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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300m 카르취의 물길, 황하 5464㎞ 거쳐 서해까지

[윤태옥의 중국 기행 - 변방의 인문학] 4대 문명 황하의 발원지
지금도 황하 발원지 대접을 받고 있는 웨구쭝례취. 칭하이성은 1978년 광범위한 탐사 를 한 끝에 카르취를 발원지로 확정했다. 웨구쭝례취는 카르취의 북쪽 능선 건너편에서 발원한다. [사진 윤태옥]

지금도 황하 발원지 대접을 받고 있는 웨구쭝례취. 칭하이성은 1978년 광범위한 탐사 를 한 끝에 카르취를 발원지로 확정했다. 웨구쭝례취는 카르취의 북쪽 능선 건너편에서 발원한다. [사진 윤태옥]

큰 강의 도도한 흐름을 보면 그 발원지에 호기심이 기울고, 종국에는 그곳을 눈으로 확인하려고 찾아가게 된다. 황하 발원지에 대해서도 그렇다. 황하는 소싯적 교과서에서 배운바, 세계 4대 문명의 하나라는 대목에서 이미 내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돼 있었다. 황하문명의 한자문화와 그들의 정치권력은 우리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황하문명이 황하 발원지에서 발원한 것은 전혀 아니다. 황하는 티베트 고원의 깊고 깊은 계곡에서 발원했고, 황하문명은 발원지와는 무관하게 상류 일부와 중하류 지역에서 역사가 축적되며 형성된 것이다. 발원지에 대한 지리학적 탐구는 20세기 후반에 완료되었고 최근에는 오지로 향하는 여행객의 로망이 가세하고 있다. 외지의 일반인들이 그곳에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마둬현은 발원지로 가는 마지막 관문
 
나는 2016~2017년 네 차례로 나눠 황하 전체 구간을 답사했다. 처음 두 번이 발원지였다. 발원지로 접근하는 마지막 관문은 마둬현(瑪多縣)이다. 칭하이성 수도인 시닝(西寧)에서 서쪽으로 470여㎞나 가야 한다. 쓰촨성 청두에서는 1000여㎞ 오르막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한다. 황하 발원지가 해발 4300m나 되는 만큼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 서서히 접근한다면 청두에서 가는 것도 여행으로서는 유효한 노선이다.
 
황하 발원지라는 말은 몇 가지 조금씩 다른 의미가 있다. 마둬현 서쪽 90여㎞ 거리에 있는 자링호(扎陵湖)와 어링호(额陵湖) 두 호수를 황하 발원지라고 하기도 한다. 두 호수 사이에 솟은 능선에 ‘황하원두(黃河源頭) 기념비’라는 표지가 멋진 야크 뿔 조형물과 함께 세워져 있다. 중국 일반인들의 황하 발원지 인증 샷 대부분이 이곳이다. 능선에서 보는 두 호수는 풍광만으로도 감동적이다. 푸른 물빛이 얼마나 영롱한지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백년하청이라는 싯누런 황하가 원래는 환상적인 푸른 물이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황하는 역사를 만들고 창강은 서화를 남겼다고 생각했던 나의 협소한 경험론이 그만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자링호의 푸른 물은 서쪽의 성수해(星宿海)에서 흘러온다. 명칭으로는 호수 같지만 실제로는 습지다. 넓은 지역에 작은 물웅덩이가 유리 조각처럼 흩어져 있고 물고랑이 그물망처럼 이합을 반복하며 흐른다. 청대까지도 성수해를 황하의 발원지라고 생각했었다. 중국의 고지도 가운데 황하 발원지를 명확하게 표시한 최초의 지도인 ‘황하원도’(원대 도종의의 ‘남촌철경록’에 수록)에 성수해가 명시돼 있다. 이 지도는 원의 황제 쿠빌라이의 명에 따라 황하 발원지를 탐사한 도실(都實)이란 여행가와 직접 연관된 것이다.
 
성수해는 별자리라는 뜻이지만, 별이 잠든 호수라고 잘못 해석해도 꽤 낭만적이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땅에 잠든 별들 사이에서 야영을 해보겠다는 희원을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언젠가 조용히 다가가서 말없이 누워볼 생각이다.
 
성수해는 서쪽 상류의 카르취(卡日曲)와 웨구쭝례취(約古宗列曲), 자취(扎曲) 세 개의 계곡물이 합쳐지면서 만들어낸 습지다. 현재 중국 정부와 지리학계가 공인하는 황하의 발원지는 카르취의 최상단 수원지다. 이를 황하 정원(正源)이라고 구분해서 말하기도 한다. 행정구역으로는 위수(玉樹) 티베트자치주 취마라이현(曲麻萊縣)에 속한다. 바옌카라산맥(巴颜喀拉山) 북록의 거쯔거야산(各姿各雅山)의 중턱이다. 다섯 개의 작은 샘물이 모여 있다고 한다. 일 년 내내 물이 용출하여 작지만 끊어지지 않는 물길을 이루기 시작한다. 깊이도 1m가 되지 않고 폭도 3m 정도지만 황하 5464㎞가 시작하는 바로 그곳이다.
 
애초에 카르취인가 웨구쭝례취인가에 대해 논쟁이 많았었다. 중국 정부가 1952년에 조직한 탐사대가 웨구쭝례취를 발원지라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1978년 칭하이성이 탐사대를 조직해서 광범위하게 조사한 끝에 카르취를 발원지로 확정했다. 하류의 길이와 유역의 면적, 유량과 유속 모두 웨구쭝례취보다 카르취가 크다고 판명해 발원지로 공인한 것이다.
 
나는 2016년 여름 웨구쭝례취를 직접 답사했다. 웨구쭝례취는 카르취의 북쪽 능선 건너편에서 발원한다. 직선거리로 30여㎞ 정도다. 세 개의 곡면이 한데 모이는 약간 움푹한 중앙에 샘물이 있다. 가까운 능선에 올라 내려다보면 기묘하게도 여성의 하복부와 같은 형상이다. 이곳 역시 맑은 물이 끊어지지 않고 솟아 가느다란 물길을 이루어 흐르기 시작한다. 발원지 아래로는 성수해처럼 반짝이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
  
오지가 주는 불편 속의 낭만 마음껏 누려
 
황하 발원지 웨구쭝례취 답사팀이 기념 촬영했다. 오른쪽이 필자. [사진 윤태옥]

황하 발원지 웨구쭝례취 답사팀이 기념 촬영했다. 오른쪽이 필자. [사진 윤태옥]

웨구쭝례취는 지금도 황하 발원지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적지 않은 지도에 웨구쭝례취를 황하 원두라고 표시하고 있다. 발원지 논쟁이 남긴 흔적인 것 같다. 장쩌민과 후야오방이 방문한 기념비도 이곳에 세워져 있다. 민간단체에서 답사 기념으로 세운 기념비들도 있다. 마둬현에서 황하 발원지를 오가는 경험 많은 현지 기사들 역시 황하 발원지라고 하면 당연한 듯이 웨구쭝례취로 향한다.
 
마둬현에서 웨구쭝례취를 가려면 왕복 600여㎞를 달려야 한다. 그 가운데 비포장 초원길이 400여㎞나 된다. 중간에 작은 마을이 딱 하나뿐, 나무 한 그루조차 볼 수 없다. 이 거리를 하루에 왕복하려면 말 그대로 ‘미친듯이’ 달려야 한다. 중간에 1박을 하려면 여분의 연료 이외에 야영장비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당일 왕복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워낙 거친 길이고 물에 잠긴 구간도 곳곳에 있어 랜드크루저급의 강력한 사륜구동을 사용해야 한다. 전 구간이 해발 4200m를 넘기 때문에 고산반응도 만만치 않다. 차량이 아무리 좋아도 고산반응 속에서 비포장 400여㎞를 질주하는 승차 피로도는 상당하다.
 
극소수이지만 최근에 오지여행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자링호와 어링호를 찾아가고 있다. 오지가 주는 불편 속의 낭만과 고원의 아름다운 호수 그리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함께 황하의 시원이라는 호기심이 강하게 유혹하는 것이다.
 
나는 황하 발원지를 두 차례 답사하고 나서 중류와 하류까지 답사했다. 모두 55일이 걸렸다. 황하 하류의 끝은 발해만(渤海灣)으로 흘러 들어가는 입해구(入海口)다. 오늘 발원지 답사 당시를 다시 기억하면서 입해구 바깥에 있을 ‘황해 속의 황하’를 떠올려본다. 수만 년 전 황해의 수위가 낮았을 때 입해구는 지금의 황해 한복판이었다고 한다. 물의 흐름으로 보면 카르취가 시작이고 입해구 바깥의 황해가 끝이다. 황하문명을 중심이라고 가정해 보면 황하 발원지뿐 아니라 입해구 바깥의 황해도 변방이다. 내륙 오지도, 대양으로 접하는 연근해도 변방이란 것이다. 고원의 발원지에서 반대편 끝인 바다를 생각한다. 변방으로서의 바다는 또 어떠할까. 하나의 과제를 머릿속에 추가하고는 일단 황하를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윤태옥 중국 여행객
중국에 머물거나 여행한 지 13년째다. 그동안 일년의 반은 중국 어딘가를 여행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경계를 걷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엠넷 편성국장, 크림엔터테인먼트 사업총괄 등을 지냈다. 『중국 민가기행』 『중국식객』 『길 위에서 읽는 중국현대사 대장정』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독립운동사』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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