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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아지트' 바꾼 서울대생…샤로수길, 백종원도 들어왔다

11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샤로수길'의 모습. 간헐적으로 비가 내린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젊은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이태윤 기자

11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샤로수길'의 모습. 간헐적으로 비가 내린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젊은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이태윤 기자

 1975년 서울대학교가 현재 관악캠퍼스로 옮긴 후 '관악 세대'로 통하던 당시 학생들은 술을 마시거나 놀이문화를 즐길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술을 마시기 위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3~4km 정도 떨어진 '녹두거리'(서울 신림동 고시촌 근처)까지 나와야 했다. 
 
80년대, 민속주와 두부김치 등을 팔던 ‘녹두집’ ‘동학’ 같은 가게는 그렇게 가난한 학생들의 아지트가 됐다. 토속적인 가게 이름은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대학생의 정서에도 맞았다. 연일 민주화 담론이 오가던 서울대생의 아지트는 시대 흐름에 따라 점점 사라졌다. 대신 아기자기한 카페, 실험적인 음식점 등으로 무장한 ‘샤로수길’이 그 자리를 채웠다.  
 
11일 오후 1시30분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샤로수길에 위치한 우동집 ‘우동요츠야’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학생들이 긴 줄을 만들고 늘어서 있었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중국 야시장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리춘시장’도 보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만든 이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샤로수길이 생긴 후 들어선 첫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지난 4월 문을 열고 이곳에서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0일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위치한 우동집 '우동요츠야'에서 손님들이 긴 줄을 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윤 기자

10일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위치한 우동집 '우동요츠야'에서 손님들이 긴 줄을 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태윤 기자

서울대학교 07학번 김모(32)씨는 “신입생 때는 보통 녹두거리와 낙성대 근처까지 가서 선배들과 놀았는데 샤로수길이 핫(hot)해진 뒤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형경민(21)씨는 “먼 곳에서 친구가 놀러 와서 맛집을 데려가려고 왔다. 파스타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자주 온다”고 말했다.  
 
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의 상징인 정문의 조형물 모양인 글자 ‘샤’와 가로수길의 합성어다. 스타벅스 서울대입구역 리저브 점에서 낙성대(인헌초등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약 600m 골목길에 있는 상권으로 도로명 주소상 서울 관악로14길에 해당한다. 2014년 관악구청은 정식으로 이곳을 ‘샤로수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서울대 학생이나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 1인 가구가 살던 동네였던 이곳은 강남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싸고 젊은 고객 유입이 많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2010년 초반부터 실험적인 음식점,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맛집이 유명해지고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을 타며 본격적으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매출 늘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샤로수길이 핫플레이스가 되고 5년 정도가 흐르면서 거리 모습도 변했다. 

11일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해당하는 골목 곳곳에서 빈 상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태윤 기자11일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해당하는 골목 곳곳에서 빈 상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태윤 기자
이곳에서 15년간 두부를 판 문승환(53)씨는 “과거엔 시장이어서 음식점보다 가게가 많았지만, 요즘은 맛집이라고 소문 난 곳이 늘어나면서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는 젊은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고 말했다. 문씨는 “장사가 잘되는 곳은 손님이 줄을 서지만 음식점 했다가 카페 했다가 종목을 바꿔가면서 겨우 버티는 곳도 있다”며 “특히 월세가 (5년 전보다) 2배 넘게 올라 걱정하는 상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맛집으로 7년간 샤로수길을 지켜온 한 일식라멘집도 지난 5월 문을 닫았다고 한다. 11일 직접 샤로수길을 가보니 드문드문 비어있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리춘시장이 영업을 시작한 뒤 샤로수길에도 대형 자본이 줄을 잇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 언론은 서울 마포구 홍대·합정동 상권이나 이태원 경리단길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기존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샤로수길도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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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있는 '샤로수길' 위치. 서울대 입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서울 관악구에 있는 '샤로수길' 위치. 서울대 입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대기업 자본·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들어와 영세상인·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샤로수길에 있는 가게 3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박지연(20)씨는 “사장님 중에 가장 샤로수길이 핫했던 2년 전보다 손님이 줄었다는 분도 계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꽉 차는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10년간 이곳에서 부동산을 운영한 드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절정이었던 16년, 17년에 비하면 매출이 좀 줄었을 수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며 “월세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던 다른 지역처럼 급등한 것은 아니고 수년간 조금씩 오르는 양상이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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