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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 노사 2차 격돌 불씨 남아

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2.87% 올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11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2.87% 올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올린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한 데 대해 “(사회적) 수용도 등이 잘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어 최저임금의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해선 “최저임금위원회 표결로 이미 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환노위원장으로서 이번에 성사되지 못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과 결정체계 개편, 나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를 통해 최저임금 결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이지만 그렇다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6000명이나 줄었다. 이들이 고용한 사람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근로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이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한 이유다. 이 문제는 추후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달 중으로 전원회의를 열어 안건으로 다룬 후 곧바로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를 둘러싼 2차 노사 격돌이 불가피하다.
 
이뿐만 아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도 심의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보이콧 등 파행이 계속된 만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노사 교섭 방식으로 결정하는 현 최저임금 결정구조에선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고, 무조건 올려야 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빚어진 잇단 파행은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착수한 것은 지난달 19일 제3차 전원회의였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6월 27일)이 1주일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심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 4명을 포함한 노·사·공익위원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반발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처음부터 줄곧 보이콧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사용자 위원 9명은 지난달 26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되고 월 환산액 병기 안건이 가결된 데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이들은 제6차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했고, 제7차 전원회의에 7명만 복귀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 위원 2명은 계속 불참하다 제10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사용자 위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결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9일 제10차 전원회의에는 근로자 위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사용자 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8000원(4.2% 삭감)을 제출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근로자 위원들은 다음 날 제11차 전원회의에 복귀했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의결한 것은 7번에 불과하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결로 의결한 것은 올해를 포함해 26번이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을 지킨 것도 지금까지 8번밖에 안 된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인상 범위를 제시하면 노사와 공익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 이원화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로 구성되는 공익위원 선정방식도 ‘노사 추천→노사 상호배제+국회 추천’으로 바뀐다. 그동안 고용노동부 장관이 행사하는 정부 단독 추천권이 폐지되는 셈이다. 또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반드시 경제 사정과 고용상황, 사회보장 급여 등을 결정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1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부터 착수할 수 있다. 기존 결정체계에 따른 최저임금 심의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결정체계를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며 “개정안은 노사 단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수렴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와 외국의 제도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남승률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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