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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의 유레카, 유럽] ‘트럼프 아바타’ 존슨 영국 총리 유력…‘위험한 밀월’ 예고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은 23일쯤 새 영국 총리로 발표될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은 23일쯤 새 영국 총리로 발표될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영국이 새 총리를 갖게 되는 건 좋은 소식이다.”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자신의 행정부를 “무능하다”고 평가한 전문 내용이 알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분노를 쏟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다리는 총리는 영국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다. 지난해 7월 영국 방문 때 메이 총리의 입지를 흔들던 존슨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내정 간섭 논란을 낳았다.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둔 지난 5월 말 더선과 인터뷰에서 또 “(존슨이) 총리를 아주 잘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의 바람대로 새 영국 총리는 존슨 전 장관으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보수당 지지 사이트인 컨서버티브홈닷컴은 당 대표 선거에 투표한 이들을 조사한 결과 72%가 존슨을 택했다고 전했다.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이 28%를 얻었지만, 남은 선거인단 투표와 관계없이 승부가 끝났다는 얘기다.
 
23일께 존슨 전 장관이 차기 총리로 발표되면, 트럼프는 유럽에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유럽의 주요국인 영국의 총리에 친(親) 트럼프 인사가 등장하면 미국과 유럽 간은 물론이고 대이란 정책 등 국제 정세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국가주의와 포퓰리즘 성향의 지도자 간에 ‘위험한 밀월’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트럼프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리더가 유럽에 등장하는 것에 관심을 보여왔다. 2017년 프랑스 대선 때 극우 성향 마린 르펜 현 국민연합(RN) 대표를 지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로 무산됐지만, 트럼프의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이 최근 유럽의회 선거 때 파리에 머물며 르펜을 지원했다. 반난민 정책을 펴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극우 정치세력이 확산하고 있지만, 영국 같은 주요 국가에 ‘트럼프 스타일’ 정상이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존슨’ 궁합은 대서양 동맹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후 70년간 이어진 미·영, 미·유럽 동맹은 트럼프 당선 이후 흔들렸다. 트럼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을 공개 비판해왔다.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안보 동맹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미 정보통신(IT) 기업들을 겨냥해 디지털세를 부과하려 하자, 미 측이 관세 보복 검토에 나서는 등 마찰 조짐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유럽 브뤠셀자유대학 한국석좌(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노 딜(No deal)도 가능하다는 등 브렉시트 입장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전 장관이 유사하고, 메이 총리보다 존슨이 더 사교적이라 미·영 관계는 표면적으로 매우 밀접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는 취임 초기 자신과 가까운 라이절 패라지 현 브렉시트당 대표를 주미 대사로 요청했었다. 영국 언론들은 존슨이 총리가 되면 패라지를 주미 대사로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이후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미국이 자국 이익을 앞세우면서 영국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파르도 교수는 설명했다. 중국의 화웨이 장비나 대규모 투자 허용 문제 등에 대해서도 영국의 역할을 트럼프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트럼프와 가까워질수록 유럽과의 관계는 삐걱거릴 수 있다. 존슨은 1990년대 초 텔레그래프의 유럽 특파원 시절부터 유럽연합(EU) 체제를 비판했다. 당장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존슨이 실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인지가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가 탈퇴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유지 입장이다. 파르도 교수는 “대이란 정책을 비롯한 안보 측면에서 존슨은 유럽보다 미국에 더 가까이 갈 것”이라며 “이란을 비롯해 미국 정부가 강경한 정책을 쓰는 베네수엘라나 심지어 중국에 대해서도 영국 정부가 강경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존슨이 얼마나 총리직을 할지는 미지수다. 새 총선이 치러질 수 있어서다. 존슨이 오는 10월 말 ‘노 딜 브렉시트’를 추진하려 할 경우 보수당 내 반대파와 야당 등이 부결하면서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 존슨 측은 의회를 휴회해 제동이 걸리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존슨 스스로 총선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 탄탄한 총리직을 거머쥐려 할 수도 있다.
 
트럼프와 존슨은 모두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좋은 학벌을 가진 엘리트 출신이면서도 ‘일반 국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공통점이 있다. 존슨 전 장관은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나왔다. 지금보다 과거의 나라가 더 부강했다고 보며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점도 비슷하다. 트럼프는 기성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이용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밀어온 ‘유럽의 트럼프’는 막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김성탁 런던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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