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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찾아 ‘12척 배’ 즉석 언급한 까닭은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도쿄에서 일본 측 카운트파트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후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도쿄에서 일본 측 카운트파트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후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지난 12일 오후 2시 도쿄 경제산업성 별관 10층. 한·일 양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놓고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작은 창고 같은 회의실 테이블 위엔 명패도, 음료수도 없었다. 파손된 의자들이 회의실 구석에 쌓여 있었다.  
 
5시간50분간 말을 주고받았지만 남은 것은 “금명간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는 일본의 통보뿐이었다.
 
#2.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10번째 전국 경제 투어로 무안의 전남도청을 찾았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관례에 따라 행사 2시간 전인 오후 3시40분쯤 취재진에게 배포됐다. 그런데 연설 때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는 발언이 나왔다. 원고에 없던 표현이었다.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직접 삽입한 것이다. 도쿄 한·일 실무 협상에 응하는 일본 측의 태도가 알려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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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면은 상징적이다. 외교 사절에 대한 환대가 특기인 일본은 창고 같은 곳에서 한국 대표단을 맞는 모습으로 또 다른 외교를 했다. 한국은 문 대통령이 직접 ‘12척의 배’를 언급했다. 보기에 따라 ‘전의(戰意)’를 다지는 모양새다. 이렇게 한·일 관계는 지금 잔뜩 날이 서 있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내용도 참모진이 얼개를 잡은 초안엔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번 주를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 기간이라고 본다. 먼저 18일부터 21일 사이가 ‘1차 변곡점’이다. 18일은 일본의 추가 제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날이고, 21일은 참의원 선거일이다. 추가 제재를 할지, 한다면 어느 수준일지, 참의원 선거 결과가 어떨지, 일본의 공식 메시지 등을 본 뒤 향후 한국의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의 시각은 낙관보다는 비관에 가깝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처음엔 참의원 선거를 노린 도발 정도로 보다가, 곧 우리 반도체 산업의 장기 경쟁력 약화를 노린 문제로 봤지만, 지금은 동아시아 판 전체를 흔드는 시도로 본다”고 말했다.  
 
남북과 북·미 관계 재설정 등 격변기에서 위기를 느낀 일본의 계획된 도발이란 것이다. 청와대가 청와대·정부·기업 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문 대통령이 ‘장기화’를 언급하는 건 이번 문제가 쉽게 매듭지어질 성격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최근 한·일 관계는 경제영역에 국한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선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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