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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살게"라며 돈 뜯어간 영국인, 알고보니 거짓난민

17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해 영국인 행세를 하면서 여성에게 접근해 약 1400만원을 가로챈 모잠비크인 A씨(30)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17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해 영국인 행세를 하면서 여성에게 접근해 약 1400만원을 가로챈 모잠비크인 A씨(30)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말을 걸어와 “한국에서 너와 함께 살고 싶다”던 영국 남성. 선물을 보낼 테니 “통관료만 내달라”던 이 남성의 정체는 난민 비자로 입국해 한국에 거주하던 모잠비크인이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판사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잠비크인 A(30)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는 지난해 7월 난민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경기도의 한 택배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직장 숙소 룸메이트인 B와 C를 알게 됐다. B는 국적 불명, C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었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해 영국인 행세를 하면서 여성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채기로 모의했다. 온라인으로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고 가짜 재력, 외모 등으로 신뢰를 형성한 후 각종 이유로 금전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인 ‘로맨스 스캠’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나는 영국인이다. 당신과 한국에서 살고 싶다”며 “나의 짐과 당신에게 줄 선물을 먼저 한국으로 보낼 테니 통관료를 지불해 주면 나중에 한국에 가서 돌려주겠다”고 거짓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약 14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뜯어냈다.  
 
C는 지난해 10월, B는 올해 4월 각각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로 출국하면서 A만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이들은 여성들에게 빼앗은 돈을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는 “처음부터 일명 ‘닥터 데이비드’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돈을 모두 건네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B와 C가 한국에서 물건을 떼다 아프리카에서 팔고, 판매대금을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기도 했으므로 그들의 사업자금 관리를 도와준다고 알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의 입국 의도부터 의심했다. 난민 신청의 목적이 난민 인정이 아니라 최종 판정 전 강제 출국 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범죄에 가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는 모국 모잠비크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살기도 좋고 난민신청이 가능한 한국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유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떤 나라도 난민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가 난민에 대해 나름대로 충분히 조사할 기회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사유로는 난민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라며 입국 경위에 대한 진술을 허위로 봤다.  
 
또 ‘닥터 데이비드’에 관해서는 자세한 진술을 하지 않는 점도 수상하게 봤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닥터 데이비드에게 돈을 전달했다면 주소나 연락처 등을 밝혀 본인의 떳떳함을 주장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A씨가 범죄임을 알고서도 범행에 가담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금이 전부 회수됐고, A가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한 점을 양형 이유로 참작했다.  
 
로맨스 스캠은 세계적으로 성행하는 신종 범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만 미국에서 1만5000명 이상이 로맨스 스캠에 넘어갔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로맨스 스캠 국제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 조직원 7명이 검거된 바 있다.  
 
경찰과 사이버안전국은 ▶SNS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인터넷상으로만 교제하는 경우 부탁을 가장한 요구에 입금을 금지하며 ▶상대방이 선물 발송을 빙자로 보낸 배송업체사이트 URL 접속을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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