 캔보다 병맥주가 더 맛있다고 했다. 캔맥주에서는 쇠 맛이 난다는 얘기도 했다. 병맥주가 더 맛있다는데 가격도 캔맥주보다 쌌다. 병맥주 대신 캔맥주를 고를 이유가 없었다.
 
맥주 품질 유지에 유리한 캔맥주
맥주에 직사광선이나 형광등의 빛이 닿으면 맥주 안의 물질이 변해 고무 냄새가 난다. 맥주병 대부분이 짙은 갈색으로 디자인된 이유도 빛을 막기 위해서다. 갈색 맥주병은 빛을 98%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황지혜]

맥주에 직사광선이나 형광등의 빛이 닿으면 맥주 안의 물질이 변해 고무 냄새가 난다. 맥주병 대부분이 짙은 갈색으로 디자인된 이유도 빛을 막기 위해서다. 갈색 맥주병은 빛을 98%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황지혜]

 
이삼십년이 지난 지금 나는 병맥주 대신 캔맥주를 집어 든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캔맥주를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의 맛은 생산 직후 최고조에 이른 후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린다. 빛이나 산소 등에 의해 맥주 속 물질이 변질되면서 불쾌한 맛과 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걷는다.
 
이를 완전히 막는 것을 불가능하지만,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맥주 맛이 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맥주 맛을 변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인 빛과 산소를 캔맥주가 더 잘 막아주기 때문이다.
 
맥주에 직사광선이나 형광등 등 빛이 닿으면 맥주 안의 물질이 변해 고무 냄새, 방귀 냄새 같은 것을 만들어낸다. 많은 맥주병이 짙은 갈색으로 디자인된 이유도 빛을 막기 위해서다. 갈색 병은 빛을 98% 차단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 운송 비용을 고려해도 캔맥주가 병맥주에 비해 품질 유지에 더 유리하다. 병맥주는 유리 부분과 뚜껑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틈이 벌어져 산소에 노출되기도 한다. 여러 이유로 맥주 업체 중에는 캔맥주만 생산하는 곳도 있다. [사진 pixabay]

제조, 운송 비용을 고려해도 캔맥주가 병맥주에 비해 품질 유지에 더 유리하다. 병맥주는 유리 부분과 뚜껑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틈이 벌어져 산소에 노출되기도 한다. 여러 이유로 맥주 업체 중에는 캔맥주만 생산하는 곳도 있다. [사진 pixabay]

 
초록색이나 투명한 병은 빛 차단율이 갈색병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이에 비해 알루미늄으로 된 캔은 안에 있는 맥주가 빛에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빛 차단율이 100%인 것이다.
 
산소와의 접촉에서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에서 오래된 꿀향이나 눅진한 청사과향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풍미는 맥주가 산소와 접촉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병의 경우 캔보다 산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유리 부분과 뚜껑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틈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 맛뿐만 아니라 제조 비용이나 운송 및 음용 과정을 고려해도 맥주 캔이 더 앞선다. 맥주 캔을 제조하는 비용이 병을 이용하는 것보다 낮다. 또 캔이 더 가벼워 운반이 용이하고 안전하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대형 맥주 회사들이 캔맥주 생산을 늘리고 있고 수제맥주 업체 중에는 캔맥주만 생산하는 곳들도 많다. 
 
주세법 개정으로 캔맥주 가격 인하 기대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용량의 맥주라도 병보다 캔이 비싸다. 병맥주는 병을 수거한 후 재활용하기 때문에 용기 비용이 원가에서 빠져 낮은 세금이 부과된다. 가격 때문에라도 여전히 병맥주를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용량의 맥주라도 병보다 캔이 비싸다. 병맥주는 병을 수거한 후 재활용하기 때문에 용기 비용이 원가에서 빠져 낮은 세금이 부과된다. 가격 때문에라도 여전히 병맥주를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사진 pixabay]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캔맥주는 병맥주보다 천대받았다. 병맥주가 더 고급스러운 맥주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 들어 수입맥주 ‘4캔 1만원’ 마케팅 덕분에 이런 생각이 많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병과 캔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병을 집어 드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주세법 체계상 같은 용량의 맥주일 경우 병보다 캔이 비싸다. 맥주의 원가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병맥주는 병을 수거한 후 재활용하기 때문에 용기 비용이 원가에서 빠져 낮은 세금이 부과된다. 빈 병을 슈퍼, 마트 등 소매점에 갖다 주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캔은 알루미늄을 재활용하기는 하지만 맥주 업체가 이를 수거해 다시 맥주 제조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캔 원가에 세금이 부과된다.
 
내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이제 병에 비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캔맥주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에는 맥주 제조원가에 대해 세금이 부과(종가세)됐지만 이제는 맥주의 양에 대해 세금(종량세)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같은 양의 맥주라면 같은 세금(리터(ℓ)당 830.3원)이 부과된다. 병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소폭 오르는 것에 비해 캔맥주의 경우 리터당 세금이 400원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제조사의 공급가나 도매상, 소매상들의 마진이 관건이겠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 가격의 하락을 예상한다. 
 
모든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맥주 양조장에 방문해 맥주를 캔에 포장해온다면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좋다. 캔 포장 장비는 빛이나 산소를 막는데 최적화된 것이 아니라 맥주를 담기 위한 것이다. 사진은 소형 캔 포장 기계. [사진 황지혜]

모든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맥주 양조장에 방문해 맥주를 캔에 포장해온다면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좋다. 캔 포장 장비는 빛이나 산소를 막는데 최적화된 것이 아니라 맥주를 담기 위한 것이다. 사진은 소형 캔 포장 기계. [사진 황지혜]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분명 더 오래 보관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모든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상대적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맥주 양조장에 방문해 즉석에서 맥주를 캔에 포장해온다면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좋다. 소형 캔 포장 장비의 경우 빛이나 산소를 막는 데 최적화된 것이 아니라 맥주를 알루미늄 캔에 담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맥주보다 맥주 맛은 좋으면서 관리도 편하고 앞으로 가격까지 내려갈 캔맥주를 상자로 사서 친가 어른들과 나누고 싶은 날이다. 이제는 몇 상자든 번쩍 들어 나를 수 있지만 술이 쉬이 줄어들지 않아 흘러간 시간을 보여주겠지…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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