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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불 밝힌 오징어배?” 여기는 혁신 판교



중앙일보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힘, 판교 스타트업을 집중 조명하는「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시리즈를 올해 1월 시작했다. 매주 2건의 디지털 기사를 선보인 시리즈는 7개월 만에 50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49회 ‘판교의 내일’과 50회 ‘판교의 오늘’을 볼 수 있는 특집 디지털 기획을 준비했다. 지난주 49회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네이버, 카카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3대 벤처투자사(VC)가 투자한 회사와 창업가를 조사했다. 50회에선 그간 작성된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50회 기사 전체를 빅데이터 분석해 판교의 오늘을 보여주는 ‘키워드’들을 뽑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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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빅데이터 분석으로 본 '판교의 오늘'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판교육교’의 실제 모델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동안교 조형물. 판교역에서 봇들저류지 공원을 넘어 엔씨소프트 사옥 방면으로 가는 동안교에 한쪽에 설치돼 있다. 육교 모양이기는 하지만 도로를 가로질러 길 건너편으로 이어지지 않고 도로와 평행하게 놓여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2009년 판교 택지를 개발하면서 각 다리마다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그 일환으로 설치됐다“며 ’육교라기 보다는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보는 전망대“라고 설명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판교육교’의 실제 모델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동안교 조형물. 판교역에서 봇들저류지 공원을 넘어 엔씨소프트 사옥 방면으로 가는 동안교에 한쪽에 설치돼 있다. 육교 모양이기는 하지만 도로를 가로질러 길 건너편으로 이어지지 않고 도로와 평행하게 놓여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2009년 판교 택지를 개발하면서 각 다리마다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그 일환으로 설치됐다“며 ’육교라기 보다는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보는 전망대“라고 설명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 테크노밸리로 가는 동안교 한쪽에 설치된 ‘판교 육교’. 이곳에 오르면 길을 건널 수 없다. 길 건너편으로 연결되지 않고, 도로와 평행하게 놓여 있어서다. 원래 2009년 판교택지 개발 당시 전망대 역할을 겸해 설치된 조형물이다. 육교라고 불리지만 육교 역할은 못 하는 다리인 셈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시리즈 취재를 시작하기 위해 지난해 말 판교에 왔을 때 느낀 첫인상은 바로 이 판교 육교와 비슷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한 융합 기술중심의 첨단혁신클러스터’라는 소개가 있었지만, 막상 와보니 겉모습은 여느 신도시와 다를 바 없는 느낌이었다. 출퇴근 교통 혼잡은 최악이었고, 정오 즈음해 직장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밥을 먹고 담배를 피우다 다시 떼 지어 들어가는 풍경도 익숙했다. 유명 창업자들이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넬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었다. 혁신 도시라고 하는데 어디가 혁신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느낌이 판교의 첫인상이었다.
 
스타트업 흥망성쇠 반복되는 거대 실험공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판교기업과 사람들을  지난 7개월간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건물 밖에서 볼 수 없었던 판교의 참모습이 눈에 들어와서다. 내부에서 관찰한 판교 기업에는 혁신이 흘러넘쳤고, 판교인들 내면에는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열정이 있었다. 코드 한 줄 쓸 때마다 혼을 담는 현대판 ‘방망이 깎던 노인(수필가 윤오영의 작품에 나온 장인 정신으로 방망이를 만들던 노인)’이 모여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판교밸리에 있는 1306개 (2018년 기준) 기업, 종사자 7만4738명이 만들어 내는 혁신의 크기는 77조 5000억원이라는 연 매출 숫자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공장 굴뚝 하나 없지만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다시 생기기를 반복하는 거대한 실험공간이라서다. 스타트업들은 운동·탈모·청소·공기청정기·교통·교육 등등 혁신할 게 더 남아 있을까 싶은 영역에서도 용케 빈틈을 찾아내 혁신 한 스푼을 얹어 사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년 전 강남 테헤란 밸리에서 시작해 거대 기업이 된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실패했더라도 꿈을 계속 좇는 연쇄 창업자들에게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곳이기도 하다.
 
판교인들이 꼽은 키워드, 스타트업·젊음·혁신 
지난 4일 오전 8시 출근 시간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1번출구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판교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판교=박민제 기자

지난 4일 오전 8시 출근 시간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1번출구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판교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판교=박민제 기자

 
 실제 판교인 자신들도 이곳의 정체성을 '젊음','혁신', '스타트업' 등의 키워드로 얘기한다. 중앙일보가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시리즈에 등장한 기업 등 30곳에 오늘의 판교를 상징하는 단어 3개를 뽑아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은 20·30대 젊은이들 모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미래를 만드는 곳”(SK케미칼), “새로운 분야를 찾는 ‘퍼스트 펭귄’ 스타트업이 모여 혁신을 하는 곳”(오즈인큐베이션센터), “젊은 사람들이 모여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만들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곳”(블루필) 등의 설명이다.
 
 또 다른 키워드로는 '자유로움'과 '수평적 문화'가 꼽혔다. '후드티·청바지·캐주얼·슬리퍼·반바지' 등 ‘판교 스타일’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다수 등장했다. 실제 출근 시간대 판교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내려가는 사람은 주로 양복을 입었고, 올라가는 사람은 캐주얼 차림이 많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정장 대신 야구 점퍼와 유니폼을 수시로 입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성 있는 복장으로 신기술을 만들어 내는 곳”(스마일게이트),“복장만으로도 자율과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곳”(카카오)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징어배·등대 등 과도한 근로 비판도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이 거론된 부정적 키워드는 ‘비싼 집값’이었다. “창업 기회가 넘쳐나지만 살기엔 집값이 너무 비싼 곳”(아날로그 플러스) “아, 살고 싶다. 하지만….”(펄어비스) 등의 평가가 나온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야근이 많은 탓에 ‘오징어 배’,‘등대’같은 키워드도 거론됐다. 이곳에 사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의 부의 규모가 차이 난다는 의미에서 ‘양극화’라는 키워드도 언급됐다.
 
지난 4일 오전 8시 출근시간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 테크노밸리로 가는 길에 있는 봇들저류지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판교 직장인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대학 캠퍼스처럼 대부분 캐주얼 복장차림이며 반바지를 입은 이들도 종종 있다. 판교=박민제 기자

지난 4일 오전 8시 출근시간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 테크노밸리로 가는 길에 있는 봇들저류지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판교 직장인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대학 캠퍼스처럼 대부분 캐주얼 복장차림이며 반바지를 입은 이들도 종종 있다. 판교=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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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후드티·인공지능 등이 시리즈 주요 키워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의실리콘밸리, 판교’ 시리즈가 그간 묘사한 모습도 판교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서울시립대 윤호영 객원교수(융합전공학부 빅데이터분석)에게 의뢰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시리즈 49건 전문 14만878자를 ‘토픽모델링’ 알고리즘을 사용해 유사한 키워드로 나눠 분석한 결과 크게 3가지 주제를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는 판교 기업과 스타트업 문화다. 코딩, 후드티, 자전거, 인공지능, 개발, 점심시간 등의 키워드다. 두 번째는 창업과 인수·합병 얘기다. 스타트업, 인수·합병, 신사업, 창업자 등의 단어가 중심이 됐다. 세 번째는 스타트업, 게임업계 최신 기술과 기술력 등을 다룬 기사다. 게임·폴리아티스트·웹툰 작가·탈모·운동 등의 키워드가 이 주제의 핵심으로 꼽혔다. 
 
 토픽모델링은 몰려다니는 단어들의 조합으로 유사성을 판단해 주제를 분류하는 분석기법이다. ‘선생님·당장·오늘·대출’ 등의 단어가 몰려다니면 스팸으로 분류하는 것처럼 비슷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해당 텍스트의 주제를 분류한다. 윤호영 교수는 “분석 결과를 봤을 때 총 12개의 대분류가 나타났고, 이중 정성적 평가를 통해 위에 언급한 3개 주제 영역이 기사에 묘사된 판교의 특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순 빈도로는 게임이 337건으로 가장 많이 나왔다. 스타트업(151건), 개발(98건), 창업(88건), 투자(80건) 등의 단어가 뒤를 이었다.
천재 게임 개발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오종택 기자

천재 게임 개발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오종택 기자

 
 “20년 전 테헤란 밸리를 일으키던 에너지가 판교에서도 느껴진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만든 1세대 개발자이자 판교 주민이기도 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지난 3월 판교 시리즈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엔 명확히 잘 몰랐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창업하고 혁신하고 망하고…. 그래도 다시 창업하는 판교인들의 면면을 지난 7개월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덕분이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에너지라 생각한다. 그런 에너지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20년 뒤 지금의 판교에서 제2의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넥슨 같은 회사가 대거 나오지 않을까.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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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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