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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한올도 생생, 다큐 같은 CG의 힘…25년 만의 ‘왕의 귀환’

2019년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한 실사 CGI 버전으로 돌아온 '라이온 킹'.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19년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한 실사 CGI 버전으로 돌아온 '라이온 킹'.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흑인 에리얼(‘인어공주’)도 여자 술탄(‘알라딘’)도 없다. 이런 파격 대신 화면을 수놓는 건 사파리 체험을 방불케 하는 사자의 금빛 갈기와 물소떼의 뜀박질, 그리고 초원과 태양. 아프리카 줄루어로 시작하는 OST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 흐르고 늠름한 아버지와 사고뭉치 아들이 대비된다. 시청각 경험은 생생하게, 스토리와 메시지는 익숙하게. 25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17일 개봉) 실사 CGI(computer-generated imagery) 버전은 이렇게 ‘왕의 귀환’을 알린다.  
 
이것은 애니인가 다큐인가 
잠깐, 실사 CGI라니,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형용모순 아닌가. 실제로 첫 장면부터 ‘이것은 애니인가 다큐인가’ 싶다. 등장인물, 아니 등장동물 중에 실제 동물은 없다. 심지어 모션 캡처(센서를 단 대상의 움직임 정보를 인식해 영상 속에 재현하는 기술)도 안 썼다. 새의 날갯짓, 날리는 흙먼지, 뚝뚝 떨어지는 불똥까지 모든 장면이 CGI다. 바위 위를 살살 기는 곤충의 움직임과 이를 노려보는 심바(도날드 글로버, 이하 목소리 출연)의 솜털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한 장면 같다. 제작진이 아프리카에서 직접 관찰한 자연 풍광과 동물들 움직임을 첨단 기술에 힘입어 실제처럼 재현해냈다.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 감독조차 “(이 작품 장르를)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자신이 “새로운 매체를 발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 실사판 ‘정글북’에서 이러한 CGI를 선보였지만 이번엔 사람 한명 없이 동물만으로 118분을 끌고 간다. 그게 가능한 게 이미 25년간 애니메이션‧뮤지컬‧게임 등으로 사랑받고 변주된 캐릭터들이라서다. 앞서 2D '라이온킹'은 1994년 개봉해 20세기 작품으론 유일하게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0위권(9위, 참고로 1위는 2013년 '겨울왕국')에 올라 있다. 
 
진부하지만 편안한 '햄릿'형 성장 신화 
실사 CGI '라이온 킹'은 등장 동물의 털 한올까지 사실처럼 재현해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실사 CGI '라이온 킹'은 등장 동물의 털 한올까지 사실처럼 재현해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라면, 2019년 버전과 1994년 버전에 서사 차이가 없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 포부대로 2D를 그대로 CGI로 옮겼다. '삼촌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은 왕자가 트라우마를 딛고 왕위 되찾기에 나선다'는 ‘햄릿’스러운 성장 신화가 반복된다. 익숙하기에 편안하고 그래서 진부하다.
 
보완하는 방법으로 ‘왕관의 무게’에 힘을 줬다. “누군가는 빼앗을 것을 찾아 헤맬 때 진정한 왕은 무엇을 베풀지 생각하지” 등 아버지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의 웅변이 대표적이다. 페미니즘 흥행코드도 감안해 심바의 친구 날라(비욘세) 등 여성 캐릭터 역할을 강화했지만 거기까지다. 밀레니얼 관객으로선 ‘물에 비친 자기 얼굴 속 아버지’를 아들뿐 아니라 딸도 공감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이겠다.
 
귀에 확 꽂히는 주제가 아쉬워 
어린 심바가 아버지의 큰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갖다 대는 장면에 이어 부자가 석양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뒷모습이 서정성의 백미다. 사실적 재현에 주력하다보니 애니메이션의 풍부한 표정이 사라져버려 후반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 “누군가는 풍족한 삶을 누리고 누군 어둠 속에서 평생을 보내지” 하며 삶의 불공평을 토로하는 악역 스카는 원작보다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영화 '노예 12년'의 주연 치웨텔 에지오포의 연기력에 힘입었다. ‘하쿠나 마타타’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 등 기존 OST 외에 날라 목소리를 맡은 비욘세의 ‘스피릿’이 추가됐지만 확 꽂힐 정도의 파괴력은 없다.
 
7월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라이온 킹'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등장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과 존 파브로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코리아 컴퍼니]

7월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라이온 킹'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등장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과 존 파브로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코리아 컴퍼니]

 "기억해라! 네가 누군지"하고 다그치는 무파사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제임스 얼 존스가 맡아 중후한 변화를 느끼게 한다. 25년 새 성인이 된 관객이 삶의 무게를 반추하며 자녀보다 혹할 듯싶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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