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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내년 총선 무조건 이긴다는 경제결정론에 빠져 있다”

전임 지도부 눈에 비친 지금의 한국당은?
자유한국당 전현 지도부의 발길이 대구로 향했다. 황교안 대표는 16일 대구의 한 중소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들은 뒤 '대구 경제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의 대구 방문은 ‘민생투쟁 대장정’ 이후 67일 만이다. [뉴스1]

자유한국당 전현 지도부의 발길이 대구로 향했다. 황교안 대표는 16일 대구의 한 중소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들은 뒤 '대구 경제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의 대구 방문은 ‘민생투쟁 대장정’ 이후 67일 만이다. [뉴스1]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20% 내외의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황교안 대표 취임 전 10%대에서 장외투쟁과 함께 25%까지 올랐다가 ‘엉덩이춤’ 논란 등이 불거지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황 대표의 개인 지지율도 주춤한 상태다. 최근엔 당과 비슷한 지지율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이낙연 총리에게 내줬다. 더 중요한 건 65%까지 치솟은 당의 비호감 지수다. 정권에 대한 불만은 팥죽 끓듯이 여기저기서 부글거리는 데 반사적 이익 대상인 한국당은 왜 뜨지 못하는 것일까.
  

“지지율 20%선 박스권에 갇히고
셋 중 두 사람이 비호감 말하지만
당이 기대는 건 그저 반문 정서뿐
보수 통합, 인적쇄신 없인 어려워”

대부분의 한국 유권자에게 부동의 선택 기준은 지역과 이념이다. 이념 성향상으론 보수와 진보, 중도가 1대 1대 1로 할거하는 삼분지세에 가깝다. 그래도 선거는 언제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승자 독식의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기회가 없는 일부 중도 유권자는 부동층이자 스윙보터로 남게 된다. 대략 10% 정도의 무당파층이다.
 
애초에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후보가 없거나 있어도 사표가 될 게 뻔한 만큼 이들에겐 통상 지지보다 반대의 에너지가 더 강력하다. 김대중이냐 이회창이냐의 선거라기보다 DJ냐 반DJ냐, 이회창이냐 노무현이냐가 아니라 친창(이회창)이냐 반창이냐의 구도로 전개된 대선판이 그랬다. 반 이회창 세력은 아무 연결 고리 없는 이인제와 노무현, 정몽준에 이어 다시 노무현 사이를 ‘이회창을 꺾을 수 있는 가능성’만을 놓고 쉽사리 오갔다.
 
우리 선거판에서 화풀이 대상이 된다는 건 큰일 날 일이다. 비호감도로 표현되는 경고는 그런 혼내주겠다는 사인이다. 물론 정치판에 어느 정도의 반대란 불가피하다. 경우에 따라선 반대 세력이 오히려 자신의 힘을 유지 시키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호감 대비 비호감도가 2배 정도를 넘어서는 선거면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정당에서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때 들이대는 교체지수가 대략 이 정도 수치다.
 
그런데 한국당은 지금 호감 대비 비호감도가 3배를 넘어섰다. 눈을 부릅뜬 스윙 보터가 많다는 뜻이다.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쪼개졌던 한국당 지지층은 대략 3분의 2 정도 복원됐다고 한다. 탄핵 사태 이전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 ‘현재도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60%로 탄핵 직후의 28%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탈 보수층은 여전히 화를 풀지 않고 있다. 압도적인 물갈이가 이들이 복귀할 명분인데, 친박 신당 얘기가 무성한 탓에 물갈이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대구·경북 징검다리포럼’ 발대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대구·경북 징검다리포럼’ 발대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황교안 체제 출범 전 ‘확 바꾸겠다’며 출범한 김병준 비대위도 비슷한 딜레마로 힘겨워했다. 결국 확 바꾸지 못했다. 비대위 사무총장이었던 김용태 의원에게 물었다.
 
김용태

김용태

한국당 지지율이 왜 박스권에 갇혔다고 보나.
“국민이 기대하는 변화와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 내년 총선은 무조건 이긴다는 경제결정론에 빠져 있다. 현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현재 여론 지지율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5%, 민주당은 10% 정도 과대 포장됐다고 보는 게 당의 일반적 판단이다. ‘지금 여론만으로도 뒤질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분만 피하고 조심조심 실수 안 하는 게 최선이란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야 돌파구 마련이 어렵지 않겠나.
“당의 혁신이나 중도통합 빅텐트와 같은 얘기는 아예 꺼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놓고 나오는 외부의 충고나 전망은 당내에선 아예 귀담아듣지 않는다. 마치 문 대통령이 경제가 엉망이란 인식과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인적 쇄신 가능성은 어떨까.
“인적 쇄신없이 총선을 치를 수는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조심하는 분위기에다 지금은 ‘홍문종 쇼크’까지 더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수가 우리공화당으로 이젠 상수가 돼 버려 내부 분열을 일으킬 어떤 빌미도 만들지 않겠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혔다. 황교안 대표가 취임할 때 만해도 어떤 칼을 휘두를지 몰라 무서워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의원들이 ‘함부로 자르지 못할 것’이란 계산을 한다. 황 대표 입장은 어려워졌다.”
 
김병준 비대위도 대대적 물갈이에 실패했지 않았나.
“그때 비대위는 정치 일정상 총선 공천으로 연결시킬 수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한국당은 현실적으로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유일한 정당이다. 황교안 대표 초기만 해도 기대가 있고, 장외 투쟁으로 보수층과 일부 중도보수층이 합류해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한국당에 대한 반대를 약화시키는 노력과 목소리는 크지 않다. 지금의 한국당에게 야당으로 압승했던 2000년 16대 총선과 1996년 15대, 2016년 20대 총선은 참고 사례다. 전혀 다른 총선 결과가 한국당의 운명과 한국 정치를 정반대로 돌려놨다.
 
15대와 20대의 두 총선은 일단 집권 4년 차에 여당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영삼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임기 종료 1년을 앞두고 서였다. 하지만 공천 방식은 정반대였다. 1996년 신한국당은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전략공천, 2016년 새누리당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상향식 공천으로 총선을 치렀는데 신한국당은 압승하고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김대중 정권 3년 차에 한나라당으로 나선 2000년 총선도 압승의 주된 힘은 이회창 총재의 파격적인 물갈이 공천이었다. 내년 총선 역시 집권 3년 차에서 4년 차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치러진다. 일차적으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도를 털어내자면 보수 몰락에 책임 있는 인사들의 사퇴와 총선 불출마가 줄을 이어야 한다.
 
문제는 꿈틀대는 친박 신당이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모아야 할 힘을 분산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합하면 필승, 분열하면 필패’란 선거판 공식엔 예외가 없다. 정권이 실정을 반복하더라도 분열된 야권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백약이 무효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한다고 알려진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에게 물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나.
“당과 국가 운영, 나라 경제가 모두 답답해서 걱정하고 있다. 어떤 역할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처와 함께 대구 정치가 무너졌는데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기여해 달라는 대구 의원들의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TK 신당이 정말로 생긴다고 보나.
“박 전 대통령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야권 분열로 박 전 대통령에게 좋을 건 또 무엇이 있겠나. 다만 중간에 한국당을 흔들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분들의 개인 욕심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어떤 식으로든 분열은 막아야 한다.”
 
인적 쇄신 실패가 한국당이 뜨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되는데 분열은 무조건 안 된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지 않나.
“지금 한국당의 문제는 보수 통합 못지않게 내부 혁신이다. 한국당이 지지부진한 건 새로운 걸 보여주거나 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잘못이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가치 정당,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계파 갈등이 부각된다. 앞으로 보고 나가면 된다.”
 
황교안 대표는 인적 쇄신에 나설까.
“지금 지도부가 과거 양김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것도 아니고 차기 대선의 강력한 주자로 부각된 것도 아니고 또 막강한 힘이 있는 집권 세력도 아니어서 인적 쇄신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건 당연하고 합리적인 의문이다. 걱정이다.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친박 정리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인적 쇄신에서 과거를 기준으로 삼는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한국당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지를 분명히 하고 그 기준에 따르면 된다. 친박 중에서도 역량과 가치관이 훌륭한 분이 많이 있고 탈당파 중에서 그렇지 않은 분도 많다.”
 
총선 전망은.
“한국당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야권 분열이 부담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많았는데 혜택이 줄어드는 걸 두려워하는 분의 숫자도 워낙 많다. 북한 변수도 있다. 한국당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진 않을 거다.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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