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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g 미숙아와 19세 엄마···도망간 아빠 자리, 수녀가 있었다

“워낙 산모 의지가 강했어요. 제가 더 고마웠지요.”
 
김영렬(56) 수녀(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가 14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11일 이렇게 말했다. 2005년 김 센터장이 있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으로 임신 7개월차 앳된 산모가 찾아왔다. 입원 며칠 만에 19세 산모가 960g의 미숙아를 낳았다. 기쁨을 나눠야 할 어린 아빠는 이 사실을 알고 모자만 병원에 남겨둔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젊기도 했고, 미숙아 출산하면 병원비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게 두려웠는지 떠나고 산모 혼자 남게 된 거죠.”
 
산모는 뜻밖에 강했다.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낳은 뒤 통상 입양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이 산모는 단호했어요. 아이를 본인이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지요.”
김영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이 지난해 센터장배 청소년 배드민턴 대회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 제공]

김영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이 지난해 센터장배 청소년 배드민턴 대회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 제공]

당장 아이는 3개월간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산모에겐 병원비가 막막했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빠와는 가출한 뒤로 연락을 끊고 지낸 터였다. 김 센터장이 백방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출연하던 지방 방송의 코너에 산모 사연을 소개했고, 후원을 받았다. 아이는 무사히 치료를 받았고 병원에서 100일 잔치까지 한 뒤 건강히 퇴원했다. 그사이 산모 아빠도 딸을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산모는 한동안 잊지 않고 김 센터장을 찾았다. 김 센터장은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면서 “고생할 게 뻔히 보이는데도 강한 모성애를 보여준 어린 산모에게 오히려 배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1989년 3월 수녀의 길을 택한 후로 서울 성바오로병원, 인천 솔샘나우리 아동복지종합센터,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위캔센터 등을 거치며 약자의 곁에 늘 함께했다. 저소득층을 무료로 진료하거나 시설의 아동을 돌보고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다. 그가 기관장으로 6년간 있던 솔샘나우리 아동복지종합센터에선 연 300명 넘는 저소득 가정 아동이 그의 보살핌 속에 새 삶을 찾았다. 6년간 이들에 상담한 건수가 1628건에 달한다. 
김영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이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위캔센터에 있을 당시 모습. [사진 위캔센터 제공]

김영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이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위캔센터에 있을 당시 모습. [사진 위캔센터 제공]

현재 몸담은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에서는 학대피해 등으로 오게 된 아동과 청소년 약 90명을 돌본다. 이 센터는 정서·행동상 어려움이 있는 초1~고3 나이의 아동과 청소년을 일시보호하면서 상담과 교육, 치료, 보호서비스를 지원한다. 센터장실 문을 늘 열어두고 오며가며 들르는 아이들에 언제나 포근한 안식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한다. 따돌림을 당했던 한 중학생이 김 센터장과 2년간 상담을 한 끝에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김 센터장을 따라 사회복지학을 택했다고 한다. 그 때 말도 못할 정도의 보람을 느꼈다. 
 
김 센터장은 11일 오후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8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이런 공을 인정받아 국민훈장(석류장)을 수상했다. 김 센터장은 “상이 너무 과분하고 버겁고 부끄럽다”며 “보람이 있는 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이 11일 보건복지부 주최 제8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석류장)을 받았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김영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장이 11일 보건복지부 주최 제8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석류장)을 받았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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