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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무관심’ 탓 쥐꼬리 수익률…노후 대책은 ‘무방비’

직장인 노후의 보루인 ‘연금’이 위태롭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올해 7월 들어 700조원을 넘어섰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2057년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도 연 1%대에 그치고 있다. 5월 기준 1년 평균 예금금리(1.97%)보다 낮다. 연금저축 상품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1년 판매를 시작한 54개 연금상품의 지난 17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9~6.3%였다. 연금저축의 계약당 연금 수령액도 월평균 26만원에 불과했다.  
  
#저조한 수익률, 왜?=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190조원으로 불어난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2년까지 4~5%대를 유지하다 2013년 이후 2%대로 떨어진 후 2017년(1.88%)부터는 1%대를 기록하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정부의 방관과 가입자의 무관심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퇴직연금 재원을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을 지시하는 확정급여형(DB형),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는 확정기여형(DC형), 개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세 종류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의 63.8%가 DB형으로 운용하고 있다. DB형은 퇴직금 운용으로 손실이 나도 기업이 책임지고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자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것도 수익률 저하의 요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의 87%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돼 있다. 주식 등 실적배당형 상품은 9.7%에 그친다. DC형 78.6%, IRP형 66.3%도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금저축 상황도 비슷하다. 연금저축 가입자의 87%는 원금이 보장되는 보험과 은행 신탁에 노후자금을 맡기고 있다. 쥐꼬리 수익률에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나간다. 금융회사는 수익률에 상관없이 퇴직연금 적립금의 0.47%(2018년 기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최근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가입자 확보에 혈안이 된 이유다.
 
#수익률 올릴 대책은= 정부는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 옵션(자동 투자제도)’과 ‘기금형 퇴직연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운용 회사가 알아서 가입자의 성향에 맞게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위원장 최운열 의원)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로 이달 중 디폴트 옵션 등을 담은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던 계획은 보류됐다.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면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은 여전히 디폴트 옵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가입자가 전문성과 시간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반대로 현재 여당에서 개정안을 언제 발의할지는 미지수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는 기업의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퇴직연금을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기는 제도다. 해마다 성과를 평가해 위탁운용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형 지배구조를 도입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활성화해 실적 배당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적절히 분산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투자원칙보고서(IPS)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IPS는 퇴직연금의 운용 원칙과 기준을 담은 보고서를 말한다. 이에 따르면 운용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심의기관인 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적립금 운용의 목적과 방법, 목표 수익률, 성과에 대한 평가 등을 담은 계획서를 퇴직연금을 맡긴 기업에 제출해야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개인연금 투자·관리법은=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근로자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수익률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재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운용 종목이나 수익률조차 모른 채 매달 일정한 금액을 꼬박꼬박 적립하는 것은 ‘묻지마 투자’나 다름없어서다.  
 
우선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DB형과 DC형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 DB형은 임금상승률이 높은 저연차 근로자가, DC형은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기본금이 적고 성과급이 많은 직종이 유리하다. DC형은 근로자 스스로 자금의 관리와 운용 책임을 져야 한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대내외 악재로 지지부진할 때에는 DB형이 수익률을 방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저연차 근로자라면 글로벌 주식, 부동산, 절대수익형 펀드 등 글로벌 자산 배분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노후에 다달이 생활비가 나올 수 있도록 연금펀드나 연금보험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
 
#퇴직연금 수령, 연금이냐 일시금이냐=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DB·DC형에 가입한 퇴직자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6.6~46.2%(지방소득세 10% 포함)의 퇴직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퇴직금은 노후자금인 점을 감안해 일단 일률적으로 40%를 정률 공제해준다.
 
연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퇴직소득세의 70%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예컨대 A은퇴자가 일시납으로 받고 1억원을 퇴직소득세로 냈다면 연금으로 받는 B은퇴자는 7000만원만 내면 된다. 다만 7000만원도 연금 수령 기간 동안 소득세로 나눠 낸다. 단순히 세금만 본다면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IPR 가입자는 DB·DC형 가입자와 세율이 다르다. IRP에 적립된 퇴직급여를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일시납으로 받거나, 중도해지할 경우에는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금액에 대해 16.5%의 세율을 적용한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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