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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대탕평 인사를 명한다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고 귀에 못 박히도록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인사를 만사로 여기고 한 인사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인사는 흔히 만사 아닌 ‘망사(亡事)’로 끝나고 만다. 이 땅의 위정자 인사 말이다.
 
망사의 참담한 결과를 보고도 그런다. ‘강부자’ 인사가 태운 촛불을 보고도 서슴없이 ‘성시경’ 인사가 나오고, 그런 자살골로 잡은 정권이 보란 듯이 ‘캠코더’ 인사를 펼친다.
 
그것이 ‘우물 안 인사’ 탓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안다. 주먹만한 ‘우리’ 우물 안에 있는 그 알량한 인재풀에서 ‘내편’만 고르니 안 그럴 수 없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돌고 도는 회전문 안에 갇히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도 이미 다 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가르쳐줬다. ‘팀 오브 라이벌(team of rival)’ 말이다. 문자 그대로 정적(政敵)까지 끌어안는 인사다. 알다시피 링컨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경선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윌러엄 시워드와 새먼 체이스에게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맡겼다. 자신을 ‘긴 팔 원숭이’라고 조롱하던 민주당의 에드윈 스탠튼까지 불러 전쟁장관을 시켰다.
 
“왜 정적들을 쓰는가”하는 우문에 링컨은 “능력이 있으니까”라는 현답을 한다. 링컨은 영리한 사람이었던 거다. 정적들의 능력이 결국 자신을 위해 쓰인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시워드는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이는 공을 세운다. 체이스는 대통령 꿈을 버리지 않아 끝없이 링컨을 괴롭혔지만, 남북전쟁의 전비를 마련하고 화폐를 전국적으로 통일해냈다. 스탠튼 역시 전쟁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승리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이들을, 그리고 이들의 공적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모두 링컨의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링컨에게는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다. 잘된 인사의 공은 오롯이 인사권자에게 돌아가는 까닭이다. 그래서 더 인사를 만사라 하는 것이다.
 
선데이 칼럼 7/13

선데이 칼럼 7/13

링컨을 존경한다는 그 많은 정치인들이,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의 퓰리처상 수상작 『팀 오브 라이벌(번역본 제목은 ‘권력의 조건’)』이 나왔을 때, 필독서라고 거품 물던 그들이 도대체 링컨에게서, 또 링컨에 관한 책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가 없다.
 
너무 먼 얘기라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보다 가까운 예도 있는데 말이다. 링컨한테 한 수 배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정권이 임명했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켜 2년을 더 기용하지 않았었나. 뿐만 아니라 오바마는 공화당의 존 맥휴, 레이 러후드 하원의원을 육군장관과 교통장관으로 지명하기까지 했다. 경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건 그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었다. 이런 초당적 포용이 결국 오바마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든 힘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화끈함이 모자란다면 고대 중국으로 가면 된다. 인사의 도(道)가 그야말로 예술 수준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패자가 된 것은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진나라 평공 때 대신 기황양은 자신의 원수를 주요 보직에 추천해 관철시켰다. 이를 알고 놀라는 평공에게 황양은 말한다. “적임자가 누구냐고 물으셨기에 말씀 드린 것뿐입니다.” 여기서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해 인물을 평가한다는 ‘대공무사(大公無私)’의 고사성어가 생겼다.
 
곧 개각이 있을 모양인데, 들리는 하마평이 영 시답잖다. 역시 ‘그 밥에 그 나물’로 ‘돌려 막기’가 될성싶다. 이유도 알고 결과도 알며 해법도 아는데 풀지 못하는 것은 하기 싫은 까닭이다. 남 주기 싫은 욕심이다. 영리하지 못해서 그렇다. 오늘의 달콤함에 취해 그것이 평생 쓰라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 것이다. 내편도 어리석으면 적이 되고, 적도 포용하면 내편이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소신 없이 코드만 좇거나 소신이 있어도 능력이 모자라는 인물이 총리, 장관이 되면 그는 피해볼 게 없다. 그저 국무회의 자리만 채우다가 팔자에 없던 벼슬을 족보에 올리는 가문의 영광을 누리면 그만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최종인사 책임자가 지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들의 말로가 죄다 좋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도 망사를 자초한 결과와 다름 아니다.
 
원나라 영종이 물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당나라의 위징 같은 신하가 있겠소?” 대신 배주가 대답했다. “황제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물을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난 모양이 되지요. 당 태종에게는 바른 말을 받아들일 만한 도량이 있었기에 위징이 용감하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북미 관계와 대일 갈등으로 인한 안보·경제 상황이 시계 제로인 지금이다. 이번만큼은 내편 네편 없는 대공무사의 대탕평 인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나와야 한다.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인사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명령이다. 망사의 최종 피해자 역시 국민인 까닭이다.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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