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40년 외딴섬 주민들의 종합병원, 충남501호 병원선 사람들

“단 한명의 환자라도 우리를 원한다면 그 섬으로 달려갑니다”

 
충남병원선 501호를 지키는 사람들. 윗줄 왼쪽부터 이진호 항해장, 조지영 갑판장, 이선영 선장, 주차종 항해사, 이형규 항해사, 정성민 기관사, 김연익 기관장. 가운데줄 왼쪽부터 장영주(치과)·양호진(한의과)·서동호(의과) 공중보건의, 유광용 통신장, 이용우 임상병리실장, 김정식 총괄팀장. 아랫줄 왼쪽부터 채정원 간호사, 박소원 방사선사, 정명희 조리장, 길미선 간호사. 장진영 기자

충남병원선 501호를 지키는 사람들. 윗줄 왼쪽부터 이진호 항해장, 조지영 갑판장, 이선영 선장, 주차종 항해사, 이형규 항해사, 정성민 기관사, 김연익 기관장. 가운데줄 왼쪽부터 장영주(치과)·양호진(한의과)·서동호(의과) 공중보건의, 유광용 통신장, 이용우 임상병리실장, 김정식 총괄팀장. 아랫줄 왼쪽부터 채정원 간호사, 박소원 방사선사, 정명희 조리장, 길미선 간호사. 장진영 기자

 
작은 섬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도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 병원은커녕 약국도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각 지자체에서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인 병원선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충남·경남·인천에 각 1척, 전남에는 2척 등 전국에 총 5척의 병원선이 운영되고 있다.
 
충남501호와 섬 주민들을 운송하는 소형 보트. 장진영 기자

충남501호와 섬 주민들을 운송하는 소형 보트. 장진영 기자

 
지난 2일 충남 대천항에서 출항 준비 중인 ‘충남501호’에 올랐다. 올해로 운항 40주년을 맞은 충남501호는 전국 병원선 5척 중 환자 진료 실적이 가장 많다. 지난해에만 총 9000여 명의 의료시설이 없는 외딴섬 주민들을 진료했다. 매달 30여 개의 섬을 찾아 진료한다. 대게 하루 일정으로 출항하고 복귀하지만 매월 초에는 먼 거리에 있는 섬들을 묶어 3박 4일간 출장 진료에 나선다. 
외연도 주민들이 소형 보트에서 병원선으로 옮겨타고 있다. 장진영 기자

외연도 주민들이 소형 보트에서 병원선으로 옮겨타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진료 대기중인 주민들. 장진영 기자

진료 대기중인 주민들. 장진영 기자

장영주 공중보건의가 치과 진료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장영주 공중보건의가 치과 진료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2001년 건조된 충남501호는 160톤급 규모다. 의료진과 선박팀 등 18명이 탑승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필수 3과(의과·치과·한의과)의 공중보건의 3명과 간호사 3명, 의료기술 인력이 2명이다. 배의 운항을 책임지는 선박팀은 선장, 항해장, 갑판장, 기관장, 기관사, 통신사로 구성된다. 여기에 병원선 승무원들의 생활을 챙기는 총괄팀장과 조리장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바다 위 종합병원'이라는 별칭에 맞게 충남501호는 초음파기, 치과유니트, 방사선(X-ray) 촬영장치, 골밀도측정기, 자동생화학분석기, 전해질분석기, 자동뇨분석기, 당화혈색소측정기, 자동혈액분석기 등을 갖추고 있다. 
대난지도 선착장에서 진료를 받기위해 충남501호를 기다리는 주민들. 장진영 기자

대난지도 선착장에서 진료를 받기위해 충남501호를 기다리는 주민들. 장진영 기자

 
소형 보트로 이동중인 대난지도 주민들. 장진영 기자

소형 보트로 이동중인 대난지도 주민들. 장진영 기자

 
이날 대천항을 출발한 배는 충남 보령시 외연도로 향했다. 외연도는 진료 대상 섬 중에서 3번째로 가구 수가 많은 섬이다. 190여 가구 390여 명이 살고 있다. 2시간여를 달려 외연도 인근에 도착했다. 섬에는 직접 배를 댈 수 없어 선착장이 보이는 곳에 정박한 후 수송 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을 실어 나른다.  
 
이용우 실장이 진료후 약을 나눠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용우 실장이 진료후 약을 나눠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동호 공중보건의가 진료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서동호 공중보건의가 진료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할아버지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 “오늘은 파도가 잔잔해서 오는 길이 편했지?” 한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해서인지 이웃 주민을 대하듯 친숙하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접수하고 진료를 기다리는 것이 일반 병원과 진료절차가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대기실이 의료진과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진료 전 혈압을 재면서도 수다가 이어진다. 간혹 감사의 표시로 직접 담근 김치나 바지락 등을 의료진에게 건네는 주민들도 있다.    

 
 
가장 많은 환자가 몰리는 건 내과였다. “지난달에 안 좋았던 부분은 어때요?” 진료 역시 그간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의과를 진료하는 서동호 공중보건의(마취 통증과 전문의)는 “아들뻘, 손자뻘 되는데 의사라고 해서 뻣뻣하게 환자를 대할 필요는 없다. 증상과 처방에 대해 최대한 쉽게 풀어서 말씀드린다. 만성질환 환자들이 많아서 안부를 묻듯이 편안하게 대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모습도 보였다. 스리랑카에서 온 아노라는 “팔이 아파서 침을 맞으러 왔다. 진단과 약 처방까지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어서 믿음직하다”라고 말했다.  

충남501호의 선박팀. 장진영 기자

충남501호의 선박팀. 장진영 기자

 
 
충남501호의 진료팀. 장진영 기자

충남501호의 진료팀. 장진영 기자

이날 약 60여 명의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외연도 주민 강영숙 씨는 “당뇨가 있는데 육지로 병원 나가려면 시간·경제적으로 많이 부담스럽다. 의사 선생님들이 내 상태를 잘 알고 있어서 좋다.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한테는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병원선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정도 진료가 끝나도 병원선은 바로 떠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찾기에 늦게라도 병원선을 찾는 주민들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아무도 오지 않는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충남501호는 다음 정박지인 충남 태안군 신진항으로 향했다. 신진항에 다다르자 저녁 식사를 알리는 고소한 밥 냄새가 퍼졌다. 정명희 조리장이 준비하는 식사는 충남 행정선 사이에서도 ‘밥맛’이 좋기도 유명하다. 정 조리장은 “이번 출항에는 11끼 분량을 준비했는데 팀원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미리 물어봐서 장은 본다. 파도가 심하게 요동치는데도 식사를 준비하는 건 힘들지만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정 조리장은 직접 키운 깻잎과 고추 등도 함께 상에 냈다.  

식사중인 충남501호 팀원들. 장진영 기자

식사중인 충남501호 팀원들. 장진영 기자

 
이튿날 충남501호의 하루는 일찍 시작됐다. 한반도 최서단에 위치한 섬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에 가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무인도였던 격렬비열도는 지난 2015년부터 등대지기 2명이 살고 있다. 등대지기 허 모 씨 혼자만 진료를 받으러 왔다. “섬에 들어온 지 11일째인데, 불편한 곳은 없어요”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해도 이런저런 문진이 계속됐다. 등대지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대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 공보의는 지네가 많아지는 여름철에 대비해 벌레 연고 등을 처방해 돌려보냈다.  
 
한반도 최서단에 위치한 결렬비열도는 진료하는 30개의 섬중에서 가장 먼곳에 있다. 등대지기 4명이 2개조로 교대 근무한다. 장진영 기자

한반도 최서단에 위치한 결렬비열도는 진료하는 30개의 섬중에서 가장 먼곳에 있다. 등대지기 4명이 2개조로 교대 근무한다. 장진영 기자

항해 준비중인 이선영 선장. 장진영 기자

항해 준비중인 이선영 선장. 장진영 기자

박소원 방사선사(왼쪽)와 채정원 간호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충남501호 에서는 2인 1실로 숙소를 사용한다. 장진영 기자

박소원 방사선사(왼쪽)와 채정원 간호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충남501호 에서는 2인 1실로 숙소를 사용한다. 장진영 기자

 
병원선의 운항 스케줄을 때때로 변경되기도 한다. 주민들이 조업에 나가 있으면 진료를 받으러 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선영 선장은 “섬 주민들은 밥벌이가 우선이기에 바다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에 맞춘다. 주민 사정을 고려해서 운항 스케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예정된 일정을 바꿔 충남 당진시 소조도로 향했다. 소조도의 유일한 주민이 장복하던 약이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섬에는 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자들이 많기에 충남501호는 운항스케줄을 변경해서라도 섬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빼곡히 적힌 충남501호의 7월 진료 운항표. 장진영 기자

빼곡히 적힌 충남501호의 7월 진료 운항표. 장진영 기자

 
병원선 근무의 가장 큰 어려움은 멀미다. 대부분 아무리 오래 배를 타도 멀미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대게 파도가 거센 편이라 이들은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진료해야 한다. 화장실도 생활공간과 떨어진 외부에 있어 불편하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공해 상에 있을 때도 잦아 가족들과 연락이 끊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보람’과 ‘고마움’ 때문이다.
 
진료를 마친 섬 주민이 채미선 간호사가 건네주는 약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진료를 마친 섬 주민이 채미선 간호사가 건네주는 약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채정원 간호사는 “얼마 전 심한 치통으로 찾은 환자분이 진료 후에 눈물을 글썽이며 ‘어젯밤엔 지옥이었는데 지금은 천국이네!'라는 말씀을 하셨다. 염증 긁어내고 항생제 처방해주는 간단한 진료였는데 너무 기뻐하셨다. 육지 보건소에 근무할 때는 주민들에게 주로 민원을 들었다면 여기서는 항상 ‘고맙다’, ‘수고한다’라는 말을 듣는다”라고 말했다. 이용우 임상병리실장도 "주민들 대부분이 배가 도착하기 한참전부터 선착장에 나와 계신다. 그 마음을 알기에 힘들어도 지체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28년째) 근무하다 보니 다 아는 얼굴들이기도 하고. 꼬마 때 진료했던 친구들이 아이를 안고 병원선에 찾아올 때 정말 뿌듯하다"며 말을 보탰다. 
 
충남501호의 사람들은 섬 주민들의 든든한 건강 지킴이이자 그들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끌어안는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 co.kr
 
 
 
눕터뷰
'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