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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와 트집 혹은 무지···日수출규제 근거 팩트체크 해보니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 12일 도쿄에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이번 수출 규제 강화의 근거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한국의 ‘캐치올(Catch All·전략물자·민수물자를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에 있는 국가에 대한 수출규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 최근 3년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양국 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는 점, 한국 기업이 반도체 소재 3대 품목에 대한 납품기한을 짧게 요청하는 데 따라 일본의 수출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과연 합리적인 이유였을까. 일본 측의 주장을 팩트 체크했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 12일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 12일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연합뉴스]

2003년부터 16년간 적용 중인 ‘캐치올 제도’
먼저 캐치올제도다. 일본 측은 회의에서 한국의 캐치올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후지TV·산케이 신문 등 일본 언론이 지난 4년간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 물자를 156차례 한국이 밀수출했다고 주장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전략물자 통제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량살상무기 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캐치올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를 제외하고 있는 일본보다 범위가 넓다. 2003년 1월 해당 제도를 도입해 올해로 16년째다. 류세희 전략물자관리원 제재대응실장은 “과거 이란 등에 대해 공작기계 등 다수의 민수물품에 대해서 캐치올 규제를 시행한 사례가 있다”며 “비밀준수 의무를 지키는 조건으로 사후조사를 하거나 문제가 되는 물자 수출을 반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진행된 전략물자(탄창) 불법 수출한 전 현직 군 간부 등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가 증거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이 외에도 한국은 민수물자에 대해서도 캐치올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지난 2015년 5월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진행된 전략물자(탄창) 불법 수출한 전 현직 군 간부 등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가 증거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이 외에도 한국은 민수물자에 대해서도 캐치올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캐치올 제도에 따라) 수출 이후에도 민수물자 등을 무기로 전용할 징후가 포착되는 경우, 해당 국가에 재차 허가를 신청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연간 10여건 심사를 진행하는 등 일본보다 오히려 캐치올 제도 운용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된 27개국 이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캐치올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사후보고 의무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日 경산성 측 매년 만나…3월 이후 양자 협의 하기로 합의
2016년 이후 양자 협의가 중단돼 신뢰가 훼손됐다는 주장은 어떨까. 전략물자 통제와 관련한 양자 협의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총 6차례 이뤄졌다. 마지막 협의는 2016년 6월 국장급으로 이뤄진 협의였다. 그러나 2018년 2월에는 일정만 조율하고 실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6년 6월 이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맞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양자실무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양자실무협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그러나 정부는 “그러나 올해 3월 이후 양자 협의를 갖자고 지난해 말 이미 합의를 한 만큼, 양자 협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며 “그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양측이 상호 날짜를 조율했지만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방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자 협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한국 측은 2013~2018년까지 매년 아시아 수출통제 세미나를 갖고 일본 경제산업성과 접촉해왔다. 2016년과 2018년에도 서울에서 산업부 무역안보과장과 일본 경산성 측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별도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 때문에 협의가 없어 양국의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납기일, 韓-日 기업 간 문제…포괄허가 기간은 日 국내문제
일본 정부는 1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돼 있는 반도체웨이퍼. [사진 뉴스1]

일본 정부는 1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에 쓰이는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돼 있는 반도체웨이퍼. [사진 뉴스1]

한국 기업의 짧은 납기 요청으로 인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관리 미흡 문제는 원인과 결과가 따로 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수출 규제 품목에 해당하는 포토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포괄허가 대상이다. 정부에 개별 허가를 거치지 않아도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 수출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허용한 것이다. 갱신 주기는 3년에 한 번이며 해당 절차에는 90여일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 허가는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다. 전략물자관리원 측은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일본 정부에 허가 절차를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일본 측이 언급한 납기일을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요청한 것이라 해석하더라도, 이는 기업과 기업 간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화이트 리스트 품목 전체를 개별허가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한편 산업부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견수렴일이 24일까지”라며 “이후 각의 결정을 거쳐 공포 후 21일이 지난날부터 (화이트 리스트 배제가)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24일 이전, 양국 수출 통제 당국자 간 회의를 추진 중이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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