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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택시 완승' 초래한 국토부의 조급증..."이젠 귀 열어야"

국토부가 발표한 상생안은 택시 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 1]

국토부가 발표한 상생안은 택시 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 1]

 "렌터카를 이용한 플랫폼 택시도 허용해줄 생각이다."(국토교통부 A 간부)
 
 "택시업계의 반대가 워낙 강해서 렌터카는 제외했다."(국토교통부 B 간부)
 
  17일 택시와 플랫폼 간 상생방안을 발표한 국토부는 사실 2~3일 전까지만 해도 렌터카를 활용한 플랫폼 운송사업도 가능토록 해줄 방침이었다. 렌터카를 쓰고 있는 타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발표 전날 분위기가 돌변했다.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렌터카를 쓰면 안 되고 직접 차를 구매해야만 한다는 조항이 생겼다. 타다와 극한 대립을 벌여왔던 택시업계가 렌터카 허용을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가 콕집어 렌터카를 언급한 건 미운털이 박힌 타다를 명백히 겨냥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토부가 발표한 상생안에서 정작 타다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택시업계에서는 플랫폼 운송사업에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연합뉴스]

택시업계에서는 플랫폼 운송사업에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렌터카를 제외한 방안에는 다른 스타트업들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차량 조달 방법을 획일화시킨 탓에 플랫폼 운송시장에 진입하기 더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당초 이들은 정부의 상생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실 상생안의 다른 내용도 택시업계에 많이 치우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생안, 그러니까 서로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방안인데 왜 '택시 완승'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토부의 조급증 탓이 커 보인다. 너무 촉박하게 디데이(D-day)를 잡아 놓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인상이 강하다. 
 
 7월 중에 상생안을 발표하고,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올리고, 내년 초쯤에는 실제 집행에 들어가겠다는 빡빡한 일정을 잡아놨다. 
 
 이 때문인지 국토부는 상생안 발표 때까지 택시업계와 타다 등 플랫폼 업계하고만 대화했다. 둘 사이의 갈등이 워낙 첨예하니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일 수도 있다. 
 
 또 이것저것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목표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통 전문가는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모두 생략됐다.  
 
 국토부 관계자도 "지금까지 택시와 플랫폼하고만 논의했고, 다른 의견은 수렴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택시제도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7일 국회에서 열린 택시제도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처럼 조급하게 하다 보니 숫자가 많고, 목소리가 큰 한쪽에서 강하게 뭔가를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택시업계 말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입김도 빼놓을 수 없다. 여권 내에 내년 총선 전에 택시업계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 결과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택시 완승' '설 자리 잃은 타다' 라는 비판적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전문가는 "국토부가 상생의 큰 틀을 정하는 과정에 갈등의 당사자만 참여시킨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교통 관련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한교통학회 같은 전문가 단체, 그리고 소비자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건 큰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상생안의 총론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귀를 더 넓게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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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촉박하게 짜놓은 일정에도 얽매일 필요 없다. 조급하게 서두른 탓에 이번에도 제대로 된, 서로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상생의 길은 요원해질 수 있다. 
 
 전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를 논의 과정에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또 택시와 플랫폼에 대해 소비자가 바라는 것이 뭔지도 제대로 조사해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만들어 놓아도 정작 소비자가 불편하거나, 비용 부담이 크다면 그건 실패작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이미 밝힌 총론의 틀도 과감하게 깰 각오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이것저것 섞어 놓았지만, 정작 맛은 없는 '어정쩡한 비빔밥' 같은 상생안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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