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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지킨 이국종의 약속…닥터헬기에 '윤한덕' 새겼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왼쪽)이 1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도장공장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운데),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게 24시간 닥터헬기에 새긴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콜사인이자 이 헬기 콜사인 호출부호인 'ATLAS'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왼쪽)이 1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 도장공장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운데),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에게 24시간 닥터헬기에 새긴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콜사인이자 이 헬기 콜사인 호출부호인 'ATLAS'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헬기 도장공장. 해군(NAVY) 점퍼를 입은 이국종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장이 도장 작업이 진행 중인 닥터 헬기(에어버스 H225)의 꼬리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을 뻗어 꼬리 부분에 적힌 ‘ATLAS001’라는 글자를 더듬으며 무언가 회상하는 듯했다. 
 
ATLAS(아틀라스)는 지난 2월 4일 근무 중 사망한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 센터장을 상징하는 호출부호다. 윤 센터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왼팔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며 애통함을 표했던 그에게는 다시 윤 센터장을 만난 것과 비슷한 감회가 들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지난 2월 10일 윤 센터장을 떠나보내는 자리에서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가 손과 발로 하늘을 떠받쳐 인간이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지난 20년간 국내 응급의료 분야의 절망적인 상황을 결사적으로 개척해 온 고인이 바로 아틀라스 같은 존재였다”며 “향후 도입하는 응급의료 헬기에 윤 선생님의 이름과 콜사인인 ‘아틀라스’를 새겨 넣겠다”라고 말했는데 그 약속이 5개월 만에 지켜진 순간이어서다. 
 
이 닥터헬기는 도장 및 개조작업, 조종사와 정비사 교육 등을 마치고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쯤에 아주대병원에 배치돼 본격 운영된다. 닥터헬기는 응급환자의 신속한 항공이송과 응급처치 등을 위해 운영되는 전담 헬기로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린다. 이번에 도입된 닥터헬기는 인천·전남·강원·경북·충남·전북에 이어 7번째인데 24시간 운영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윤 센터장을 그리스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신 ‘아틀라스’에 비유하며 ’앞으로 도입할 닥터헬기에 윤 센터장의 이름을 새겨넣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윤 센터장을 그리스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신 ‘아틀라스’에 비유하며 ’앞으로 도입할 닥터헬기에 윤 센터장의 이름을 새겨넣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그래서 이 센터장에게는 이 닥터헬기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윤 센터장과 마음만이라도 24시간 함께 할 수 있어서다. 윤 센터장은 국내 응급의료 분야를 진두지휘하며 응급환자 전용 헬기 도입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1994년 전남대에 처음 생긴 응급의학과 1호 전공의다.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NMC)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그때부터 응급의료의 길만 걸어왔다. 이국종 센터장은 윤 센터장을 2008년 처음 만나 함께 ‘외상센터’의 그림을 그렸다. 이 센터장은 자신의 저서 『골든아워』에서 ‘윤한덕’ 이라는 제목으로 “출세에 무심한 채 응급의료만을 전담하며 정부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도 센터를 이끌어 왔다”고 그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보였다. 
 
그러나 설 전날인 2월 4일 윤 센터장이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 명절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초과근로를 하다가 과로사한 것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당시 “(윤 센터장)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생각 이외에는 어떤 다른 것도 머릿속에 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당장 저만 해도 외상체계를 구축해나가면서 정말 어렵고 힘들 때 찾고 상의했던 분이 윤 센터장인데 앞으로 저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던 터라 그의 호출부호가 적힌 닥터헬기는 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이국종 센터장은  “그동안에도 소방헬기 등을 이용해 야간 응급환자를 이송해 치료하기도 했지만, 정부 지원을 받아 공식적으로 24시간 야간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며 “그런 닥터헬기에 우리나라 응급의료와 중증외상을 놓고 저와 함께 24시간 고민을 나눴던 윤 센터장의 호출부호가 새겨져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4시간 닥터 헬기 살펴보는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24시간 닥터 헬기 살펴보는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이날 이 센터장은 닥터헬기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그러면서 앞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닥터헬기의 확산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중증외상환자의 42%가 야간에 발생하는데 24시간 운영을 할 수 있는 닥터헬기는 필수다”며 “육상이든 해상이든 언제 어느 곳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할 수 있는 닥터헬기 도입이 선진국처럼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KAI의 스마트팩토리 등을 시찰하기 위해 이날 함께 KAI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 센터장의 말을 듣고 “24시간 닥터헬기 필요성에 공감하며 수리온으로 만든 닥터헬기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닥터헬기 7대는 에어버스 H225 등 모두 외국산이다. 따라서 김지사가 경남도에 국산 수리온으로 만든 닥터헬기를 도입하면 국산 1호 닥터헬기가 되는 셈이다. 김 지사는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진주 경상대병원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면서 24시간 닥터헬기 도입을 앞당기겠다”며 “경남에 도입할 24시간 닥터헬기는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을 이끄는 KAI가 생산하는 국산 1호 닥터헬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천=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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