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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대 간 축구 전설들, 실력은 무서웠다···군부대 축구 붐업 프로젝트

‘축구판 장성급’ 멤버들이 한국 축구의 붐업과 국군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해 뭉쳤다. 팀 지구방위대FC는 계룡대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군부대 10곳을 찾아 해당 부대 장병들과 승부를 벌인다. 지구방위대FC는 득점 당 50만원, 이어지는 족구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100만원을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사진=양광삼 기자

‘축구판 장성급’ 멤버들이 한국 축구의 붐업과 국군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해 뭉쳤다. 팀 지구방위대FC는 계룡대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군부대 10곳을 찾아 해당 부대 장병들과 승부를 벌인다. 지구방위대FC는 득점 당 50만원, 이어지는 족구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100만원을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사진=양광삼 기자


"와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이 레전드들을 우리 부대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말입니다."

한국 축구의 별들이 군부대에 떴다. 면면만 보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현역 축구대표팀이 와도 밀리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이천수(인천 전력강화실장) 최태욱(축구대표팀 코치) 현영민(JTBC 해설위원) 김태영(전 수원 코치) 설기현(성남 전력강화실장) 송종국(전 해설위원) 등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멤버를 필두로 조원희(JTBC 해설위원) 김용대(은퇴) 김정우(대건고 감독) 김재성(SPOTV 해설위원) 등 2006·2010년 월드컵 멤버가 발을 맞춘다.

여자 20세 이하(U-20) 대표팀 골키퍼 출신 유가은은 홍일점이다. 여기에 조성환(전 제주 감독) 정경호(상주 코치) 박재홍(전 부천 코치) 등도 지원 사격한다. 말 그대로 '축구판 장성급 멤버'가 결성된 셈이다. 팀 이름은 '지구방위대FC' 프로젝트명은 '군대스리가'다.

 
사진=군대스리가 제공

사진=군대스리가 제공


지구방위대가 결성된 이유는 한국 축구(K리그)의 붐업과 국군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지구방위대 프로젝트(맘스터치 후원)는 국방부와 협력했다. 계룡대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군부대 10곳을 찾아 해당 부대 선발팀과 승부를 벌이는 방식이다. 공 좀 찬다는 현역 장병 대 40대 전설들의 결전인 셈이다.

그냥 공만 차는 게 아니다. 지구방위대는 득점당 50만원, 경기 이후 이어지는 족구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100만원을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으로 적립한다. 그렇게 모인 적립금은 오는 10월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후원금 형식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지구방위대는 앞선 두 차례 시즌을 통해 이미 5100만원을 기부했다. 군대스리가 프로젝트의 준비 과정과 경기 장면은 해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다.

지구방위대 선수 겸 감독을 맡은 설기현은 "요즘 한국 축구와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기쁘다. 군대스리가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 분위기를 더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밤낮 없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 여러분과 땀을 흘릴 수 있어서 좋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천수는 "군대에서 축구하는 프로젝트기 때문에 남자들 마음은 이미 사로잡은 것 같다.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면서도 "여심 확보를 위해 경기 전과 경기 도중에 쉴 새 없이 터질 깨알 같은 유머와 아재들의 몸 개그가 준비돼 있다"며 반전 재미를 예고했다. 벤투 감독을 보좌하는 최태욱은 "축구대표팀과 K리그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지구방위대의 첫 훈련 현장은 현역 시절 A매치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선수 겸 감독인 설기현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양광삼 기자

지구방위대의 첫 훈련 현장은 현역 시절 A매치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선수 겸 감독인 설기현의 지휘 아래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양광삼 기자


최근 찾은 지구방위대의 첫 훈련 현장은 현역 시절 A매치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팀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나타난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유니폼으로 환복한 뒤 설기현의 구령에 맞춰 러닝과 스트레칭 그리고 패스 순서로 몸을 풀었다.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뛰었던 골키퍼 김용대는 "현역 시절 다들 한 가닥 하던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대표팀에 발탁되면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모이니 그때 생각도 나서 설렌다. 체력이 전성기 시절 같진 않아서 그때처럼 잘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태욱은 "다들 실력은 선수 시절 그대로다. 앞으로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예상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들 중후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 꽃미남으로 통했던 용대 형은 꽃아저씨로 늙었다"고 농담했다.
 
완벽할 것 같던 지구방위대도 약점은 있었다. 이날 연습 상대였던 대건고와 경기 전반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체력 문제다. 은퇴 이후 수년이 지난 일부 레전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까지 현역으로 뛴 조원희와 현영민이 힘내면서 해결됐다. 작년까지 수원에서 미드필더로 뛴 지구방위대의 막내 조원희는 "왜 나만 시켜"라고 투덜거리면서도 특유의 체력과 활동량으로 중원을 완벽히 장악했다. 현역 시절 수비수였던 현영민은 측면을 누비며 쉴 새 없이 크로스를 시도했다. 송종국도 예외였다. 꾸준한 자기 관리를 이어 온 그는 선수 시절 못지않은 날카로운 움직임을 자랑했다.

마무리는 역시 이천수였다. 그는 동료들이 측면과 후방에 찔러 준 패스를 받아 여러 차례 번뜩이는 슛으로 연결했다. 현역 시절 뛰어난 킥 능력과 압도적 드리블 돌파가 주 무기였던 이천수는 녹슬지 않은 슛 감각을 선보이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다만 드리블 상황에선 헐떡이는 장면을 자주 연출해 동료들의 장난 섞인 지적을 받았다.
 
 
지난 15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지구방위대 FC와 육군 2군단 장병의 축구대회에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5일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지구방위대 FC와 육군 2군단 장병의 축구대회에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소 장난기 많기로 유명한 조원희는 "상무 입대는 형들 통틀어 내가 가장 빠르다. 군번으로 따지면 다들 까마득한 후배들이다. 군대에서 축구하는 건 내게 꼭 맞는 옷을 입고 뛰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원희는 2003년 광주 상무에 입대한 예비역 병장이다. 그는 이어 "천수 형의 배를 보면 마라도나와 비교될 만큼 많이 나왔다"면서 "영민이 형, 태욱이 형은 몸 관리를 잘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을 보면 내가 수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기현은 "천수가 수비를 안 해서 걱정"이라면서도 "선수 때처럼 쉽게 공을 차면 못 뛰어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영민은 "현역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연이 돼야 한다"면서 "축구팬들에게 숨은 공격력과 트레이드마크인 '경운기 드리블'을 자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지구방위대는 15일 열린 육군 2군단 장병들과의 축구대회에서 20대 현역 장별들로 구성된 부대 선발팀을 압도했다. 경기에 앞서 참가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구방위대는 15일 열린 육군 2군단 장병들과의 축구대회에서 20대 현역 장별들로 구성된 부대 선발팀을 압도했다. 경기에 앞서 참가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며칠 이후 찾은 한 부대와 공식 맞대결 현장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최고의 스타로 불렸던 선수들답게 탄탄한 몸과 든든한 체력으로 무장돼 20대 현역 장병들이 주축인 부대 선발팀을 압도했다. 줄곧 한 팀에서 손발을 맞춘 선수들처럼 척척 들어맞는 패스와 조직력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부대 관계자와 장병들은 "앞으로 축구대표팀 욕을 하면 안 되겠다. 아무리 레전드라도 은퇴한 선수들인데, 저렇게 잘하면 현역 국가대표와 K리그 선수들은 얼마나 잘하는 거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기 이후 설기현은 "그동안 축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더 열심히 보강해서 축구팬들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 이후 땀범벅이 된 이천수와 조원희도 한목소리로 "지금까지 해 왔던 게 축구고 잘할 수 있는 게 축구다. 축구 관련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 싶다. 우리가 뛰는 모습이 K리그 붐업과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 20대 청춘과 그라운드를 누비니 우리도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며 활짝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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