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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전문가’들만 득실대는 기업은 세상 밖을 모른다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환경 변화의 역습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중앙포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중앙포토]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자신들이 자부하는 여러 무기를 갖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우수한 민족적 자질’로 만든 훌륭한 암호였다. 그들은 이 암호가 영국에 해독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작전이 간파당할 때마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해 조직을 샅샅이 뒤졌다. 알다시피 자신의 조직을 의심하는 건 에너지 소모가 막심한 일, 그렇다고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의 잠수함 부대를 가지고서도 영국을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영국이 레이더까지 개발, 날아오는 비행체들을 한눈에 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자신들이 자랑스러워 하던 강점만 믿고 있다 졌는데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도 몰랐다.
 
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네이버의 ‘라인’을 일본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공헌한 모리카와 아키라 전 사장은 소니 출신이다. 소니에서 TV와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하자 ‘TV는 그런 기계가 아니다’며 제동을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소니를 나와 직원이 서른 명 정도에 불과했던 한게임 재팬(라인의 전신)으로 옮긴 이유였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 왜 그랬을까?
 
1990년대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소니·도시바 같은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 때 기술을 가장 중시했다. 최고의 기술로 세상을 제패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세계 최고의 기술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튼이 수두룩한 리모컨처럼 실생활에 필요 없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자칭 전문가’들이 많았다. 견제할 사람도 없었다. 자신들을 최고로 만들었던 장점이 굴레가 되고 족쇄가 되었는데도 인정하지도, 벗어 던지지도 못했다. 자신들이 가진 장점의 시효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재빨리, 그것도 확실하게 버렸기에 살아남아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후지필름처럼 하지 못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진리로 통용되는 말이 있다. ‘칼로 일어서는 자는 칼로 망한다’. 정복이 끝나면 칼을 버리고 통치에 필요한 걸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까닭이다. 정복에는 칼이 필요하지만, 통치에는 칼이 그리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칼로 통치할 수는 있겠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환경이 바뀌면 거기에 필요한 걸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항상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나와 우리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 장점은 어떤 환경에서 나오고 있는가? 그 환경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그 장점의 뒷면, 그러니까 장점이 뒤집어지면 어떤 약점이 될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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