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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이 정부 비판하면 ‘매국’인가

영화 ‘더 포스트’(2017년)에는 베트남전의 실상을 알린 워싱턴포스트와 미국 정부의 갈등이 묘사된다. 이 신문이 보도한 전쟁 상황은 미국 국방부가 국민에게 설명한 것과는 크게 달랐다. 미국 정부는 “국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도를 막으려 했다. ‘이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법원에 보도금지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권력의 일방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으며,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 보장돼야 한다며 워싱턴포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언론의 노력으로 미국 정부의 실책이 널리 알려졌고, 결국 미국인들은 이후 더 좋은 정부를 갖게 됐다. 워싱턴포스트가 미국의 국익을 해쳤다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들은 절대로 수긍하지 않을 주장이다.
 
어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를 향해 “무엇이 한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답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보인 두 언론사의 보도물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 소개되고 있어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해로운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고 대변인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에 대해 “국익의 시각으로 바라봐 주시길 바라는 당부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조국 민정수석도 두 언론사 보도물 일본어 번역판의 제목을 문제 삼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매국적 제목’이라고 비난했다.
 
고 대변인과 조 수석이 예로 거론한 중앙일보  칼럼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은 반일 감정이 앞서 역사적 사실도 왜곡하는 우리 사회의 일부 지식인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두 달 전에 나온 이 글은 일본이 아무리 미워도 사실을 사실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본어판 제목은 ‘무조건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한국’이라고 돼 있다. 원래의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 대변인은 이런 글 때문에 일본인들이 한국 국민의 일본에 대한 여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은 일본어 번역판 사이트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 사이트에는 한국 정부 비판 내용뿐 아니라 ‘일본의 치졸한 경제 보복 현실화되나’ ‘명분·실익 모두 없는 일본의 무역 보복 당장 거둬야’ 등의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도 번역돼 게재돼 있다.
 
고 대변인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니 언론이 한국 정부를 비판하지 않아야 국익이 커진다고 믿는 듯하다. 편협한 시각과 사고가 걱정스럽다.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가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언론관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해국(害國)’ 행위다. 그리고 무엇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를 정치권력인 청와대가 판단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독선(獨善)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잘못된 정책으로 가는 정부를 보고도 언론이 입 다물고 눈치만 보는 게 과연 국익을 위하는 것인가. 중앙일보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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