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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심스틸러’ 바로 저예요

[아티스트 라운지] 뮤지컬 배우 신영숙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 단역으로 데뷔한 신영숙은 서울예술단을 거쳐 ‘모차르트!’(2010) ‘레베카’(2013) 등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다 2015년 데뷔작이었던 ‘명성황후’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대형 뮤지컬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초 인터파크가 주최한 제14회 골든티켓 어워즈 뮤지컬 여자배우 부문을 수상했다. 5월 개최한 첫 단독콘서트는 예매 개시 30초 만에 매진되며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전민규 기자]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 단역으로 데뷔한 신영숙은 서울예술단을 거쳐 ‘모차르트!’(2010) ‘레베카’(2013) 등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다 2015년 데뷔작이었던 ‘명성황후’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대형 뮤지컬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초 인터파크가 주최한 제14회 골든티켓 어워즈 뮤지컬 여자배우 부문을 수상했다. 5월 개최한 첫 단독콘서트는 예매 개시 30초 만에 매진되며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전민규 기자]

이 여자, 진짜 ‘신 스틸러’다.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마녀 모르가나, 신영숙 얘기다. 국내 최대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마련된 거대한 세트와 70여 명의 출연진, 100억대 규모의 제작비 등 이제껏 본 적 없는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헤비메탈 로커인 양 강렬한 샤우팅 창법으로 뽑아내는 넘버 ‘아비의 죄’는 이 뮤지컬의 시그니처 장면이 됐다. 발레 ‘백조의 호수’의 로트바르트처럼 ‘매력적인 악역’의 탄생이다.
 
사실 신영숙은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믿고 보는 배우’다. 1999년 ‘명성황후’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모차르트!’(2010) ‘레베카’(2013) 등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해 왔다. 40대에 접어든 2015년 마침내 ‘명성황후’ 타이틀롤을 차지한 뒤 2016년 ‘맘마미아!’, 2018년 ‘엘리자벳’에서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매스컴에서의 인지도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정상에 오른 진귀한 케이스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난 5월 개최한 첫 단독콘서트는 예매 개시 30초 만에 매진됐고, 올해 인터파크가 주최한 제 14회 골든티켓 어워즈 뮤지컬 여자배우 부문까지 수상했다. ‘여배우 티켓파워 1위’란 얘기다.
 
8월부터 합류할 ‘맘마미아!’ 연습까지 겹쳐 정신없이 바쁜 신영숙을 만난 건 하루 2회 공연이 있던 5일 오전. “목을 아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얘기하면서 목이 풀린다”며 수다를 시작했다. 넘치는 유머감각으로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발산하는 멋진 여자였다.
 
헤비메탈 샤우팅 창법이 인상적인데.
“록과 클래식을 접목한 ‘심포니 록’ 장르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아비의 죄’를 록스타처럼 불러달라더라고요. 레이디 가가, 티나 터너처럼 해달라고 해 그런 필을 내보려 했죠. 숨 쉬는 타이밍 없이 계속 고음을 내야 해서 쉽지 않은데, 멋진 곡이고 작곡가의 애착도 커서 매번 최선을 다해 부르게 되네요.”
 
그에게 “노래는 곧 연기”다. 연기의 끝에서 연기를 확장시키는 것이 노래라는 것이다. “연기를 담지 않으면 노래를 잘해도 크게 마음에 남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서사가 방대하다보니 건너뛰는 스토리를 노래에 담아 더 잘 전달하려는 목표가 있죠. 가사를 대사로 생각하고 그 감정이 올 때까지 소화시키고 있어요.”
 
모르가나는 악녀지만 아더왕 전설의 여주인공인 기네비어보다 비중이 크다. 분노조절장애로 묘사되는 아더, 진취적인 여전사로 등장해 결국 종교에 귀의하는 기네비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꼽힌다. “제목을 ‘모르가나’로 바꾸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모르가나는 짠한 사연이 있죠. 왕의 딸로 태어나 수녀원에 평생 갇혀 살았고, 유일한 사랑인 멀린의 배신까지 더해지니 그 결핍된 성격이 납득이 가요. 기네비어 캐릭터는 더 당당하게 갔어도 좋았을 텐데, 시대적 배경 때문에 한계가 있나봐요. 결국 수녀가 됐다는 게 달갑지는 않죠. 그렇게 멋있게 등장했으니 전투에서 같이 싸우다 죽지 그랬냐고도 하구요.(웃음)”
 
‘엘리자벳’은 팬들과 함께 이룬 꿈
 
‘맘마미아!’ 연습까지 겹쳤죠.
“극과 극이라 전환이 더 잘돼요. 연습하며 몸이 다 풀려 공연도 잘되죠. ‘맘마미아!’가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 감정의 깊이가 엄청나거든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담는 연습을 하다보니 오히려 이 공연에도 도움이 되죠. 물론 캐릭터를 오가는 과정은 있어요. 매 공연 저 혼자 무대에서 런쓰루를 하는 게 습관이 됐죠. 다른 배우들은 ‘그럴 거면 공연을 한 번 더하라’고 놀리지만요.(웃음)”
 
신영숙 외에 김준수, 카이, 도겸, 손준호, 장은아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EMK 뮤지컬 컴퍼니]

신영숙 외에 김준수, 카이, 도겸, 손준호, 장은아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EMK 뮤지컬 컴퍼니]

스타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한국 뮤지컬계에서 신영숙은 독보적인 존재다. 티켓 파워를 가진 아이돌 출신이 데뷔부터 주연을 꿰차는 세계에서, 앙상블로 시작해 정상에 오른 과정에는 좌절도 많았다. 단역 데뷔한 ‘명성황후’를 비롯해 ‘맘마미아!’ ‘엘리자벳’도 30대 때는 오디션을 뚫지 못했다. 닫혔던 문을 하나하나 열며 ‘티켓파워 1위’에 등극한 20년이다.
 
“힘들었던 기억은 잊는 성격인데, 팬들이 저의 좌절을 기억하시더군요. 오디션 떨어졌을 때 저보다 더 슬퍼해 주셨으니까요. 오디션 1등 하고도 출연 못 한 작품도 있죠.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버텼어요.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니까. 인연이 있는 작품은 만나게 되더라고요.”
 
지난해 ‘엘리자벳’ 첫 공연은 그래서 각별했다. 2011년 한국 초연 전부터 팬들이 그에게 딱 맞는 작품이라며 대본을 입수해 번역까지 해주면서 함께 꿈꿔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벳을 맡기까지 순탄하지 않았어요. 초반 오디션에서 줄곧 떨어졌죠. 40대에 맡아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어려서는 그 감정을 표현 못했을 테니까. 모든 배역이 소중하지만 엘리자벳은 팬들과 같이 이룬 꿈이라 첫 공연 때 청심환까지 먹을 정도로 긴장했죠. 팬들은 저보다 더 긴장했더라고요. 끝나고 로비에서 다 같이 울었죠. 그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네.(웃음)”
  
김준수와 붙으면 늘 불꽃 튀어
 
신영숙을 설명할 때 뮤지컬 ‘모차르트!’의 ‘황금별’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 오리지널 공연에서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넘버 ‘황금별’을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곡으로 만든 게 그다. ‘지금 이 순간’에 조승우가 있다면 ‘황금별’에 신영숙이 있다고 할까. “이 곡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에요. 남을 응원하고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저의 에너지와 잘 맞아 노래가 힘을 받았죠. 노래방에 가면 가수가 ‘신영숙’이라고 나오거든요. 뮤지컬 배우는 배역으로서 노래를 부르는데, ‘황금별’은 배역보다 신영숙을 떠올려주시니, 이런 행복이 있을까요.”
 
여기엔 최고 스타 김준수의 공도 크다.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를 하며 전무후무한 티켓파워로 세종문화회관 3000석을 다 채워버린 것이다. “그 덕에 저를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준수는 데뷔작인데도 정말 잘했어요. 영리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친구거든요. 제대하자마자 ‘엘리자벳’을 할 때도, 이번에 ‘엑스칼리버’를 하면서도 정말 좋은 배우가 됐구나 새삼 느껴요. 준수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늘 최선을 다해 연기와 노래를 하죠. ‘심장의 침묵’이란 넘버를 부를 때 대기하면서 뒷모습을 보는데, 객석을 향해 온몸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그게 준수의 매력이고, 그래서 팬들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준수와 붙으면 늘 ‘에너지 불꽃’이 튀죠.(웃음)”
 
40대에 전성기를 맞았는데.
“시간이 거꾸로 가는 배우라는 얘기를 들어요. 20대 때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유모였는데, 40대에 예쁘고 날씬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근데 저는 늘 전성기라 생각해요. 그저 꾸준히, 작은 역할이라도 그때가 저의 최고 전성기인 마냥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보니 조금씩 발전해 가는 것 같아요.”
 
팬들의 환호가 아더왕 못지않습니다.
“20년 동안 한길을 걸었을 뿐이죠. 대중적 인지도 없는 ‘동네맛집’인 셈인데, 저부터라도 TV에 소개되는 맛집을 가고 싶잖아요. 나서서 홍보하고 ‘영업’해주시는 팬들 덕에 제가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어요. 관객들 환호와 칭찬으로 살죠.”
 
그가 출연하는 모든 공연 회차를 관람하는 열성팬도 꽤 많다. 직장에 다니면서 낮 공연, 지방 공연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오는 팬들에게 “좀 쉬라”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공연을 봐야 힘을 얻는다”는 대답에 새삼 문화의 힘을 느낀다고. “저도 ‘엑스칼리버’ 첫 공연을 앞두고 엄청 긴장됐지만, JTBC ‘슈퍼밴드’에서 ‘인생은 싸워나가는 거야’라는 가사의 노래를 들으며 두려움을 떨쳤죠. 사실 제가 많이 떠는데 용기내서 하는 걸 팬들도 아시거든요.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평범한 이웃이 수퍼히어로가 되는 것처럼, 엄청 미인에 대스타가 아니라 옆집 언니 같은 사람이 열심히 하니까 같이 용기를 얻는 거겠죠. 복 받은 직업이라 생각해요.”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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