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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美 중재할 때 아냐"…김현종 "좀 거시기하네요"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해 나흘동안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3일 귀국길에 덜러스 국제공항에서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느끼면 미국이 국가로서 알아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효식 워싱턴특파원]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해 나흘동안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3일 귀국길에 덜러스 국제공항에서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느끼면 미국이 국가로서 알아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장관급 두 명, 차관 한 명, 부차관보 3명, 기타 백악관 고위 관료 3명 등 공개된 인사만 아홉 명이었다. 10~13일 나흘 동안 한ㆍ일 무역 갈등과 관련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 외교부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 김희상 양자경제외교국장이 만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다. 13일 귀국길에 김 차장은 “미국 측이 한국의 입장을 좀 세게 공감했다”고 했지만, 누구도 중재 또는 개입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 자신의 입장을 미국에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파견한 관료는 한 명도 없었다.

 
일본 외교에 정통한 소식통은 “아베 정부는 이 문제를 국가안보 문제이자 한ㆍ일 양자 문제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워싱턴에선 오히려 조용하고 절제된 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며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주미 대사를 중심으로 일본 대사관이 백악관ㆍ국무부에 입장을 설명하는 게 전부"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향해선 “한ㆍ일 공조가 필요 없다”는 식으로 고자세를 보이지만 워싱턴에선 무역절차 상의 문제일 뿐 미국의 동북아 전략인 한ㆍ미ㆍ일 3각 공조가 붕괴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로키 외교’로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소식통은 “일본은 미ㆍ일 협상 같은 공식적인 사안이 발생한 경우 외에 본국 관리가 방문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며 “스기야마 대사가 일상적인 현안 대응을 전담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당장 우리 전방위 대미 설득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건 오히려 일본 측 대응이 먹히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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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 장관급 인사 두 명을 만난 뒤 이날 귀국길에 “일본의 부당하고 일방적 조치가 한ㆍ미ㆍ일이 지금 여러 가지 도전과 중요한 이슈에 공조해야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데 미국이 좀 세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 행정부나 의회에 가서 중재해달라거나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도 “미국이 만약 한ㆍ미ㆍ일 간 공조가 중요하다고 간주하고,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느낀다면, 미국이 국가로서 알아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똘똘 뭉쳐서 부품 소재와 관련한 이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지난 12일 해리 해리스 주한 대사가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나 “아직 미국이 중재, 개입할 때가 아니다”고 한 데 대해선 “거시기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해리스 대사가 중재에 나설 때가 아니다란 표현을 쓴 것 같은데 뭐 표현을 좀 더 잘할 수도 있었겠다”라며 “좀 그런 표현은 지금 타이밍상이나 좀 거시기 하네요”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가 “미국은 당사국 간 여러 방법이 무산됐을 때 움직일 수 있지 지금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 “미국 기업이나 안보에 영향을 줄 때”라고 못 박았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12일 백악관 앞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며 "중재는 미국이 선뜻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12일 백악관 앞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며 "중재는 미국이 선뜻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강현 외교부 조정관도 김 차장 다음 날인 11일 워싱턴에 도착한 뒤 이날 출국했다. 11일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과 만난 데 이어 12일 피터 하스 경제 수석부차관보와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태담당 국장, 앨리슨 후커 한국담당 국장과 잇따라 만났다. 윤 조정관도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한·일 간에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미국이 선뜻 중재에 대한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의 나흘간 무더기 방문에도 미국은 “두 동맹국이 건설적으로 잘 해결해야 한다”(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처럼 당사자 해결 원칙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아예 입장을 내지 않고, 국무부만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는 원칙만 강조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앙일보에 "미국 정부는 두 나라에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사이버 해킹 등 다른 분야에서 한·일, 한·미·일 협력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한·일 간 대화·협력을 촉구하는 것 외에 미국의 역할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국가안보 우려를 들며 공청회 한 번 없이 경제 압박을 정당화해 절차적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양국이 먼저 과거사 논쟁과 민간 상업거래를 분리하는 것부터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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