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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지도자가 멍청한 정책 펴도 민주주의 아래서는 바꿀 희망이 있다

빌 게이츠도 반한 『대변동』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흔히들 ‘일반론자(generalist)는 가고, 전문가(specialist)는 오라’고 말한다. 이 주장을 비웃는 듯한 학자가 있다. 『총·균·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일반론자·전문가 구분, 학문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그는 사회학자·생물학자·심리학자·언어학자·역사학자·인류학자·지리학자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박식가(polymath)다.
 

『총·균·쇠』 저자 다이아몬드 새 책
브렉시트는 전형적 대변동 위기
지도자가 자국 문제점 잘 알아야

인공지능 중요성 과대평가된 듯
한국 장점은 최고 문자 한글 보유

대변동

대변동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계 공공지식인 중에서 대표적인 친한파다. 지한파를 넘어 아예 친한파다. ‘당신은 친한(親韓·pro-Korea)인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 나는 한국에 관심이 많고 친한이다. 한국 사람과 한국 역사에는 흥미롭고 감탄할 만한 게 아주 많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새 책을 냈다. 『대변동: 위기·선택·변화』다. 이번 책은 두 가지 방법론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는 비교 방법론(comparative method)이다. 7개국(핀란드·독일·일본·인도네시아·오스트레일리아·미국·칠레) 사례에서 위기 극복의 ABC를 뽑아냈다. 두 번째 방법론은 ‘위기 치료(crisis therapy)’다. 개인 위기 극복을 위해 개발된 ‘위기치료’를 국가와 세계에 적용했다.
  
미국은 특출나 타국서 배울 게 없다고?
 
『대변동』은 ‘국가 위기 해결을 위한 12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국가적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을 찾는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가 정체성과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벤치마킹할 만한 타국 성공 사례는 어떤 게 있는가에 대해 정직하고도 현실주의적, 유연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 60여년 간 문명의 흥망 원인을 연구했다. 『대변동』은 『총·균·쇠』(1997), 『문명의 붕괴』(2005), 『어제까지의 세계』(2012)에 이은 문명 4부작의 완결편이다. 현재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가 『대변동』을 2019년 여름 필독서 5권 중에서도 톱으로 추천했다. 게이츠를 매료시킨 원인이 궁금해 다이아몬드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대변동』이 다룬 위기는 결국 두 가지다. 전쟁과 국내 분열이다. 저자의 결론은, 국가 정체성에 기반을 둔 선택적 변화를 추구한 국가들은 내우외환(內憂外患) 극복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1945년 8월 6일)로 부상한 민간인들이 거리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오스트레일리아 전쟁기념관]

『대변동』이 다룬 위기는 결국 두 가지다. 전쟁과 국내 분열이다. 저자의 결론은, 국가 정체성에 기반을 둔 선택적 변화를 추구한 국가들은 내우외환(內憂外患) 극복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1945년 8월 6일)로 부상한 민간인들이 거리에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오스트레일리아 전쟁기념관]

『대변동』에 대한 인상적인 독자 반응은 어떤 게 있었는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극심한 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국 독자 반응이 가장 흥미로웠다. 최근 영국을 방문했을 때 모든 인터뷰어가 결국 브렉시트에 대한 내 의견을 물었다. 브렉시트는 전형적인 ‘대변동 위기’ 사례다. 다른 위기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문제점을 지도자들이 정직하게 평가하지 않으면 위기가 악화한다. 재계 인사들 반응도 흥미로웠다. 내가 제시한 ‘국가 위기 해결을 위한 12가지 요인’이 비즈니스 위기에도 적용된다고 평가했다.”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미국의 위기 극복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예외주의가 있다.
“그렇다. 한국·중국·일본도 예외주의가 있다. 캐나다에도 칠레에도 예외주의가 있다. 하지만 ‘미국 예외주의’의 특이점은 많은 미국인, 특히 정치인들이 ‘미국은 너무나 특출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배울 게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자국이 특별하다고 믿어도 타국으로부터 기꺼이 배운다.”
 
서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가.
“서구의 패권은 명백히 지리적·역사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본다. 동아시아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에서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 재배할 수 있는 야생 곡물의 종류가 보다 다양했다. 그 결과 국가·철기·문자 등 권력의 요소가 동아시아보다 서구에 더 일찍 등장했다. 유럽의 지리적 파편성(fragmentation)은 정치적 파편성을 낳았다. 반면 중국의 지리적 단일성(unity)은 정치적 단일성을 낳았다. 역설적으로 유럽은 분열됐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했으며 발명가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나의 주장은 『총·균·쇠』의 에필로그에 나온다.”
 
오늘의 세계는 유럽에서 발생한 여러 혁명적인 변화의 산물이다. 왜 유럽에서만 정치혁명·과학혁명·산업혁명이 발생했는가.
“오늘의 유럽은 50여 개 국가로 나뉘어 있다. 과거에는 수백 개의 정치 단위가 할거했다. 각 단위는 민주주의·과학·산업 등 분야에서 서로 경쟁하며 독자적인 실험을 했다. 반면 중국은 지리적인 통일체이기 때문에 보통 한 명의 중앙집권적 지도자의 통치를 받았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지도자가 좋은 정책을 펴면 중국은 유럽보다 빨리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가 문화혁명 같은 나쁜 정책을 펴면, 그 결과는 처참했다. 중국에도 유럽에도 멍청한(idiotic) 지도자는 있었다. 하지만 유럽은 분열됐기 때문에 그 누구도 유럽 전체를 망칠 멍청한 정책을 부과할 수 없었다.”
 
1964년 9월 5일, 전날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한 살바도르 아옌데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미국 의회도서관]

1964년 9월 5일, 전날 칠레 대통령으로 당선한 살바도르 아옌데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미국 의회도서관]

중국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결국에는 수용할 것인가.
“중국의 지리적 통일성이라는 ‘역설적인 단점(paradoxical disadvantage)’은 민주주의 발달을 저해했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중국이 서구를 경제적·정치적으로 앞설 가능성도 작다. 브렉시트나 트럼프 대통령 사례가 예시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에도 단점이 있다. 하지만 멍청한 지도자의 멍청한 정책은 독재보다는 민주주의에서 바꾸는 게 더 쉽다. 미국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멍청한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 남아 있다. 현 중국 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더 가능성이 큰 희망이 미국에 있다.”
 
한국의 통일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악화시킬 수도 있다.
“1990년의 독일처럼 통일의 기회라는 행운을 한국이 맞이하게 된다면, ‘통일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독일 통일은 오늘까지 남아 있는 문제들을 발생시켰다. 통일한국은통일독일보다 더 큰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보다 통일의 가치가 더 크다고 결정할 주체는 한국인들 자신이다. 나는 한국이 그러한 결정의 기회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박학가로 유명하다. 어떻게 박학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는가.
“나는 세 살 때부터 지리·조류·역사·언어·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실 많은 사람이 어렸을 때는 관심이 다양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특히 대학에 진학한 다음에는 박학가의 길을 접고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게 내겐 행운이었다.”
  
민주주의 아닌 중국은 미국 추월 못 해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대변동·붕괴’의 원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위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능할 것인가.
“AI의 긍정적인 면이건 부정적인 면이건, AI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새 책 집필에 착수했는가.
“그렇다. 아직 다음 책의 주제에 대해 밝힐 때는 아닌 것 같다.”
 
한국 독자에게 특별히 강조할 게 있나?
“한국은 ‘원더풀(wonderful)’한 나라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즐겁다. 한국 사람들은 원더풀하다. 한국의 여러 장점 또한 원더풀하다. 한국 최대의 장점은 한글이다. 한글은 단연코 세계 최고의 문자다. 한글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문자체계는 무엇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남수단에서 문자가 없는 부족을 연구하는 한 인류학자는 그가 한글로 그 부족의 말을 표기한다고 내게 알려줬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다이아몬드 교수『총·균·쇠』로 199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영국 시사 월간지 프로스펙트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사상가(World Thinkers) 2013’ 100명 중 12위를 차지했다. 하버드대(문학사)와 케임브리지대(생리학 박사)에서 공부한 후 시카고대 교수를 거쳐 현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다. 독일어·프랑스어·러시아어·라틴어·그리스어에 능통하다. ‘문명 4부작’뿐만 아니라 『제3의 침팬지』(1991)와 『섹스의 진화』(1997)도 놓치면 아까운 명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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