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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산막의 데크 고쳐 쓰는 것도 ‘법고창신’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33)
법고창신의 정신을 받아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대는 데크를 고쳐서 썼다. 데크의 오래된 부분과 새로운 부분이 나름 조화롭다. [사진 권대욱]

법고창신의 정신을 받아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대는 데크를 고쳐서 썼다. 데크의 오래된 부분과 새로운 부분이 나름 조화롭다. [사진 권대욱]

 
법고창신(法古創新). 왜 이 말이 생각나지 않았나 모르겠다. 아침부터 곡우에게도 묻고 키워드 검색도 해보다가 드디어 찾았다. 그래서 기쁘다. 사자성어 하나에 그리 집착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연구대상은 대상이다. 그런데 왜 이 말을 그리도 찾았을까? 단초는 우습게도 아주 단순했다. 어제 오래된 데크를 수리했고, 그 결과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오래돼 삐걱대던 갈색 데크와 목향 가득한 하이얀 미송의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여름 햇살 아래 더욱 빛났다.
 
오래된 물건을 수선해 쓴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의 효용 그 이상이라는 상념이 이 말을 찾게 한 듯하다. 그렇다. 산막에서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것들을 수선하고 교체하고 고쳐 쓰는 것, 합창단에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잘 섞어 쓰는 것, 탄탄한 루틴에 과감한 일탈을 시도하는 것, 이 모두가 법고창신인 게다. 법고창신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산막의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것들을 고쳐 쓰는 정신도 이와 통한다.
 
과감한 일탈도 법고창신
이 사자성어 하나를 못 찾았다면 아마도 오늘 하루가 흔쾌치 못했을 게다. 그래서 다시 살펴본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이렇게 말한다. “天地雖久 不斷生生 하늘과 땅은 비록 오래되었으나 끊임없이 새것을 낳고, 日月雖久 光輝日新 해와 달은 비록 오래되었으나 그 빛은 날로 새롭다.”
 
연암은 이로써 법고창신을 말하는데, 법고창신은 본받을 ‘법(法)’ 옛 ‘고(古)’ 비롯할 ‘창(創)’ 새 ‘신(新)’으로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해 낸다’는 의미이다. “법고에 집착하면 때 묻을 염려가 있고, 창신에만 경도되면 근거가 없어 위험하다”라는 연암 제자 박제가의 말은 법고창신의 핵심을 찌른다. 옛것을 성찰하되 변화를 알고, 새것을 만들되 지난 일에 대해서도 능히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법고창신도 좋다만 온몸 안 쑤시는 데가 없구나. 무리했음이 틀림없다. 잔디 깎기는 일상사니 그렇다 치고, 문제는 수목 트리밍이다. 절대 가볍지 않은 기계를 들고 이리저리 낮은 곳 높은 곳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마구 활약한 덕을 봤다. 아무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그걸 알면 조심하는 게 정상이거늘, 도무지 무슨 배짱인지 나는 아직도 인정하기 싫어 이 고생을 사서 한다.
 
무거운 트리밍 기계 들고 작업한 후엔 온몸이 쑤시는구나. 무리했음이 틀림없다. [사진 권대욱]

무거운 트리밍 기계 들고 작업한 후엔 온몸이 쑤시는구나. 무리했음이 틀림없다. [사진 권대욱]

 
예전 산에서 나무하다 발 다쳐 고생할 때 사서 쓰는 나무 결코 비싸다 할 일 아니다 했고, 옛날 탄광 사장 시절 막장에 들어가 본 이후 연탄값 비싸지 않다고 했던 나다. 사람 불러 일 시키는 거 결코 비싸다 할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몸 쓰는 일 절대 쉽지 않다.
 
해 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알고 아는 사람만이 인정할 줄도 아는 법이다.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고 합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을 때 흔쾌와 감사의 선순환이 성립한다. 그러나 그 가치를 과도하게 포장하고 분수를 넘는 가당치 않은 요구를 끝없이 되풀이하면 갈등과 반목이 생기고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는 법이다.
 
오늘은 6월의 마지막 날. 한해의 반을 지나는 날이다. 기업에서는 반기 실적을 돌아보고 나머지 반을 잘하자며 계획을 세우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날이다. 나는 어제부터 지난주 트리밍 작업으로 생긴 잔가지와 오랫동안 쌓여 지저분한 낙엽을 모으고 버리고 태우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당연히 곡우도 함께 한다.
 
작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갈퀴를 이용해 구석구석 쌓인 가지와 낙엽들을 긁어모은다. 철제 리어카에 옮겨 담은 후 태워버리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작업 범위가 넓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지역이라 간단치 않다. 결국 오늘까지 계속하고 있는데 다음 주까지 계속하지 싶다.
 
여기저기 쌓인 가지와 낙엽을 리어카에 담아서 태웠다(왼쪽). 어디 누구 없소 새콤달콤 완전 무공해 청정 자두 함께 따 가져가실 사람(오른쪽)~ [사진 권대욱]

여기저기 쌓인 가지와 낙엽을 리어카에 담아서 태웠다(왼쪽). 어디 누구 없소 새콤달콤 완전 무공해 청정 자두 함께 따 가져가실 사람(오른쪽)~ [사진 권대욱]

 
모든 일이 그렇지만 힘이 들면 어찌하면 보다 쉽고 효율적일까를 궁리하게 되고, 궁리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최적의 솔루션이 생기게 된다. 이번 일 또한 마찬가지라 온갖 아이디어에 다양한 도구와 장비를 동원했다. 갈퀴와 쓰레받기에 두꺼운 장갑, 소운반용 플라스틱 통에 바퀴 달린 운반구…. 소형 삽이야 기본이지만 리어카와 에어컴프레서 의외다.
 
낙엽과 잔가지는 모으는 것도 일이지만 버리는 것이 더 큰 일이다. 철제 리어카를 이동용 소각로로 활용해 봤는데 효율이 짱이다. 모아둔 곳으로 리어카를 옮겨가니 나르는 수고를 크게 덜었다. 그 많은 낙엽이며 잔가지를 밤새 태웠는데도 반밖에 재가 차지 않아 오늘도 계속한다.
 
늘 어메이징한 산막
재를 버리지 않는 이유도 있다. 비 온 후라 젖은 낙엽이며 가지를 태우기 쉽지 않은데, 밑불을 활용하면 태우기 쉽고 에어(공기)까지 가끔 공급해주면 활활 잘 탄다. 통일 또한 같다. 불씨를 살리고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이 모두 필요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쉬엄쉬엄한다. 아니면 무리하고 후유증을 앓게 된다.
 
좋은 일들을 생각한다. 말끔해진 산막을 기대하며, 트럼프, 김정은, 문 대통령을 기대한다. 각자 최선을 다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해주길 바란다. 그 정도는 되어야 위대한 지도자 소릴 듣지 않겠나. 덧, 리어카 한쪽 바퀴가 펑크가 나 어찌 가나 고민이었는데 에어컴프레서 바람 넣으니 금방 살아났다. 딱 맞는 어댑터가 없어 그냥 건으로 대충 넣었는데도 살아났단 말이지. ㅎㅎ 새콤달콤 완전 무공해 청정 자두까지 가득한 산막. 늘 어메이징하다.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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