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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돈 모아 세운 상에 능욕이라니…지켜주려는 사람 대부분"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앞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사진 김태호 기자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앞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사진 김태호 기자

“(소녀상 능욕사건)말하라면 욕부터 나올 거 같은데…”
 
11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남측광장. 지하철역 입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모(27)씨에게 ‘소녀상 능욕’사건에 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씨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적힌 설명을 읽으며 한참을 서 있었다. 그가 읽던 설명에는 안산의 소녀상이 언제, 어떻게 세워졌는지, 소녀상의 그림자 등이 어떤 의미인지가  적혀있었다. 설명을 꼼꼼히 읽는 이유를 묻자 이씨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설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지난 6일 벌어진 ‘소녀상 능욕’사건에 대해 이씨는 “또래 친구들이 못된 행동을 저질렀는데, 못 배운 것인지 아니면 안 배운 것인지 모르지만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의문이 들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광장에 세워진 소녀상 옆에는 소녀상과 관련한 설명이 적혀있다. 사진 김태호 기자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광장에 세워진 소녀상 옆에는 소녀상과 관련한 설명이 적혀있다. 사진 김태호 기자

소녀상 능욕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6일 자정쯤이다. 20~30대 남성 4명은 상록수역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소녀상을 조롱했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이 이들을 말리며 시비가 붙었고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추적해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CCTV 확인결과, 이들은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0일 오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이번 사건을 전하고 고소 의향을 물었지만 할머니들은 고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 집 측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처벌보다는 사과를 원하고, 그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할머니들은 4명 모두 사과를 한다면 선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은 안산시민들이 한 푼씩 모아 세웠다. 2016년 8월 15일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안산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과 캠페인을 벌여 돈을 모아 세웠다. 평소 상록수역 광장에 세워진 소녀상은 평온하다. 소녀상에서 가까운 상점에서 2년째 일하는 김모(31)씨는 “가끔 소녀상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봤어도, 이번처럼 소녀상에 모욕을 주는 행동을 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날씨가 추우면 목도리나 모자를 씌워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는 시민들을 종종 봤다”면서 “소녀상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광장에서 소녀상과 관련해 1년에 두 차례쯤 기부행사가 열리고 가끔 문화제가 열린다”면서 “소녀상 주변에서 민감한 갈등이나 충돌이 벌어진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산시 본오동 주민 전모(58)씨는 “지하철 타러 오갈 때마다 소녀상을 보지만 그런 경우를 들어보거나 본 적이 없다”며 “뉴스를 접한 뒤에 소녀상을 보니 기분이 별로 안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이 돈을 모아 세운 소녀상에다 그런 식의 해코지를 하는 건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92)는 지난 10일 열린 1395회 수요시위에 참석해 이번 소녀상 능욕사건과 관련해 “왜 내 얼굴에 침을 뱉느냐”며 “소녀상이 사람 같지 않지만, 이것 다 살아있는 것과 같다”면서 “우리는 고통을 받고 왔는데 왜 소녀상에 그렇게 하느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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