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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성범죄 무죄났다고 무고죄 처벌?

이수정 사회1팀 기자

이수정 사회1팀 기자

두 달 전 힙합 가수 정상수(35)씨가 대법원에서 준강간 혐의 무죄를 확정받았다. 정씨는 지난해 4월 만취한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CCTV 화면 등에 의하면 당시 여성을 항거불능 상태로 볼 수 없다”며 정씨가 무죄라고 판결했다. 무죄 확정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정씨를 신고한 여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해라” “무고한 여성도 신분을 밝혀라”는 여론이었다. 정씨가 성범죄 혐의자로 사회적 손해와 법적 어려움을 겪었으니 이런 빌미를 제공한 신고자도 이른바 ‘역고소’를 당해야 마땅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신고한 성범죄가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바로 신고자를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직장 선배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불기소처분을 받고 선배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당한 부현정(34)씨 사례다. 대법원은 무고죄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소극적 증명이 아닌 적극적 증명이 필요하다고 썼다. 즉,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는 요건을 검사가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신고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무고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소극적 증명만으로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고의 대상이 된 사건이 어떤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지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당시 강제추행 불기소 처분(무혐의)을 내린 검사는 증거불충분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형사제도에서 무죄나 무혐의라는 것은 그 사람의 완전무결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사람이 100% 죄를 지었다고 볼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설령 의심은 가더라도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선고가 가능하단 말이다. 이는 그대로 무고죄에도 적용된다. 신고 사실이 허위라고 입증이 되어야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진실성을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점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적극적 증명은 어떤 식으로 가능하다는 걸까. 이달 초 서울동부지법에서 무고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A씨는 아르바이트 회사 대표 B씨로부터 강제추행 등을 당했다며 신고했는데 B씨는 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A씨는 무고죄로 법정에 서게 됐다. A씨는 “B가 택시에서 내 엉덩이를 만졌다”고 신고했는데 당시 택시에 동석한 사람들은 수사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사실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택시에서 A씨는 홀로 조수석에 앉았고 B씨는 뒷자리에 양옆 사람 사이에 끼인 채로 앉았다. B씨 양옆에 앉았던 증인들은 “엉덩이를 만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만지는 걸 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법원이 당사자와 증인의 일관된 진술로 A씨의 무고가 적극적으로 입증됐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한 셈이다.
 
그럼에도 “성범죄는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 판결이 나오는데 무고는 왜 적극 입증해야 하는가”라는 주장은 끊임없이 나온다. 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는 “성범죄든 무고죄든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며 “형사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무고죄 입증 정도를 낮춰 무고 처벌이 쉬워진다면 오히려 잃게 되는 것은 내가 피해를 호소하고 구제받을 권리일 수 있다. 피해를 입고도 오히려 무고로 몰릴까 우려하는 한 명의 피해자를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
 
이수정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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