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런 청소기 봤니?" 치과 와서 우는 아이에게 보여준 이것

기자
전승준 사진 전승준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7)
어린이 치과 치료에서는 아이가 신뢰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과에서의 나쁜 기억은 이후 두려움과 불안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아이의 성격과 경험, 보호자의 성격과 처한 환경 등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어린이 치과 치료에서는 아이가 신뢰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과에서의 나쁜 기억은 이후 두려움과 불안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아이의 성격과 경험, 보호자의 성격과 처한 환경 등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어린이의 치과 치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아이가 의료진에 대해서 신뢰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어린이가 치과를 처음 방문했을 때에 느낀 불편한 경험 때문에 당황하게 되고, 이후에 그 나쁜 경험이 두려움과 불안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좋지 않은 경험은 단지 치과에서 뿐만이 아니라 소아청소년과에서 있었던 체험도 마찬가지로 이후의 성공적인 병원, 치과 의료과정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는 하얀 도화지처럼 많은 것을 새롭게 체험하고, 느끼고, 학습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 스트레스를 직면하고 인내를 가지게 되는 부분도 훈련에 따른 성장의 일부분일 수 있으며, 치과에서의 경험도 그럴 수 있습니다.
 
각각 어린이의 성격과 환경, 그리고 그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의 성격과 처한 환경도 모두 개별적이고 다르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치과 진료를 담당하는 치과의사에게는 이런 부분이 매우 쉽지 않은 연구와 노력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 어린이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모식도. 성인 일반 치과와는 다르게 어린이환자, 치과 의료진, 그리고 보호자의 삼자 간 심리적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치과에서 어린이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모식도. 성인 일반 치과와는 다르게 어린이환자, 치과 의료진, 그리고 보호자의 삼자 간 심리적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병원에 작은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옵니다. 그런데 접수과정이 끝나고 검진 차 진료실로 들어가자마자 그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엄마 품으로 파고 들어가서 조금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치과의사가 검진을 위해서 그 진료실로 들어가자 엄마는 아이의 구강을 보여주려고 품 안에 숨어있는(?) 아이를 떼어내려 해보지만 좀처럼 잘 안 됩니다. 그만큼 아이는 필사적으로 엄마에게 매달려 있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치과와 치과 의료진이 본인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닌, 괴물 같은 존재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아이를 눕히려 하지 말고 먼저 왜 이 어린아이가 치과를 무서워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어서 그것을 제거해주는 것이 가장 급선무입니다. 아이와 치과 의료진 사이에 신뢰를 만드는 첫 단추입니다. 아이가 보호자 품에 그대로 안겨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를 억지로 치과 의자에 눕혀서 치료하는 것은 극도의 공포감을 주는 일이다. 한 번 생긴 정신적인 '치과 트라우마'는 그 사람을 평생 괴롭힐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를 억지로 치과 의자에 눕혀서 치료하는 것은 극도의 공포감을 주는 일이다. 한 번 생긴 정신적인 '치과 트라우마'는 그 사람을 평생 괴롭힐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보호자가 아이 입안에 충치가 있는데 치과를 너무 무서워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움을 호소합니다. 이미 여러 치과를 다녀온 후입니다. 왜 이 아이가 이렇게 치과를 무서워하는지 혹시 짚이는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니 잘 모르겠고, 원래 치과를 무서워했다고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매우 많은 이전의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라에서 제공하는 영유아검진을 위해서 처음 치과를 갔을 때 억지로 검진했고, 이후 치과에서 치아가 안 좋다는 설명 듣고 진료를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병원에서 치료 중 움직임에 의한 다침을 막기 위해서 몸을 그물로 고정하고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요. 아는 지인이 치과위생사라 그 치과에 갔는데 원래 아이가 얼굴을 아는데도 입도 열지 않고 거부해서 1시간 가까이 씨름했지만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세히 검진하지는 못했지만 언뜻 봐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고, 급한 거라도 빨리 먼저 치료받고 싶다고 합니다. 약을 먹여서 진정시켜서 하는 방법도 들어보아서 고려해보았는데 천안에 거주할 때 그런 일이 있었던 치과를 다녔고 그 후로 겁나서 치과를 데리고 가지 않아서 더 치아가 상하게 되었다는 내용도 그제야 전합니다.
 
우리는 모두 알아야 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인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치과 의자에 눕혀서 검사하고, 우는 가운데 간단한 처치를 하는 것은 그것이 1~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더라도 모든 것이 새로운 아이에게는 극도의 공포감을 가져오는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악몽’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을요. 한 번 생긴 정신적인 ‘치과 트라우마’는 평생 그 사람을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치과 검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치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즉 이미 발생한 ‘치과 트라우마’ 제거 프로젝트입니다. 이 과정은 매우 느리고 천천히 진행되며,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의료진과 보호자의 인내와 상호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입을 벌리지도 않고 누워보려고도 하지 않으며 보호자 품에 코알라같이 딱 붙어있는 아이에게 먼저 이곳이 본인을 해치려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고 놀이공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하면 효과가 좋은 것은 치과에서 치료할 때 입안의 침이나 물을 빨아들여 주는 기능이 있는 석션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아이와 친해지기입니다. 석션을 아이에게 집의 청소기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컵에 물을 받아서 아이에게 보여주고 그 안의 물을 석션을 이용해서 빨아들여 없어지는 모습을 시연해줍니다.
 
처음엔 그 소리조차 싫어하다가 몇 번 반복되는 과정을 목격하면 아이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해지고 어느새 그 과정을 본인이 직접 해보고 싶어하면서 손을 내밉니다. 이렇게 결코 억지로 시키려는 것이 아닌, 스스로 호기심에 의해서 하나씩 하나씩 설명해주고, 보여주고, 체험하도록 해주는 소위 ‘Tell-Show-Do’ 기법은 마법같이 굳게 닫힌 아이의 마음의 빗장을 열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 몇 분 만에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이전에 받았던 부정적인 경험의 강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내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치과에 한 번 내원해서 5분 정도의 이러한 체험(?)만을 하고 돌아가기를 20~30번 정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많은 부모는 아이를 위한 이런 정도의 기다림을 해주시지 못해서 아이들이 치과에서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치과에서는 현재 아이의 구강 상태, 치료 결정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을 충분히 설명한 뒤, 결정한 방향성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진료를 해야한다. [사진 pxhere]

치과에서는 현재 아이의 구강 상태, 치료 결정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을 충분히 설명한 뒤, 결정한 방향성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진료를 해야한다. [사진 pxhere]

 
현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중증도 이상의 충치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치과 공포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날마다 소아를 담당하는 치과에서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치과 공포로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치료를 한다고 가정하면, 방법은 1. 강제로 몸을 붙들거나 묶기 2. 약을 이용한 진정요법 3. (충치가 더 진행될 수 있지만) 아이가 치과에 마음을 열 때까지 자주 오면서 경험하고 연습하여 스스로 적응해 울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 중에 정해야 합니다.
 
억지로 치료하면 아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약을 사용하면 드물지만 약 부작용이 우려되고, 아이의 적응을 기다려주는 것은 현재의 이상을 더 악화할 수 있는,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도 완벽한 해결방법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치과 의료진이 할 부분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아이의 성격과 상황, 그리고 자신의 바람과 주변 환경을 종합해서 보호자가 치료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결코 의료진이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현재 아이의 구강 상태, 그리고 그 결정을 위해서 꼭 알아야 할 여러 가지 이론과 지식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결정한 방향성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서 이후에도 지속해서 소통을 유지하면서 그 방법을 수행하는 치과가 아이를 위한 가장 좋은 치과가 될 것입니다.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