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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멜 사람?” 소령 압력에 말년 병장이 허위로 자수

거동수상자에 대한 허위자수 사건이 발생한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에서 지난 12일 부대 관계자가 출입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동수상자에 대한 허위자수 사건이 발생한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에서 지난 12일 부대 관계자가 출입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사는 경계 근무 중 음료수를 사 오겠다며 이탈했다. 장교는 이게 문제가 되자 병사들을 상대로 허위 자백을 권유했다. 장군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 기강 해이, 은폐 시도, 상황 파악 불능이라는 세 가지의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꺼번에 등장한 ‘총체적 난국 3종 세트’ 종합판이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으로 군의 은폐·축소 의혹과 경계 실패가 드러나 정부가 합동조사를 실시해 국민에게 사과한 지 하루 만인 지난 4일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지난 4일 발생했던 ‘거동수상자 사건’과 관련해 A소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부대의 B상병은 검거됐다.
 
◆초소 벗어난 경계병 2년 이하 징역형=지난 4일 오후 10시2분쯤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 내 병기탄약고 초소의 경계병이 40~50m 지점에서 거동수상자를 발견했다. 거동수상자는 경계병의 수하에 불응한 채 도망쳤다. 부대에 비상이 걸려 수색작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거동수상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12일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 25명 등으로 수사본부가 구성됐다. 다음날인 13일 거수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당시 병기탄약고 초소 근처의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B상병이었다. 그는 경계를 함께 섰던 후임 상병에게 “음료수를 사러 잠깐 자판기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초소를 이탈했다. 소총은 초소에 내려놓고, 전투모와 전투조끼 차림이었다. 경계 초소로부터 200m 정도 떨어진 생활관으로 들어가 자판기를 찾았다. 그러나 현금카드의 잔액이 부족해 음료수를 구하진 못했다. 그리고 경계 초소로 되돌아가다 병기탄약고 초소 경계병에게 발각됐다. B상병과 동반 근무자는 “두려운 마음에 자수하지 못하고 근무지 이탈 사실을 숨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본부는 B상병과 동반 근무자에 대한 법리를 검토 중이다. 평시 경계병이 정당한 이유 없이 초소를 벗어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허위 자백 종용한 장교=5일 오전 6시쯤 2함대사령부의 A소령은 생활관을 찾아 당시 근무가 없던 병사 10명을 모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고생할 것 같다. 누군가 스스로 총대를 메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A소령은 C병장을 지목해 “한번 해 볼래”라고 권유하자 C병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C병장이 나섰다고 한다. C병장은 당일 오전 9시30분 거동수상자를 찾는 2함대 헌병대대 조사에서 “담배를 피우다 병기탄약고 경계병이 수하를 하자 놀라서 생활관 뒤쪽으로 뛰어갔다”고 거짓말을 하며 자수했다.
 
하지만 2함대 헌병대대가 9일 오전 11시쯤 CCTV 분석에 나서며 허위 자백임이 드러났다. C병장을 불러 허위 자백 경위를 확인한 뒤 A소령을 형사입건했다. 조사 결과 A소령은 C병장에게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북한 목선 사건 이후 해군이 경계 근무 강화로 많이 피곤한 상태”라며 “A소령이 좀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군 2함대사령부 체력단련장 관리원의 소유물로 확인된 오리발 등 수거품.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2함대 울타리 아래에서 ‘의문의 오리발’이 발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해군]

해군 2함대사령부 체력단련장 관리원의 소유물로 확인된 오리발 등 수거품.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2함대 울타리 아래에서 ‘의문의 오리발’이 발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해군]

◆지휘부에 늑장 보고한 해군=국방부는 14일 보도자료를 내 4일 상황이 신속히 군 지휘부로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해명은 이렇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4일 거동수상자 상황에 대해 5일 구두보고를 들었다. 하지만 이어진 허위 자백 종용은 9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에게까지만 보고됐다. 작전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합참의 작전본부에만 알렸다는 설명이다. 이 사건은 장교가 힘없는 병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사실을 조작하려 했던 은폐 시도 사건이었는데도 군 수뇌부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방부와 합참이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박 의장은 사건 발생 후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11시26분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으로부터 전화로 질문을 받은 뒤에야 허위자백 종용사건을 알게 됐다. 박 의장은 관련 사실을 확인한 뒤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국회 예결위에서 “오늘 아침 9시 반에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일회성이 아니라 군 내부에 쌓여 왔던 기강 해이와 상습적 은폐 시도가 더는 가려지지 못하고 바깥으로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성 장군 출신의 예비역 장성은 “이번 사건은 군율을 준수하지 않고 대충대충 모면하면 된다는 풍조가 병사부터 지휘관까지 군 전반에 퍼졌음을 보여준다”며 “일선 지휘관이 병사를 종용해 은폐에 가담시키는 걸 보니 잘못이 있으면 일단 덮고 보려는 게 군의 문화가 된 것 아닌가”라고 한탄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혹여라도 최근 남북 간 정세 변화로 전반적으로 군대 내부의 긴장감이 떨어진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군 기강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조속히 군 기강 확립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은 이미 지난달 15일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에 대해 세 번이나 사과하면서 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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