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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1위 노린 삼성 1조8000억 장비, 日에 발목잡혔다

반도체 업계에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소재 수출 제한이 장기화하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를 하겠다며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반도체 비전 2030'이 출발 단계부터 휘청일 수 있어서다.
 

다품종 소량생산 파운드리 사업
일본 포토 레지스트 규제 치명적
1조8000억 장비 개점휴업 위기
“1등은커녕 사업 장담 못할 상황”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뒤 EUV동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뒤 EUV동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5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선 비메모리에서 1등은커녕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느냐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연구·개발자) 100명이 1조원도 벌 수 있는 분야가 메모리라면, 비메모리는 1000명이 100억원도 못 벌 수 있는 분야"라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거둔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비메모리에 적용해 손쉽게 1위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소재 공급 제한이 불거져 사업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끼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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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는 신뢰 비즈니스, 소재 없인 확장 불가 
업계에선 비메모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신뢰'를 꼽는다.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인 비메모리는 완성품에 따라 요구되는 제품 사양이 천차만별이다. 비메모리 제품의 특성이 '다품종 소량생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메모리 분야는 다품종을 만들다 보니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팹리스)와, 공장을 돌려 설계대로 생산만 해주는 파운드리(위탁생산)으로 나뉘어 발전해 왔다. 
 
이중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눈독을 들여 왔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스펙의 제품을 만들어줄 때 고객과 신뢰가 쌓이고 재주문이 몰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 제품은 주문한 고객사 완성품의 중요 부품으로 들어간다"며 "엔진 납품을 못 받으면 자동차 완성품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입장에서 납기 일정이 불확실한 업체에 핵심 부품의 주문을 맡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신뢰가 중요한 이유다. 납품 기일 준수는 소재의 원활한 공급 없이는 불가능한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해 소재 하나를 들여오는 데 90일씩 걸리면 글로벌 업체들의 주문이 뚝 끊길 우려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진짜 실력"은 파운드리 장비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치명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분야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경쟁 상황을 들여다보면 더 두드러진다. 2007년만 해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 세계 4위에 그쳤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기준 19.1%로 2위까지 급성장했다. 대만의 TSMC(48.1%)와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줄여가는 중이었다.
양 사는 최근 공정 미세화(7나노 이하)에서 일종의 '메이저리그'를 형성했다. 경쟁사였던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막대한 투자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밀려나면서 7나노 이하 비메모리는 삼성과 TSMC, 둘만의 경쟁 시장이 됐다. 이 시장에서는 네덜란드산 극자외선(EUV) 설비 확보가 필수다. 지난해 네덜란드 ASML은 EUV 장비를 30대 생산했는데 TSMC가 18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장비를 대부분 샀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당 1500억원 장비이므로 12대를 샀을 경우 투자액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장비를 활용한 제조 공정에 쓰이는 포토 레지스트를 이번에 일본이 수출 제한 조치 품목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올 초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문 대통령이 반도체 시장 상황이 어렵냐고 묻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한 적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이 부회장의 답변은 바로 이 장비 확보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며 "선제적 투자로 시설을 확보하고도 정작 예상못한 소재에서 발목이 잡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재 공급 제한이 지속하면 1조 원대 장비가 서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삼성전자는 EUV용 레지스트를 일본의 JSR, TOK 등에서 대부분 납품받는다. 글로벌 화학사인 다우케미칼 등도 일부 생산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선 일본업체의 기술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메모리가 메모리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비메모리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메모리보다 이점이 있다. 메모리는 자동화된 장비가 소품종을 대량 생산으로 공장에서 찍어내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협업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지 않다. 소규모 연구진이라도 웨이퍼에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에만 성공하면 천문학적 돈을 벌 수 있다. 반면 비메모리는 제품군이 다양해 소규모 설계 회사들이 등장할 여지가 많다. 미국에서는 인텔, 퀄컴, AMD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설계 업체들이 거대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3대 수출 제한 품목 가운데 불화수소(에칭가스)의 국산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국내 기술진들이 모두 달려들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향후 포토 레지스트의 수입 재개 여부가 파운드리 산업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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