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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보경쟁국'처럼 대하는 일본, 그들 국익엔 부합하는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안보상 이유라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의 주장에 대해(중앙일보 7월 17일자 1ㆍ5면)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은 17일 “일본은 한국이 안보우호국이 아닌 안보경쟁국인 것처럼 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과연 ‘한국 없는 일본’이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국제사회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인 손 원장은 국제정치학회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손 원장의 인터뷰 발언 요지.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인터뷰 요지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고노 외상은 수출 규제 조치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표현을 쓰든, 이번 조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보복 성격이다. 일본도 이런 조치가 ‘무역의 무기화는 금지한다’는 국제 규범에 저촉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돌려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고노 외상이 ‘폭거’라는 표현을 썼을 때 일본은 이미 준비가 다 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베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낮춰왔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에 대해 썼던 ‘우리나라(일본)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문구를 2015년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로 대체했다.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2018년에는 국방정책보고서와 방위대강에서 안보협력 순위도 낮췄다. 그리고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통해 ‘안보 측면에서 한국과는 함께 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발신한 셈이다.  
이는 갑신정변 실패 뒤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했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ㆍ1835~1901)를 떠올리게 한다. 아베 신조 총리식 ‘탈한론(脫韓論)’인 셈이다.
하지만 과연 탈한은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일본의 탈한 논리대로라면 한ㆍ미ㆍ일 삼각 안보 협력은 이제 불가능하고, 한ㆍ미 동맹과 미ㆍ일 동맹 사이에 교집합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노 외상이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언급하며 필요한 분야에서의 협력은 계속하겠다고 확인한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양국 간 감정싸움이 격화하면 지소미아를 연장한다고 해도 교류되는 정보의 질과 양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직접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도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이처럼 미국이 개입하거나 경제적으로 시장의 경고가 울리기 시작하는 ‘하한가’를 직면하기 전에 양측이 어느 시점에서는 한발씩 양보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 없는 일본’이 성립하지 않듯이 ‘일본 없는 한국’도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본이 계속 강공으로 몰아붙이는 이상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1+1’ 제안(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은 한국에 있다”고 책임을 넘기지만, 지금처럼 공세로 일관해선 한국 정부가 기존 안에 어떤 ‘+α’도 붙일 수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치킨 게임 양상이 이어지며 하한가에 더 빨리 근접하게 될 테고, 이는 양국 모두에 득이 되지 않는 ‘루즈-루즈’의 길이다. 일본은 우선 한국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하고, 한국은 외교적 협의를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상황이 장기화할 때 더 손해를 보는 쪽은 한국일 것이다. 한국이 공세로 맞선다 해도,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이는 한 대 때리고 세 대 맞는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여기서 일본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현재 일본의 공세 타깃은 한국 정부와 대기업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정말 큰 피해는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협력 업체, 중소기업이 입게 된다. 한국 내에서도 경제적 약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법과 규범을 중시한다는 일본이 경제력 우위를 무기로 한국을 압박하고, 결국 약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을 때 한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과거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자동 연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 저변에서 반일 감정이 형성된다면, 이는 양국이 나중에 정치적으로 화해한다 해도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 한국 정부가 관리하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일본이 정치 문제로 민간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이상 ‘양국 국민 간 교류는 활발하게 유지하겠다’는 고노 외상의 의지도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매해 진행하는 한ㆍ일 양국민의 인식 조사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던 2013년 한국민의 대일 호감도는 12%였다. 일본의 보복 조치 전에 이뤄진 올 5월 조사에선 그 수치가 32%까지 올랐다. 20%를 끌어올리는 데 자그마치 6년이 걸렸다. 지금처럼 일본의 공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한ㆍ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아까운 6년을 또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양국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20대 중 42%는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10대는 그 비율이 57%나 됐다. 하지만 양국이 화해하지 못한 채로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를 피부로 체감하기 시작하면 ‘일본이 좋다’고 했던 젊은이들의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일본 젊은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양국 정부가 지금 바라봐야 할 것은 향후 몇십년 동안 한ㆍ일 관계를 짊어질 미래 세대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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