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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 시대 집·녹나무 그대로…이것은 호텔인가 문화재인가

서현정의 월드 베스트 호텔 & 레스토랑 
요즘 유행하는 말을 빌려본다. ‘이것은 호텔인가 문화재인가?’ 작년 봄 문을 연 중국 상하이(上海) 외곽의 자연친화형 리조트 ‘아만양윤(Amanyangyun)’ 이야기이다. ‘양윤(養雲)’은 300년 전 베이징(北京) 자금성에 썼다는 글귀다. 마음속 구름을 다스리는 것처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뜻이라고 한다.
  
녹나무 숲 옆엔 호수·정원·농장도
 
중국 상하이 외곽의 ‘아만양윤’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럭셔리 리조트다. 사진은 푸저우에서 옮겨온 건물을 복원한 앤티크 빌라.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중국 상하이 외곽의 ‘아만양윤’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럭셔리 리조트다. 사진은 푸저우에서 옮겨온 건물을 복원한 앤티크 빌라.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아만(Aman)’은 여행과 호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세계적인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다. 1988년 태국 푸껫에 ‘아만푸리(Amanpuri)’가 처음 문을 열었다. 기존 럭셔리 호텔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이목을 끌었다. 널찍한 공간에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모던한 디자인과 세심한 버틀러 서비스가 돋보였다.
 
앤티크 빌라의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앤티크 빌라의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태국 푸껫의 아만푸리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아만다리(Amandari)를 시작으로 리조트 3개를 연달아 열었다. 이제 아만은 동남아는 물론이고 카리브해, 그리스 해변, 스위스 스키 리조트까지 아우르며 전 세계 부유층이 사랑하는 고급 리조트의 대명사가 됐다. 요즘은 베네치아·도쿄·뉴욕 등 대도시에도 진출했다. 휴양지 리조트가 1세대 아만이라면 ‘럭셔리 시티 호텔’로 2세대를 열고 있는 셈이다.
 
아만양윤은 또 한 번 이뤄낸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빽빽한 녹나무 숲과 오래된 전통 건축물이 호텔의 상징이다. 나무와 건축물 모두 1000년도 더 됐다. 가격과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역사적 의미가 나무 한 그루, 건물 한 동마다 담겨 있다. 나무는 물론이고 건물도 리조트에서 700㎞ 떨어져 있는 양쯔강 하류의 장시(江西)성 푸저우(撫州)에서 가져왔다.  
 
아만양윤의 상징과 같은 2000년 묵은 녹나무.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아만양윤의 상징과 같은 2000년 묵은 녹나무.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호텔 역사는 18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29세의 젊은 백만장자 마다동(馬達東)은 푸저우의 한 마을이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댐이 건설되면 녹나무와 명·청 시대 건축물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마다동은 수령 2000년이 넘은 나무만은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주지를 물색하다 상하이 외곽 지역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주지가 결정되면서 계획은 거대해졌다.
 
이윽고 마다동은 녹나무 약 1만 그루와 오래된 가옥 50여 채를 모두 옮기는 데 성공했다. 벽돌 하나, 나뭇가지 하나도 조심히 다루느라 무려 15년이 소요됐다. 이주 후 계획은 막연했으나 2007년 아만 호텔과 손을 잡으면서 자연친화형 리조트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바뀌었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6억 달러(약 7000억원)라고 한다.
 
아만양윤 객실은 ‘밍 코트 스위트(Ming court suite)’ 24개와 ‘앤티크 빌라(Antique villa)’ 14채로 이뤄져 있다. 녹나무 숲 옆으로 잔잔한 호수가 흐르고 잘 가꿔진 정원과 농장도 있다. 이 모든 풍경이 전통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황실서 쓴 녹나무 신비한 향 코끝 찡
 
밍 코트 스위트의 침실.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밍 코트 스위트의 침실. [사진 아만양윤 리조트]

현대적인 건물로 새롭게 지은 밍 코트 스위트는 밝은 톤의 나무와 석재로 지었다.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앤티크 빌라는 푸저우에서 옮겨온 오래된 빌라를 최대한 복원하되 현대적 설비와 디자인을 더 했다. 모든 작업을 아만 그룹의 오래된 파트너인 건축가 켈리 힐(Kelly Hill)이 설계했다. 자연과 역사가 리조트의 주제인 만큼, 차를 시음하고 중국 전통 악기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문화 공간 ‘난슈팡(楠書房)’도 갖췄다. 가장 저렴한 객실 요금이 5500위안(약 90만원, 2인 조식 포함)이다. 호텔이 운영하는 ‘헤리티지 건축물 투어’가 있으니 미리 신청하길 권한다. 무료다.
 
투숙객이 도착하면 2000년이 넘었다는 녹나무에 물을 주는 의식을 하도록 안내한다. 과거를 보살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인간과 자연의 완벽한 조화 속에 마마동과 호텔을 만든 사람들의 진지한 고민이 느껴진다. 오래전 황실에서 사용했다는 녹나무의 신비한 향이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서현정 여행 칼럼니스트 shj@tourmedici.com
인류학 박사이자 여행사 ‘뚜르 디 메디치’ 대표. 흥미진진한 호텔과 레스토랑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품격 있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여행사가 없어 아예 여행사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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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