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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 교수, 한국서 엄마 위암 수술시킨 까닭

라이프 클리닉
재미교포인 샘 윤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위암 진단을 받자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만큼 중요했던 건 ‘누구에게 치료를 맡길 것인가’였다. 다행히 그의 어머니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는 미국이 아닌 한국 대학병원 교수에게 수술을 맡겼다. 사실 윤 교수는 당시 미국에서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위암 권위자였다. 환자나 보호자는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의료진에게 수술을 맡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자신이 해당 분야 권위자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위암 수술 실력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고 또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 교수의 어머니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2008년의 일이다. 10년이 넘은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위암 수술 실력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다.
  
외국 의료진들 의술 배우기 위해 방한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그저 미국을 쫓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 중증질환의 경우 돈이 있으면 미국 등 이른바 의료선진국에서 치료받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에서 환자가 치료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환자뿐만이 아니다. 의료진도 직접 의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다. 유학을 떠나는 한국 의사도 크게 줄었다. 경제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원조공여국이 된 것에 비견할 만하다.
 
국내 의료의 상당 부분은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오히려 미국을 넘어선 분야도 있다. 위암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직접 진행한 연구가 있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연구진이 하버드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외과 멀른(John T. Mullen) 교수팀과 위암 환자의 치료 결과를 비교한 연구다. 공동 연구팀은 우선 한국인 국내 수술환자(3984명),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받은 재미교포 환자(1046명), 미국에서 수술받은 미국 백인환자(1만1592명)를 연구대상으로 분류했다. 1989∼2010년 미국 전역 환자 데이터(SEER)와 서울성모병원·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위암 수술 후 5년 상대 생존율을 비교했다. 상대 생존율은 암 환자가 아닌 일반인과 비교해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한다. 수술 후 5년간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보는 만큼 중요한 수치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한국인 국내 수술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81.6%였다. 반면 재미교포는 55.9%, 미국 백인은 39.2%였다. 암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연령, 중증도 등을 동일한 조건으로 보정한 결과다. 암 전이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림프샘 절제술을 받은 환자만 비교한 결과는 더욱 극명하다. 사망할 위험이 국내 수술환자 대비 재미교포는 2.8배, 미국 백인은 5.8배에 달했다.
 
이 연구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국가암등록통계(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 위암 5년 상대생존율은 76%로 미국(32.1%)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위암은 우리나라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한국은 국가 건강검진에 내시경 검사가 포함돼 40세부터 2년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쉽다.
 
위암 수술 건수가 많아 경험이 쌓이면서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위암을 가장 잘 치료하는 나라가 됐다. 해외학회에서 의사 한 명이 연간 몇백 건의 위암 수술을 한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우리나라는 전국의 위암 전문가들이 1년에 2~3차례 모여 수술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최상의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한다.
 
수술은 위암의 유일한 완치 수단이다. 조기 위암 환자는 내시경 점막절제술, 복강경·로봇 수술, 기능보존 수술 등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진행성 위암 환자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술적 절제술과 함께 항암화학요법을 한다.
 
완벽한 수술은 위암을 포함해 위를 넓게 자르고, 위암이 전이될 수 있는 위 주변 림프샘을 광범위하게 박리하는 것이다. 특히 위 주변 림프샘 박리는 수술자가 위암 전문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잣대가 된다. 단 최근엔 조기 위암이 림프샘 전이 빈도가 낮고 전이돼도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라 축소된 범위의 림프샘 절제술을 시행한다. 병의 완치를 기대하면서도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40세부터 2년에 한 번 검진, 조기 진단
 
최소침습수술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수술 상처가 작고 수술 중 장기의 외부 공기 노출 시간이 적어 수술 합병증과 진통제 사용량을 줄이고 입원 기간을 단축한다. 특히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보다 안정적이고 정교하다. 우리 병원 연구에 의하면 로봇 위암 수술은 췌장을 자극하는 횟수가 복강경 수술에 비해 적어 수술 후 가장 흔한 합병증인 췌장염 발생빈도가 낮다.
 
지금도 수술 후 5년째 검사에서 암이 다시 발견되지 않으면 환자와 가족과 함께 진료실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외과 의사로서 위암을 수술한 후 5년째 환자를 다시 만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날은 환자가 지난 5년의 불안함과 괴로움을 떨쳐낼 수 있는 제일 행복한 날이다.
  
송교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암병원 위암센터 교수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외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과정을 밟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위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로 명성이 높다.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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