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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생큐, 아베”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부국(富國)의 해법을 분업에서 찾았다. 그는 ‘분업→전문화·단순화→대량 생산→신기술 도입’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고 경제학 연구를 시작한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그는 어떤 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특화해서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분업과 비교우위론은 근대 이후 자유무역과 국가 간 분업의 기본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와 어긋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이단아’다. 당장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면서 내년 대통령 재선을 노리고, 미래의 패권전쟁에서 유력한 라이벌인 중국을 미리 제압하려는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에게 분업과 비교우위론은 경제학 교과서에나 나오는 죽은 이론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트럼프 못지 않은 이단아다.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과의 무역에서 70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흑자를 냈는데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 카드를 꺼냈다. 가깝게는 이달 21일 참의원 선거 승리를, 멀게는 한국과의 기술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다지려는 포석이다. 한술 더 뜬다는 지적도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아베의 의도는 한국을 망가뜨려 일본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극우세력과 닿아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런 아베의 비수에 한국은 ‘설마’라고 방심한 상태에서 급소를 찔렸다. 원천기술과 소재·부품 경쟁력이 떨어져 생긴 비극이지만 분업과 비교우위론에 비춰보면 어처구니 없이 당한 형국이다. 한국 정부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며 국제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기업과 경제단체 관계자를 만나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사태가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처럼 한국 경제의 업그레이드 계기가 될까. 그러려면 외양간부터 고치는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든 또 다른 트럼프나 아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천기술을 축적하고 소재·부품 국산화율을 높여 대외 의존도를 낮춰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 취임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30년 중기정책을 리뷰하고 있는데 이렇게 주옥 같은 정책이 많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소재·부품 산업 육성 정책도 여러 번 나왔다. 문제는 꾸준히 밀고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참에 인공지능·사물인터넷·클라우드 등 미래 먹거리에서도 특정 기업이나 나라에 종속되지 않도록 기반 기술이나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은 미운 아베 총리에게 언젠가 “생큐, 아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이이제의(以夷制夷) 식 전략도 구사할 만하다. 혹자는 침묵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구심 어린 눈으로 본다. 트럼프와 아베 사이에 조선을 희생양으로 삼은 미국과 일본의 가쓰라 태프트 밀약 같은 게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다. 그러나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 후폭풍이 미국 기업인 애플·퀄컴 등에도 미칠 수 있는 만큼 미국도 마냥 지켜보기만은 어렵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고심하는 아베 총리를 파고들 카드도 꺼낼 만하다. 북한이 우리 의도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지만 북한을 지렛대로 아베를 움직일 여지도 없진 않기 때문이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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