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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만명이 구독한 채널···원밀리언, K댄스 성지가 되다

1650만명이 구독하는 채널…원밀리언, K댄스 성지가 되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안무가 리아 킴.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웨이브에 반해“ 뱀 11마리, 도마뱀 2마리를 키운다는 그는 20년차 댄서답게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안무가 리아 킴.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웨이브에 반해“ 뱀 11마리, 도마뱀 2마리를 키운다는 그는 20년차 댄서답게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효리(핑클)ㆍ선미(원더걸스)ㆍ현아(포미닛)ㆍ효연(소녀시대)ㆍ씨엘(투애니원)…. K팝 걸그룹 중에서도 ‘춤’ 하면 손꼽히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안무가 리아 킴(김혜랑ㆍ35)을 거쳐 간 제자라는 것. SMㆍYGㆍJYP 등 각각 소속된 기획사는 다를지라도 이들에게는 리아 킴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던 시절이 있었다. 각자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춤으로 무장하던 시기다. 
 
K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리아 킴이 대표 안무가로 이끄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이하 원밀리언)도 K댄스의 성지로 거듭났다. 동영상 플랫폼을 매개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중심축이 옮겨 왔다면, 매일 새로운 안무 영상이 업로드되는 원밀리언의 유튜브 채널은 나도 직접 ‘추는’ 음악으로 신세계를 열었다. 강사와 수강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뿜어내는 에너지 덕분에 개설 4년 만에 구독자 수 1654만명을 자랑하는 강력한 채널로 발돋움했다. 구독자 중 95%가 해외 거주자로, 수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비율도 30~40%에 달한다.
 
선미의 ‘가시나’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리아 킴과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수강생들. [사진 유튜브]

선미의 ‘가시나’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리아 킴과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수강생들. [사진 유튜브]

이는 아이빅히트(2748만)ㆍSM타운(1947만) 등 유명 기획사가 운영하는 공식 채널이나 K팝의 모든 뮤직비디오가 유통되는 원더케이(1723만) 같은 플랫폼에 맞먹는 규모다. 방탄소년단과 엑소 등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팬들처럼 리아 킴ㆍ메이제이 리 등 소속 안무가를 중심으로 한 팬덤도 생겨났다.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여겨지던 춤이 곧 콘텐트가 된 셈이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나이키 우먼스는 최근 리아 킴 등 댄서 6명을 글로벌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세계 대회 1등 해도 밥벌이 안되던 춤”
서울 논현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리아 킴은 “세계 대회에 나가도 관객이 최대 2000명 정도인데 우리 영상을 몇백만, 몇천만명이 본다는 것이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2007년 4DA 넥스트 레벨 세계대회에서 락킹 부문 우승을 차지하고,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팝핀 우승과 락킹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당시 춤을 추는 목표가 1등이 되기 위해서라면, 지금은 함께 즐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고 나니 훨씬 더 내 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됐지만 이곳에 원밀리언의 둥지를 틀기까지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1999년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무대를 TV에서 보고 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연습에 매진했다. 댄스 학원을 섭렵하며 기본기를 마스터한 그는 고교 졸업 후 유명 댄스팀 ‘위너스’에 들어가 영재 육성반을 가르쳤다. 현아·효연·씨엘·민 등이 그 때 만난 제자들이다. 일찍 성공을 맛본 셈이었지만, 그 열매 역시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도 일찍 깨우쳤다. “대회에서 우승하고도 딱 3일 기뻤어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꼽등이가 나오는 지하 연습실과 고시원을 오가는 삶이었으니까요.”
 
리아 킴은 ’팝핀을 오래 춰서 그런지 좀 딱딱한 느낌이 있다“며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종류의 춤을 배우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리아 킴은 ’팝핀을 오래 춰서 그런지 좀 딱딱한 느낌이 있다“며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종류의 춤을 배우고 연습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05년 그가 안무를 짜고 이효리와 함께 춘 삼성 애니콜 광고 ‘애니모션’이 대박이 났지만 생활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댄서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좋지 않았고, 원작자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가수 연습생으로 2년간 시간을 보내거나 ‘위대한 탄생 2’(2011)나 ‘댄싱9’(2013)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웃거린 것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 제자인 효연과 유리에게 심사를 받고 예선 탈락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바닥 치고 올라오니 새 세상 열려”
그는 “그때 바닥을 쳐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같이 춤췄던 사람들은 비아냥거렸지만 되려 제 이름이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됐어요. 그 후 작업한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가시나’, 트와이스의 ‘TT’ 등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누가 안무를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작곡가ㆍ작사가처럼 안무가도 번듯한 직업처럼 인식되기 시작했죠. 사실 그 전까지는 춤춘다고 하면 밥벌이도 못 한다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춤은 취미로나 추는 거지 하면서.”
 
안무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급박하게 이뤄진다. 노래가 완성되고 주어진 시간은 2주 남짓에 불과하다. 그는 “의뢰를 받으면 노래의 캐릭터를 먼저 잡고 진행한다”며 “평소 음악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지만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라고 밝혔다. 영화 ‘블랙스완’에서 모티브를 얻어 ‘24시간이 모자라’를 만드는 식이다. 아이오아이나 에버글로우처럼 처음 만난 경우에는 안무 작업에 앞서 미팅을 통해 최대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그들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 춤에도 녹아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리아 킴은 ’예전엔 춤을 출 때 모자를 썼는데 격하게 추다 보면 항상 모자가 벗겨지거나 머리가 헝클어졌다. 미역 같이 되는 게 보기 싫어 단발로 자르고 나니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리아 킴은 ’예전엔 춤을 출 때 모자를 썼는데 격하게 추다 보면 항상 모자가 벗겨지거나 머리가 헝클어졌다. 미역 같이 되는 게 보기 싫어 단발로 자르고 나니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두손 가득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으니 일도 술술 풀렸다. 그 무렵 어반 코레오그래피에 꽂힌 그는 크롭탑과 레깅스를 입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10㎏을 감량하고, 춤출 때마다 흘러내리던 머리카락도 잘라 버렸다. 실연한 사람마냥 새 출발에 나선 것이다. 내친김에 연습실도 옮기고 이름도 바꿨다. 그렇게 신천 지하실을 전전하던 브레인 댄스 스튜디오를 접고, 볕 잘 드는 지상 3~4층에 위치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가 탄생했다. 공사 대금이 부족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을 닦으면서도 볕 든 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춤을 췄다. 
 
“커피숍 가듯 쉽게 춤추러 오길” 
그는 영상 전문가인 윤여욱 공동대표가 곁에 있어 가능한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저는 춤만 출 줄 알지 사업은 전혀 몰라요. 그런데 윤 대표는 똑똑하거든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기도 했고, 브레인에서 함께 춤출 때도 영상을 곧잘 찍었어요. 2011년 중국 대회에 나갔을 때 어린 꼬마 친구에게 비참하게 졌지만 성과는 있었어요. 미국 YAK 필름에서 ‘너 춤 잘 춘다’면서 허름한 공사장에서 찍어준 영상이 1주일 만에 20만 뷰가 넘는 걸 보면서 이거다 싶었죠. 그때 제가 그걸 보면서 ‘이제 여기가 우리 무대가 될 거야’라고 말했대요. 전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대화의 희열’에 출연한 리아 킴. 안무 창작 외에도 브랜드와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KBS]

‘대화의 희열’에 출연한 리아 킴. 안무 창작 외에도 브랜드와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KBS]

지난달 발간한 에세이 제목도 『나의 까만 단발머리』(아르테)다.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하여 ‘그루브를 타며 직진’도 최종 후보 중 하나였지만 ‘똑단발’로 변신 후 모든 일이 다 잘 되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월세 70만원을 내기 힘들어 전전긍긍하던 이들은 오는 11월 성수동 단독 건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소속 안무가만 20명, 지난해 연 매출 30억원 규모로 커진 지금 그는 이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당초 목표인 ‘원밀리언’은 이미 넘어섰지만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춤출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춤출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에 가듯 출퇴근하다 편하게 들러서 춤출 수도 있는 거죠. 원밀리언은 잘 추는 사람만 간다, 안무가 어렵다 소문이 나서 ‘뉴 비기너’ 과정도 신설하려고요. 사실 훈련을 통해 얻어진 높은 완성도가 K댄스의 장점이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획일화된 모습이 곧 단점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자신에게 심취해 추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춤을 잘 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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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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