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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는 액세서리, 여성 몸의 자유를 허하라”

노브라·탈브라 확산 왜 
대학생 장모(22)씨는 지난달부터 브래지어를 벗고 젖꼭지를 가려주는 니플패치를 붙인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10년 가까이 착용했던 브래지어다. 그는 “잠잘 때도 브래지어를 했다. 불편해도 참았다. 그래도 벗을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브래지어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같은 선택을 한 이모(26)씨도 “(노브라가) 신체적으로 편한 것도 편한 거지만,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착용하지 않는 건 내 선택”이라며 “선택지가 많아져 더 자유롭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가수 설리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브래지어는 액세서리예요”라고 말한 데 이어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24)가 입국 때 ‘노브라 공항패션’을 보여 여성들의 ‘노(No) 브라’ ‘탈(脫)브라’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셀럽(유명인)이나 관종(관심종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예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젖꼭지를 가려주는 스티커인 니플 패치를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러한 추세는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노와이어(No Wire) 브래지어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쇼핑 사이트 ‘위메프’를 기준으로 한 니플 패치 판매량도 2017년에는 33%, 2018년에는 24% 증가했다. 반면 와이어 브래지어를 내세운 대표적인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판매량은 지난 3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이유는 신체적 불편함이다. 김다혜(24)씨는 식사를 하고 나면 속이 더부룩했다. 가끔은 숨도 찼다. 속옷 가게에서 ‘맞는 사이즈’를 골라준 것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브라렛(와이어가 없는 홀 겹 브래지어)을 착용했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집에 오면 브래지어부터 벗었다. 그러다가 두 달 전, 아예 벗어버리기로 결심했다. 마법처럼 소화불량이 사라졌다.
 
간호사로 일하는 김지은(26)씨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들의 고통에 대해 “어깨가 결리고 땀이 찬다. 키보다 높이 걸려 있는 수액 백을 제거할 때, 어깨끈이 자꾸 어깨 밑으로 내려간다. 아무리 끈을 조여도 체구가 작아서 끈이 흘러내린다”고 말했다.
 
‘브래지어를 입지 않으면 가슴이 처진다’는 말은 ‘탈브라’를 선택한 여성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직장인 남은실(26)씨는 “예쁜 가슴 모양에 집착할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2013년 장 드니 루이용 프랑스 브장송대 교수팀은 흡연과 임신 경험이 브래지어 착용 여부보다 가슴 쳐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탈브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고교생 이모(19)씨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다니는 것 때문에 불쾌한 일을 겪었다. 학원 선생님이 브래지어를 입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친구들 앞에서 “변태”라면서 놀린 것이다. 그는 “노브라인 게 잘못은 아니지 않으냐. 친구들도 선생님이 왜 그러시냐고 제편을 들어줬다”고 했다. 정모(23)씨 역시 가족들로부터 “누가 보면 어쩌려고 브래지어를 입지 않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여성의 브래지어는 법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규범”이라고 말했다. 브래지어를 벗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규범의 이탈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만 이 규범을 만든 사람들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 기초해 있는 사람들”이라며“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것은 신체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존의 질서로부터 해방되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은 사정이 다르다. 독일에 사는 이예림(24)씨는 “학교에 다니는데, 교수나 행정실 직원들도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사실에 대해서 수군거리는 사람은 없다. 이 씨는 “독일 사람들은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혹시나 가슴을 바라보더라도 곧장 시선을 돌린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노브라를 선택하는 데엔 여성의 가슴을 성적으로 해석하는 데 대한 반감도 작용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한 여성 운동가가 웃통을 드러내고 토플리스(Topless)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탈브라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 모(23) 씨는 “과거 남성 연예인이 맨몸에 정장 재킷만 걸치고 왔을 때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며 “여성의 몸이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여성의 가슴은 성애의 대상으로만 해석되었다”며 “탈브라 운동은 가슴을 성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해, 내 몸에 대한 권리를 되찾자는 맥락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jeong.m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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